김장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올해 처음으로 김장을 담갔다.
해마다 시어머니는 텃밭에서 가꾼 배추와 무, 파, 생강, 그리고 고추를 손수
가꾸어서 네 명의 아들들에게 김장을 해서 보내주셨다.
나는 명색이 큰며느리라지만 서울에서 떨어져 산다는 핑계로 늘 받는 것에 익숙해있었다.
김장철이 되도 시어머니가 으레 해주시려니 하고 기다리면 됐었다.
용돈만 두둑하게 챙겨 드리면 되지 하면서.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나에게 김치 한포기 준다는 사람은 없었다.
얼마 전 인공관절 수술을 해서 불편한 친정어머니가 다른 집에서
들어온 김치를 주겠다고 한 것이 전부일 뿐.
손아래 동서들에게 전화를 했다.
어찌 잘 하고 있느냐고......
시어머니처럼 해주지는 못해도 걱정돼서 전화라도 해본 것인데.
뜻밖에도 동서들은 이미 예전에 다 끝냈단다.
시골에 있는, 외국인인 막내 동서까지 이미 김장이 완료된 상태다.
동네 사람들이 서로 돌아가면서 김장을 할때 함께 한 모양이다.
동서들 걱정을 했더니 오히려 동서들이 내 걱정을 더한다.
.....................
드디어 어제 배추 20포기를 담는데 성공했다.
하기 전에는 내가 맛있게 할 수가 있을까, 내가 해도 김장김치가 될까하며
걱정했는데 막상 김장을 해보니 재미도 있었다.
김치냉장고에 꽉 채워 놓으니 뿌듯하기 까지 하다.
내년에는 한 40포기에 도전해서
친정어머니와 막내동서에게도 나누어 주어야겠다.
시어머니가 해주셨던 그 깊은 맛은 보장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2010.12.29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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