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대 소동

큰 아이 신종 플루일까 봐 응급실행, 새해 첫 날을 병원에서 맞이한 남편!

검토 완료

김숙희(sukeezzang)등록 2011.01.01 15:18
어제, 2010년 12월 31일 제주는 폭설이 내렸습니다. 특히 산간은 쌓인 눈이 얼려 대부분 도로가 얼었고, 그로 인해 교통 통제 구간이 늘어났습니다. 웬만해서는 눈이 안 쌓인다는 남쪽 해안 도로에도 눈이 쌓이고 교통 소통이 어려웠답니다.

특히 서귀포는 밤새 눈이 쌓여도 다음 날 정오를 기점으로 점차 녹기 마련인데, 어제는 오후들어 오히려 칼 바람에 날리는 눈발이 더 심해지더군요.

...
며칠 전부터 큰 애가 켁켁 기침을 해대었습니다. 집에 있는 해열진통제를 먹이고 좀 쉬면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더랬어요. 하지만 어제 아침, 아이는 머리가 아프다며 눈물을 뚝뚝 흘렸고, 다시 열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때 아닌 폭설로 아이 태우고 운전하고 병원 갈 염두가 나지 않았고, 아이를 달래어 집 근처 100미터 거리 동네 의원을 찾았더니, 열이 38.8도, 목이 부은 것도 아니고 두통이 있다고 하면 '신종 플루'를 의심해봐야 겠다고 합니다. 항생제와 해열제를 먹여보고 열이 안 떨어지면 4시간 있다가 한 번 더 먹이고, 그래도 안 떨어지면 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하던군요. 그 말에 겁이 났고 집에 오자마자 인터넷을 봤더니, '강원도 신종플루 사망자 발생' 이란 기사가 떡 하니 보입니다.

약을 먹이고 아이 손을 꼬옥 잡고 한참 괜찮아, 괜찮아를 속삭였습니다. 하지만 열은 계속 38도에서 머물더군요. 급기야 연말 마지막 사무실 행사 준비로 바쁜 애들 아빠에게 전화해서 '신종 플루 의심'을 연발했고, 남편은 한참 만에 택시 운행을 하지 않아 겨우 버스 타고  왔다며 당장 응급실 가자고 합니다. 서귀포 병원 응급실 말고, 제주시내 종합병원으로.. 하지만 힘없이 누워있는 아이를 어떻게 제주시내까지 가야할 건지, 택시 운행도 하지 않는다는데. 저녁 8시였습니다.남편의 큰 아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알기에 저는 아무말도 못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남편은 아이를 데리고 한라산 횡단도로 운행 버스를 타고 제주시로 향했습니다. 밤 10시쯤 되어 도착했고 '신종 플루 검사'를 받았습니다. 2시간 정도 후, 남편은 전화로 '신종플루 아님'이라고 말했습니다. 다행이지요.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그치지 않고 내리는 눈, 얼어붙은 한라산 횡단 도로.. 어떻게 집으로 오느냐였습니다. 결국 남편과 아이는 제주시내 애들 큰 고모네 집에서 묵었습니다.

2011년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남편과 아이는 정확히 오늘 오전 11시에 집에 도착했구요. 남편의 얼굴에서 지난 밤의 그 고생을 말 안해도 충분히 읽을 수 있었고 반면 아빠의 정성이었는지 아이는 생기가 느껴졌구요. 저는 웃으며 이제야 우리집에도 2011년 새해가 밝았네. 정확히 2011년 1월 1일 11시에...
...
제주에 정말 오랜 만에 내린 폭설, 그리고 동네 병원 의사의 신종 플루 의심 증상이라는 말, 그리고 새해맞이. 여느 해 같으면 조용히 텔레비전 시상식과 함께 맞이했을텐데, 올 2011년은 특별하게 시작한 것 같습니다. 올 한 해, 부디 건강하고 무탈하게 지내길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건강이 최고지요~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