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 목소리 작으면 손해 보는 쇼핑몰?

허술한 시스템, 손해입는 고객

검토 완료

조영민(senti79)등록 2011.01.08 15:17
'한국에선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이 있다.

이를 거꾸로 적용하면 '목소리 작은 놈은 진다' 정도 되겠다. 사람들은 왜 목소리를 높이는가? 가만히 있으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선진국의 기준은 '목소리가 작더라도 손해 보지 않는 사회'이다. 조금 고상하게 말하면 제대로 된 시스템이 정착된 사회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옥션, 무료배송티켓은 무조건 환불 불가?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옥션에서는 회원들이 물품을 구매하고 받은 포인트로 배송비를 결제할 수 있다. 혹은 포인트를 좀 더 많이 투자해 쿠폰과 무료배송티켓을 세트로 교환할 수도 있다.

옥션 종합선물세트 포인트로 구매하는 옥션 쿠폰과 무료배송티켓 ⓒ 옥션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무료배송티켓이다.

사람이 일을 처리하다보면 자잘한 실수를 범하기 마련이다. 제품을 주문하는 중에 옷 색상을 잘못 선택할 수 있는가 하면, 깜빡하고 쿠폰을 적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는 일상에서 누구나 흔히 저지르는 실수에 해당한다. 그러나 옥션 회원들은 가급적 이러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여기에서 잠시 옥션 vip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읽어보도록 하자.

옥션 vip 게시판 글 캡춰 ⓒ 옥션


요약해보자. A라는 사람이 무료배송티켓을 적용해서 물품을 결제했다. 그런데 아차! 옵션을 잘못 선택한 것이 기억나서 재 주문을 위해 곧바로 주문취소를 했다.

(주문을 취소하지 않고 옵션만 변경하면 안 되겠느냐고? 아쉽게도 옥션에는 그런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주문을 하려고 보니 무료배송티켓이 증발해버렸다는 거다. 배송료를 현금으로 결제했을 경우에는 바로 복구가 되지만 무료배송티켓을 사용한 경우에는 복구가 되지 않는다. 할인쿠폰도 복구가 되고 이머니도 복구가 되는데 유독 무료배송티켓만 말이다. 자잘한 실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포인트가 날아가는 셈이 된다.

심지어는 이런 경우도 있다.

옥션 vip 게시판 글 캡춰 ⓒ 옥션


구매자가 아닌 판매자가 주문을 취소해도 무료배송쿠폰은 복구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옷 주문을 했는데 판매자가 재고가 없다는 이유로 주문을 취소하면 구매자는 앉아서 손해를 보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방법은 있다. 목소리가 크면 된다.

옥션 vip 게시판 글 캡춰 ⓒ 옥션


원칙적으로 안 되는 것을 흥분해서 소리치면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을 시스템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에 대한 옥션 측의 입장은?

필자가 직접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문의해본 결과, 위에 인용한 것과 정확히 같은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구매자 귀책사유든 판매자 귀책사유든 그 어떤 경우에도 무료배송티켓은 복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옥션의 '정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물었다. vip 게시판에 항의해서 돌려받았다는 회원이 있던데 그건 어떤 정책을 적용한 거냐고. 그러자 상담사는 관련 부서로 연결을 해주겠다고 했다.3-4시간쯤 지났을까. 옥션 직원에게서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관련부서 직원에게서 들은 옥션의 입장

1. 무료배송티켓은 옥션에서 회원에게 베푸는 "혜택"에 해당하기 때문에 구매를 취소한 경우에는 일종의 패널티로 무료배송티켓을 소멸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주문을 취소하는 일을 최대한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2. 판매자가 주문을 취소한 경우에는 무조건 무료배송티켓을 돌려준다. 그러나 아직 시스템이 구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객센터에 요청을 해야만 복구가 된다. 로직을 변경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

상담사가 판매자 귀책사유인 경우에도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2-1. 공지의 전달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신입 상담사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다시 정확한 공지를 하도록 하겠다.

3. 구매자가 주문을 취소한 경우에는 현 정책상 무료배송티켓을 복구해 줄 수 없다. 강력히 항의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복구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회원님의 요구사항을 적극 받아들여 구매자가 주문을 취소하는 경우에도 티켓을 복구할 수 있도록 건의해보겠다.


알기 쉽게 요약해보자.

무료배송티켓을 사용한 뒤 주문이 취소되었을 경우, 심지어 그것이 판매자가 주문을 취소했다 하더라도 옥션 회원은 반드시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야만 무료배송티켓을 복구할 수 있다.

물론 상담사는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강력히 항의를 해야만 티켓을 다시 복구할 수 있다.

고객들이여 손해를 보고 싶지 않으면 목소리를 높여라?

고객은 누구라도 최소한의 대우를 받고 싶어 한다. 참고로 필자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고객의 기준이란 '목소리가 작더라도 손해는 보지 않는' 손님이다. 

옥션 로고 ⓒ 옥션


오픈마켓의 선두주자로서 하루빨리 옥션에 제대로 된 시스템이 정착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2011년에는 더 이상 회원들이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목소리를 높일 일이 없기를 바란다.

(2011년 1월 8일 오전 11시 현재, 옥션에서는 이와 관련한 그 어떤 공지도 하고 있지 않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 http://babyenglish.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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