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에서 좌’는 없나"에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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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완(oniva)등록 2011.01.17 16:13
중앙일보의 노재현 논설위원이 7일자 칼럼에서 재미있는 문제를 제기했다. 80년대 운동권출신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가 뉴라이트를 거쳐 지난 연말인사에서 MB정부의 청와대 통일비서관이 임명된 것을 계기로 궁금증을 표했다. 그동안 김교수뿐 아니라 이재오 김문수와 같이 좌에서 우로 간 사람은 많은데 왜 우에서 좌로 간 사람은 없는가 하는 의문이다. 칼럼 제목도 "왜 '우에서 좌'는 없나"이다.
http://news.joinsmsn.com/article/867/4894867.html?ctg=2002&cloc=joongang|home|top 

노위원은 '소박한 의문'이라고 했지만 이 의문에 답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동안 심각하게 이 문제를 생각해본 사람도 별로 없는 것같다. 그래서 시론적으로 이 칼럼이 제기한 문제의 답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노위원은 칼럼에서 경제적인 이유라는 한가지 답안만을 제시하고 있다. 좌파가 우파에 가는 것도 우파가 좌파에 못가는 것도 대부분 경제사정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변호사 교수이거나 부인이 교사 약사 의사같이 안정적인 직업이 있는 경우외에는 신념이 바뀔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경우는 '생계형 전향'이라 할수 있다.

먼저 생계형과 비슷한 것이므로 간단한 답안 하나를 먼저 붙인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몸의 변화 즉 '생리형 전향'이다. 만주에서 독립운동하던 사람들중에 40대가 넘어서 전향자가 속출했었다. 신념과 의지를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어떻게 하겠나. (여기서는 가치판단보다 이해와 분석이 먼저다.)

보다 적극적인 분석을 위한 출발점이자 도구는 "극은 극으로 통한다"는 말이다. 프랑스의 극우파 지지자들중 절반 가까이가 과거 공산당 지지자였다고 하니 이게 한국만의 문제만이 아닌 것같다. 그리고 우에서 좌로의 사례는 그쪽에서도 찾기 어렵다한다. 나는 이 문제가 인간 존재의 어떤 속성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닐까 짐작한다.

"꿈은 반대다"는 말이 있다.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꿈의 해석편을 보면 아주 슬프거나 우울할 때 행복한 꿈을 꾸고, 매우 행복할 때 악몽을 꾼다고 한다. 이것을 존재가 지나친 불균형에 빠져있을 때 균형에 이르게 하려는 무의식의 작용으로 설명한다. 젊은 시기부터 왼쪽의 세계관을 갖고 왼쪽의 사람들과 만나며 왼쪽의 행동을 해온 사람은 심각하게 존재의 불균형에 빠질수 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는데 한쪽 날개만으로 살아왔으니 일종의 비타민 결핍증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들은 어떤 사소한 계기만으로도 급격하게 오른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 아마 그 과정에서 의지로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본능적 힘이 작용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내가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자기도 모르는 어떤 힘에 이끌려 마치 귀신에 홀리듯이 건너편으로 가는 것 아닐까. 

그렇다해도 이것으로 좌에서 우로의 이동은 설명이 되지만 우에서 좌로 넘어오는 사람은 왜 없는가는 설명하지 못한다.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것도 쉽지가 않다. 좌파와 우파의 속성에 대한 성찰이 먼저 요구된다. 나는 여기서 '좌우균형론'에 이어 '우파기본설'을 말하려 한다.

인간은 좌는 없어도 살수 있지만 우가 없으면 생존이 안된다. 자유는 없고 평등만이 강조된 사회주의 체제는 이미 역사속에서 실패했다. 이에 반해 자유만 있고 평등이 매우 적은 미국같은 사회는 최근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세계최강국으로 남아있다. 여기서 인간존재나 사회체제의 유지를 위해 이기주의는 필수지만 이타주의는 선택이 아닐까 하는 추론을 해볼수 있다. 보수가 기본이고 어쩌다 정신을 차리면 진보가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유시민의 지난 09년 9월 강연에서)

평등과 이타적인 태도는 동물의 세계에서는 찾기 어렵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 이같은 특성은 인간을 여타동물과 확연히 구별해준다. 인간외에 모든 생물체는 이기적이고 우파적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보면 생물체는 '유전자의 기계'이며 유전자는 이기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그 이기적인 방향도 종이 아니라 개체에 맞춰져 있다고 한다. 여기서 유추해볼 수 있다. 이기적인 태도는 자연의 속성에 부합하나 이타적인 태도는 인간의 진화에 의해 얻어진 것으로서 자연계의 질서에서 보면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평등과 이타성은 인간이 진화하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나의 전공분야인 해외이민사회에서 관찰되는 사례를 하나 들어본다. 이민자들이 젊어서 활동적일 때는 현지 언어를 구사하다가 양로원에 들어올 나이가 되면 언어도 모국어로 바뀐다고 한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발견된 사실인데, 양로원에서 해바라기하며 삼삼오오 모여있는 노인들을 보면 모국 언어권 단위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 모국어로 돌아가는 것도 본성에 부합하는 것이다.

좌파에서 우파로 넘어가는 것도 바로 이와 같다. 인간본성은 우파적이다. 그래서 우파는 보수는 힘이 세다. 좌파는 인간이 애써서 진화해서 도달한 인위적인 모습이다. 그래서 위태롭다. 그러다가 탄성체가 휘어있다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듯이 어떤 계기에 좌파에서 우파로 갑자기 변신하는 것 아닐까. 이런 해석이 맞다면 나이들어서 좌파는 우파로 변신할수 있지만, 우파가 좌파로 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설명된다. 우가 기본이고 좌는 덤같은 것이 아닐까.

사족 : 저는 과거에 김영호 비서관과 출판운동을 같이 했던 사람으로서 그가 왜 그렇게 됐는지 충격을 좀 받았습니다. 한번 찾아가서 물어보고 싶지만, 이런 것은 그의 개인적인 사적인 차원의 문제만은 아닌것같고... 그래서 우리사회가 풀어야할 과제라 생각하고 답을 찾아봤습니다.
덧붙이는 글 저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http://blog.naver.com/oni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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