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가는 길이 아닌 '다른 길' 대안학교 선택기_1탄
시골의 작은 마을에 있는 정배학교를 다닌 아이가 면소재지에 있는 중학교가 아닌,
대안학교를 선택했다.
초등학교를 굳이 굳이 시골마을 분교를 찾아온 것도 다른 길의 시작이었지만,
이제는 공교육에서 떠나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이 아닌 '다른 길'......
우리의 공교육이 달려가고 있는 경쟁과 시험의 길이 아닌, 다른길.
아이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했다지만, 이제 초등 6학년을 마친 아이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는 것이기에 부모의 의사가 많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안 학교라고 하고, 대안의 길이라고 생각하여 선택토록 하였지만,
소수의 소수자 만이 가는 길이고,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이고,
그래서 출발점에 선 지금 큰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래도 이 길이 대안일 수 있다고 믿기에 이제 막 시작한 다산학교에 '문도'가 되라고
13살 아이를 기숙학교에 보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떼놓은 다산학교이기에 교육 인프라로는 많은 것이 부족하지만,
학교를 세우고 교육의 뜻을 밝힌 선생님들의 밝은 뜻에 200% 공감하기에
아이와 함께 대한민국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는 공교육의 길을 마다하고,
다른 선택을 했다.
'다산서원'은 중등대안학교다.
'나를 위하고, 나를 살찌우고, 친구와 더불어 커나가는 참공부'를 목표로 한다.
그렇기에 공부하는 내용도, 방법도, 학교를 운영하는 기준도 다르다.
"말의 빼어남, 글의 빼어남, 솜씨의 빼어남, 맵시(씨)의 빼어남, 마음의 빼어남"...
이 다섯씨를 키우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한다.
책읽기와 한문을 통해 말씨를, 미술과 손재주로 솜씨를, 몸기르기는 맵씨를,
그리고 모든 교과목이 마음씨를 기르는데 맞춰진다.
책읽기는 우리 교육에서 쏙 빠진 것이 바로 '헤아림, 생각하는 힘'이라고 생각하고,
5개중 하나를 골라잡는 수학능력시험으로 골라잡는 길만 가르치는 것이 아닌,
스스로 따져보고 헤아릴 수 있는 힘을 키우는 데 맞춘다.
고전읽기를 위한 한문 익히기도 처음에는 한자 카드놀이, 한자 낱말찾기 같은
놀이 속에 익히는 것으로 시작해 한자로 된 문장을 읽는 데 맛들이도록 유도한다.
고등학교 2~3학년이 되면 정약용의 울분을 삭히고 쓴 책 <논어고금주>나 <맹자요의>,
허준의 <동의보감>을 일부라도 한자 한자 읽고 새길 수 있는 데까지 이르게 해서,
'참으로 빼어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고, 제밥그릇 챙기느라 고움과 거룩함을
내팽개치는 오종종한 삶을 살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한다.
학년
1월에 시작해 12월까지 5~6주를 공부하고, 1주의 방학을 갖는다.
가장 긴 여름방학은 2주다.
다섯달 동안 쭉~ 이어지는 수업은 학생도 선생도 지루하다고 보기 때문이고,
방학이 1달이 되면 배웠던 것을 잊어버릴 뿐 아니라 생활에 있어서도
새로 틀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선진국에서 방학 1달이 부모와 휴가를 함께 보낼 여건이 된다면,
우리 사회에서는 학원으로 내몰거나 방치하게 된다는 이유도 있다.
또, 1주일의 방학을 학생 스스로 계획해서 운영해 보기 적절한 시간이기도 하다고.
시험
경쟁을 부추기는 시험은 교육이 아니다. 교육은 '지성의 탄생'을 꾀하는 것인데,
시험은 그것을 막기 때문이다.
경쟁을 시키는 것, 시험을 치르고 한 줄로 죽 늘어세우는 것은
인격을 기르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습능력까지도 키울 수 없다고 본다.
시험을 보더라도 그것은 학생의 현재 상태를 살피고,
그를 도와주기 위한 수단으로만 쓰여야 한다.
등수를 매기는 시험이 있는 이상,
학생들 사이가 서로 도와주는 사이가 될 수 없고,
그런 식으로는 지성이 탄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업료
수업료를 어떤 방식으로 내는가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문제로 본다.
학생들은 돈과 능력이 어떻게 쓰여야 하는가를 배워야 한다.
빈부의 차이를 뛰어 넘어서, 사람대 사람으로 만나는 길이 무엇인지를…….
제도적으로 그 말이 뒷받침되는 경제적 평등이 국가적,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힘은 직접적으로 거기에 뻗치질 못한다.
그래서 작은 실천으로 할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
독일의 발도로프 학교가 하고 있는 방법.
학부모의 자산과 월급에 따른 '차등수업료제'를 다산서원에 적용했다.
공부하는 내용
<고전교육>
- 책 읽고 말 나누기, 책읽기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따져보는 밑거름이 되고
재료가 된다. 글을 수월하게 읽는 힘을 길러 매일 책을 읽도록 한다.
대부분 고전의 자리에 오른 책들로...
- 논어와 맹자를 한문으로 한 자 한 자 읽고, 또 그것을 외운다.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훌륭한 사람을 내 속에 품는 일.
- 마가복음과 요한복음을 꼼꼼히 영어판으로 읽고, 가능하면 외운다.
- 많은 고전을 읽는다. 소크라테스의 '변론'과 '크리톤'을 꼼꼼히 읽고,
헤로도토스이 '역사', 사마천의 '사기', 그리스의 비극 작품들, 데카르트의 '성찰',
칸트의 '실천이성비판', 동학의 경전, 박지원 선생의 문장, 정약용의 '논어고금주'와
'맹자요의'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등
<수학과 과학>
- 서양철학계의 거목인 플라톤, 데카르트, 칸트, 라이프니츠, 러셀이 모두 당대 최고의
수학자였다.
- 수학과 과학을 배우는 것은 인성교육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이며, 이를 통해 지성을
기를 수 있고, 기율있는 인간이 될 수 있도록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는 목표를
'과학과 수학의 정신을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만날 수 있느냐'에 둔다.
- 수학은 헤아림, 그것도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것에 대한 헤아림을 불러 일으킨다.
이것 때문에 수학을 공부한다.
수학을 통찰하고 깨우치는 것이 아니라 선행학습을 통해 공부하고 외는 것은 나쁘다.
- 과학은 자연을 지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마음을 기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실험과 눈여겨보기, 그리고 그것에 대해 말나누기를 통해
느낌에 와 닿는 과학 수업을 하되 예술적이어야 한다.
<외국어/영어>
- 자아에 의해 '오염'되지 않은 새 언어를 통해 자신의 본성과 정신적 보편성을 발견하는
과정으로 타인과 세계를 자기 안으로 맞아들여 늘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 영어를 몸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영어를 소리내어 읽고, 시를 반복
낭송하여 암송할 정도가 되도록 해서 낱말과 표현의 깊은 울림을 얻도록 한다.
- 쉬운 영어로 쓴 동시, 동요, 동화를 읽고, 영어연극을 한다.
- 리듬에 맞추어 읊기, 몸짓을 하면서 읊기, 모둠으로 나누어 주고받으며 읊기 등의
방법으로 익힌다.
- 고등학생이 되면 타고르 시집, 플라톤의 '변론', 쉬운 소설, 스즈키 다이세쓰의 불교책,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를 거쳐 헤밍웨이 작품,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세익스피어의 '햄릿', 괴테의 '파우스트'를 영어로 읽는다.
<이 밖의 교육>
- 영화를 통해 예술과 가까워지기로 학생들 수준에 맞는 영화 고전을 감상하고,
스스럼없는 느낌과 의견을 작품의 안과 밖에서 나누고 성장해 가는 시간을 갖는다.
- 볼 영화들 :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곰이 되고 싶어요, 모던 타임즈, 중앙역,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400번의 매, 정복자 펠레,
금지된 장난, 은하철도 999, 꼬마천재 데이트, 화니와 알렉산더 등
- 음악을 통한 감성교육으로 합창, 악기 1가지씩 익히기, 합주, 전통무예를 통한
당당하고 떳떳한 기운 기르기로 24반 무예와 그것의 정점인 마상무예,
역사, 문화 유적부터 시작하여 자연환경, 사회, 문화 등으로 다양하게
그 대상을 확장해 나가는 답사 등
- 먹거리 기르기와 먹거리 만들기를 통해 삶과 생명에 대한 이러저러한 느낌들이 쌓이도록
한다. 생명의 되풀이와 변화가 가슴속에 잔잔히 스며들도록 하고, 어느날쯤,
'내가 기르고 키운 것을 먹어야만 내가 살아갈 수 있다'는 어찌할 수 없는 삶의 비극,
수많은 삶을 먹어야 제 목숨이 버텨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고,
거기서 권력의지가 아니라 '삶의 죄스러움'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
뜻이 거창해도 이를 현실 교육 속에서 실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제 막 문을 연 학교이기에 그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도 힘들다.
진짜, 새로운 교육의 길,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할 과정들...
그 한걸음 한걸음을 우리 교육을 걱정하고,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를 고민하는
모든 학부모와 나누고 싶다.
▲ '다산서원' 입학식(입문). 신입생 모두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받았다 지난 1월 8일(토) 오후 2시, ‘다산서원(중/고등과정)’에서 신입생 입학식이 있었다.
‘입문’의 형식을 보여주기 위해 신입생?편입생들은 행사장에 설치된 문을 열고, 스승에게 인사하며,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받았다.
맨 아래 사진은 다산서원 전경, 폐교를 수리해 만든 터전이다.
ⓒ 공순덕
.............
'공부를 잘해서 경쟁력 있는 인간이 되자'
대한민국 모든 부모들이 달려가고 있는 이 푯대를 붙들고 있는 것은 '공포'다.
'사람은 사람에게 서로가 늑대다'라는 현실에 뿌리를 둔 공포.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있어야 그럴 듯한 곳에 취직도 하고,
남들에게 대접받으며 살 수 있다는 경험 때문에
어린 학생들을 일찌감치 경쟁의 마당에 내놓는다.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경쟁심을 부추켜서 학습능력을 키우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일까!
이제는 '학습능력'이라 하지 않고 '경쟁력'이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쟁의 길을 통해야만 경쟁력의 극대치에 이를 수 있는가?'
교육의 목표를 '경쟁력 있는 인간을 만드는 데' 두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교육이란 자연적으로 주어진 인간에게 그 인간이 지니는 최대의 힘을 발로시켜,
우리가 기리는 이상적 인간이 되게 각성시키는 일이다.
따라서 교육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이상적 인간상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이 기사 내용의 대부분을 가지고 온 곳
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 다산서원 홈페이지
http://www.dasanseowon.co.kr/xe/?mid=dasan_main
다산서원을 세운 이양호 교장선생이 쓴 책
- 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글숲산책)
- 백설공주는 공주가 아니다(글숲산책)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