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 포인트 붓기

이젠 포인트까지 확인하세요.

검토 완료

오진주(ojj2)등록 2011.01.25 18:19
 마트에서 장을 본 후 주부들이 지켜야할 행동지침이 있다. 바로 영수증을 살피는 일이다. 세일 가격과 다르게 찍힌 물건이 있나 개수가 잘못 찍힌 물건이 있나 꼼꼼하게 영수증을 확인하는 것이다. 나는 주부는 아니지만 자취생활을 시작하면서 영수증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물론 주부 9단인 어머니께 배운 버릇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나보다 한수 위의 관찰력을 자랑하신다. 포인트까지 확인하시기 때문이다.
새로 이사 간 동네에 정착한지 4년째. 어머니의 단골 마트가 생겼다. 대부분의 동네 사람들이 장을 보러오는 'A마트'다. 그러던 어느 날 주부 9단 어머니가 영수증을 내미셨다.

<첫 번째 영수증>, <두 번째 영수증>
이상한 점을 발견하셨는가?
이전 포인트는 4,163점, 오늘 적립된 포인트는 35점. 합계가 4,197점이다. 안내문에 적혀있다시피 적립된 포인트는 3,450원의 1%인 34.5포인트여야 한다. 하지만 영수증에는 소수점을 기록할 수 없어 반올림하여 35포인트로 기록한다. 기록만 반올림할 뿐, 메모리에는 소수점까지 남아있어 합계는 소수점까지 더한다. 그래서 이전 포인트 4,162.5점 더하기 34.5점으로 총 포인트는 4,197점이 된다.
두 번째 그림이 다음에 갔을 때 받은 영수증. A마트의 정책대로라면 이전 포인트인 4,197점에 오늘 적립된 포인트 80점이 더해져야하지만 이전 포인트는 4,197점이 아닌 4,118점이다. 포인트의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한 주부9단은 A마트에 항의를 했다. A마트는 기계 입력상의 오류라며 변명했다. A마트는 다시 영수증을 발행해줬다. 영수증을 다시 발행해 줄 때는 못 이기는 척 그 동안 빼놓았던 포인트를 다 더해서 이전 포인트를 4,346점으로 기록해줬다. 하지만 다음날 갔을 때 받은 영수증의 포인트는 또 줄어있었다.
        
<두 번째 영수증(재발행)>, <세 번째 영수증>
이전 포인트는 4,346점, 오늘 적립된 포인트는 80점. 합이 4,426점. 그렇다면 그 다음날에는 4,426점에 포인트가 더해져야 할 터. 하지만 이전 포인트는 4,128점. 오늘 적립된 포인트 149점을 더해 지금까지 누적된 포인트는 4,277점. 포인트가 늘어나기는 커녕 줄어들었다. A마트의 포인트는 늘었다 줄어드는 고무줄이란 말인가.
화가 난 주부9단은 직원에게 물어 점장의 핸드폰 번호까지 알아냈지만 점장과의 통화는 어려웠다. 계산대의 직원은 또 기계 고장이라며 변명했다. 하지만 설사 기계 고장이라 하더라도 A마트는 기계를 고치는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A마트는 포인트가 10,000점 이상 적립되면 10,000포인트부터 현금처럼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아무리 물을 부어도 차오르지 않는 콩쥐의 물독처럼 A마트가 이런 식으로 10,000포인트 이상 채울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닌지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 A마트가 위치해있는 우리 동네는 노인 인구가 많은 편이다. 영수증의 작은 글씨를 확인할 수 없는 노인들의 약점을 이용해서 이런 포인트 속임수를 벌인 것은 아닐까?
영수증을 확인하는 고객들은 많다. 하지만 영수증의 포인트를 확인하는 고객들은 별로 없다. 주부들은 이제 포인트까지 확인하는 버릇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여러분, 밑 빠진 독에 열심히 포인트를 붓고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보십시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