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 제2차 화재대전 시작 '대장님! 탱크 녹슬었는데...'

화재와의 전쟁 평가지표 유감

검토 완료

이호(johnkoom)등록 2011.01.28 08:44

소방방재청이 평가한 화재와의 전쟁지표가 문제다. 개별 지역성 없이 단순평가 만으로 소방기관의 장을 '신상필벌'하겠다고 밝혔다. ⓒ 이호

소방방재청은, '2010 화재와의 전쟁' 성과평가를 통해 우수한 성과를 거둔 기관에 대한 정부포상을 하고, 전국 소방서 중 최우수 성과를 이끌어 낸 전남 목포소방서장 박용관 지방소방정(60세)을 '소방준감'으로 1계급 특진 시키는 등 15명 소방관을 특별승진 시키기로 했다.

화재사망자 감소실적 60% 이상을 달성한 전국 최상위 3위권 소방본부(제주, 전남, 울산)와 소방서(목포,제주,김천)에 대해 정부포상과 표창 및 재정인센티브(총 180백만원)를 부여하고 전국 최하위권 소방본부장(대전본부) 및 최하위 3위권(경북 포항남부·경기 포천·부산 남부) 소방서장에 대하여는 문책성 전보조치 등 패널티를 가해 "2010 화재와의 전쟁" 작전 지휘관들에 대한「신상필벌」을 명확히 한다고 밝혔다.

이것은 공학도 아니고, 수학도 아닌 산수?
그런데 이 화재와의 전쟁 평가지표가 문제다. 3년 통산 화재사망자 수를 기초로, 사망자가 늘어나면 꼴등, 사망자가 줄면 1등이다.

별다른 인구수 비례나, 변수는 없다. 이게 전부다. 그동안 화재예방을 잘해, 사망자가 한명도 없었던 지역에 1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100% 늘어나면 꼴등, 200명이 화재로 사망한 지역이 올해 100명의 사망자만 발생했다면 1등이다.

소방관은 개별적으로 소방관이 되는 첫 관문인 소방학교에서 부터 화재공학을 연구하고 배운다. 그런데 최상위 부서인 소방방재청에서 평가한 이번 화재와의 전쟁 평가지표는 공학은 커녕 수학도 없이 산수다. 참고로 소방방재청 박연수 청장은 공학박사다.

'대장님! 탱크 30%가 녹슬었습니다...'
장수가 병사를 독려해 전쟁을 치루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전쟁의 필요성을 외부에 알릴때는 화살과 배를 만들기 위한 조달금을 갖은 방법을 통해 먼저 얻고 군량미와 옷가지, 그리고 칼을 갈고 시작한다.

현대전에서는 전쟁의 목적이 만들어지면 우선 자본부터 끌어들인다. 과거 대학살의 주범인 히틀러의 나치당도 자국내 자본가는 물론 전쟁 상대국인 영국의 은행까지 자본지원을 받아 전쟁을 치뤘다.

미국이 베트남전을 치룰때는 통킹만에 배를 세우고 '어뢰에 피격됐다' 거짓말까지 해가며 원조를 얻었다. 당시 통킹만에서 미국의 배가 북 베트남의 공격을 받았다고 허위 보고를 해, 의회에서 베트남전 파병을 결정하고 본격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됐다. 물론 이처럼 국가지원을 위해 거짓말까지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런데 전쟁을 이미 치뤘고 또 제2차 '화재대전'을 치뤄야 하는 병사인 대한민국 소방관의 탱크는 30%가 노후돼 언제 망가질지 모르는 탱크다.

매일이 전쟁인 소방관에게 야전병원인 소방병원은 커녕, 전쟁에 나갔다 돌아와서 월급 쪼개 민간병원에 들려야 한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그동안 잘 치룬 것은 소방관의 생명을 구하는 정신력 그 하나다.

전쟁에서 살아난 병사를 벌하는 장군은 없다
재난을 '제거해야 할 적'으로 보고 전쟁을 하는 것은 소방활동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모두를 활동적으로 만들기도 하며, 성과도 분류된다.

그런데 그 어떤 전쟁의 장군도 적을 덜 죽인 아군을 벌하는 경우는 없으며, 아군을 잃고 혼자 살아온 병사 또한 벌하는 법은 없다.

상을 주는 것은 훌륭하지만, 변수와 개별성 없는 산수평가에 최하위로 낙점된 소방기관을 '신상필벌'하는 것은 그 어떤 전쟁의 장군도 하지 않았던 일이다.

만약 무능한 장수를 벌하려거든 무능함의 지표를 확연하게 계산해서 '제2차 화재대전' 부터 시작하는게 좋지 않을까. 무능한 장수의 퇴출은 병사인 현장 소방관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119매거진(mgn119.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