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두깨로 직접 밀어서 먹는 칼국수집, 이유 있었네

주말마다 '색다른 체험, 홍두깨 밀기'...홍두깨로 칼국수 한 그릇의 소중함을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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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득렬(papercup)등록 2011.02.16 16:36
손님이 직접 홍두깨로 반죽을 밀고 칼로 썰어서 칼국수의 면발을 만들어 요리하는 칼국수전문점이 있다. 그야말로 핸드메이드 요리다. 주말에는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홍두깨를 밀어 장정 몇 인분의 칼국수를 만들어 낸다. 물론 손님들이다. 홍두깨로 밀어야 손맛 가득한 홍두깨 칼국수를 먹을 수 있는 곳, 그 사연의 주인공 '햇밀가'를 찾아가 보았다.

대구 수성구 두산동에 위치한 칼국수&보쌈전문점 '햇밀가(대표 이선영)'는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음식점과 다를 바 없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달라진다. 홍두깨를 밀어야 하기 때문이다. 칼국수도 먹기 전에는 일반 칼국수와 보기에 다를 바 없지만 먹어 보면 입맛이 달라진다. 중독되기 때문이다.

햇밀가 홍두깨로 직접 밀어 만든 칼국수를 맛보고 있다 ⓒ 전득렬


홍두깨 맛을 알려라, 직접 밀고 썰어서 만들면 칼국수가 공짜

햇밀가 이선영씨는 요즘은 어깨와 허리통증에서 해방되었다. 칼국수의 손맛이 소문나면서 손님들이 밀려들어 홍두깨와 칼을 손에서 놓을 날이 없었는데 요즘은 손님들이 직접 밀어서 먹으니 덕분에 몸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손님이 적었던 음식점 초기에는 무조건 홍두깨로 밀고 칼로 썰어서 칼국수를 만들어 냈지만 지금은 밀려드는 손님의 주문량을 따라 갈 수 없어 자동화 했다. 홍두깨 칼국수 맛과 차이 나지 않도록 수없이 많은 반복을 하고 난 후에 결정했지만 홍두깨가 상징하는 것을 잊을 수 는 없었다.

햇밀가 이선영씨가 홍두깨로 만죽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 전득렬


그래서 이선영씨가 생각 한 것은 바로 손님이 직접 홍두깨로 밀고 칼로 썰어서 칼국수를 만들면 본인이 먹는 칼국수는 공짜로 대접한다는 것. 홍두깨로 한번 반죽을 밀고 나면 족히 6~7인분의 국수가 나오기 때문에 노력한 대가가 되고도 남는다는 것. 거기에서 또 1인 분의 음식 값은 적립해 두었다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한다.

이선영씨는 "홍두깨를 잘 모르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서는 주말마다 '색다른 체험, 홍두깨 밀기' 행사를 가져서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게 합니다. 아이들은 생전 처음 보는 홍두깨로 밀가루 반죽을 밀어서 자신이 직접 만든 칼국수를 맛보며 음식의 소중함을 배우고, 어른들은 홍두깨를 밀었던 옛 추억을 떠올리며 왕년의 시범을 보이며 손맛의 전통을 이어나가는 거죠"라며 칼국수 한 그릇의 소중함을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정성들여 만들어 진 칼국수는 직접 만든 한 그릇은 공짜로 먹고, 나머지 한 그릇 값은 성금으로 적립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여진다. 칼국수 집에서 부활한 홍두깨는 음식의 소중함도 가르쳐주고 훈훈한 정도 나누게 하는 것이다.

홍두깨로 반죽을 직접 밀어서 편편하게 만들어야 공짜로 먹을 수 있다. ⓒ 전득렬


칼국수는 홍두깨로 밀고 칼로 썰어야 제 맛
     
칼국수 맛의 묘미는 무엇일까. 구수한 국물 맛이 끝내주고, 쫀득하고 쫄깃한 면발이 입안에서 살아있을 때 칼국수는 '본연의 맛'을 낸다는 것이 이선영씨의 설명.

'햇밀가'의 칼국수에는 '홍두깨의 향수'와 '칼 맛'이 배어 있다. 이선영씨의 떡 벌어진 어깨와 굵은 팔뚝은 바로 반죽을 미는 홍두깨와 반죽을 써는 칼 때문. 기계로 뽑는 칼국수 맛과 홍두깨로 밀고 칼로 썰어서 만든 칼국수는 맛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선영씨는 전통방식을 고집한다.

홍두깨는 옛날 풀 먹인 옷감을 다림질 하듯 반듯하게 펴기 위해, 다듬이 돌에 놓고 옷감을 두드리던 다듬이 방망이의 일종. 이선영씨는 할머니가 집에서 홍두깨로 직접 밀어서 반죽해서 먹던 칼국수 맛에 반해 칼국수 마니아가 됐고, 직접 칼국수를 만들면서 음식점을 시작했다. 

홍두깨로 밀어서 반죽을 편편하게 만든 다음 칼로 썰어야 완성된다. ⓒ 전득렬


"음식점 문을 처음 열었을 때는 손님들이 많지 않아 홍두깨로 밀고, 칼로 써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밀려들 때는 정말 어깨가 빠지는 줄 알았어요. 혼자서 홍두깨로 밀고, 칼로 썰어서는 주문량을 감당하기 어려워 온 가족이 홍두깨에 매달릴 정도였어요."

이선영씨는 홍두깨의 '달인'이다. 뭉텅이로 되어 있는 반죽을 홍두깨로 5분여 밀고 나면 반죽이 순식간에 편편해져 팔을 벌린 것 보다 더 크게 나온다. 그 편편한 두께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정하고, 그 반죽을 접고 말아서 썰면 그 면이 굵기 또한 일정하게 나온다.

그리고 손대중으로 1인분씩 집어 칼국수를 그릇에 넣으면 그 양 또한 정확하다. "젊은 처자가 어찌 그리 솜씨가 좋으냐"며 주방아주머니가 감탄할 정도. 그렇게 반죽이 홍두깨에 밀리고, 칼에 썰려 면발의 모양을 갖추면 국물 맛을 내는 재료에 따라 전통칼국수와 해물칼국수로 태어난다.

어른들도 홍두깨의 향수를 떠올리며 시범을 보이기도 한다. 역시 공짜. ⓒ 전득렬


칼숙수 맛의 또 다른 비법, 반죽 원료에 있다  
  
맛의 비법은 또 있다. 햇밀가의 칼국수 반죽에는 기본적인 밀가루와 검은콩가루, 검은깨가루 등 비법 담긴 재료들을 넣어 반죽한다. 또 24시간 저온에서 숙성시킨 뒤 밀고 썰어야 쫄깃한 맛과 구수한 맛이 완성된다.

한의사이자 조리사인 깨끗안한의원 조승래 원장은 "검은 콩가루는 해독작용과 중화작용에 좋으며 손발이 차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좋다. 장복할 경우 당뇨로 인한 소갈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원장은 "검은깨에는 뇌를 활성화시켜주는 '레시틴'이라는 성분이 풍부해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또 신장기능이 떨어져 안색이 좋지 않을 때 먹으면 피부탄력이 되살아나고 여드름 주근깨 피부노화 등을 막아준다"고 하면서 "칼국수 반죽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은 음식궁합에도 아주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검은깨를 넣어 반죽한 칼국수는 몸에도 좋고 맛도 좋다. ⓒ 전득렬


햇밀가 칼국수는 육수 맛도 남다르다. 해물과 채소를 데치고 우려낸 육수는 뒷맛이 깔끔하고 시원한 맛내는데 국물맛이 끝내준다. 전통 칼국수의 육수에는 각종 곡물가루가 들어가 진하고 구수한 맛을 내고, 해물칼국수는 각종 해산물이 들어가 바다향 가득한 색다른 맛을 내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선택해 먹으면 된다.

또 칼국수와 함께 나오는 콩나물 무침을 곁들여 아삭한 콩나물과 쫄깃한 면발이 조화를 이루어 깊은 맛을 낼 뿐만 아니라 아삭 아삭 씹히는 맛도 재미가 있다. 칼국수와 수제비가 함깨 섞여 나오는 칼제비도 이색적이다.

쫄깃하고 깔끔한 칼국수와 보드라운 보쌈의 만남

햇밀가에서는 칼국수 외에 특별한 맛을 내는 보쌈도 나온다. ⓒ 전득렬


햇밀가에서는 칼국수 외에 한방보쌈을 맛볼 수 있다. 보쌈은 얼리지 않은 1등급 국내산 암퇘지를 각종 한약재를 다려낸 물에 삶아낸다. 부드러운 맛과 높은 영양가는 살리고, 돼지 특유의 잡냄새는 확 잡아냈다.

부드러운 돼지고기 보쌈에 함께 나오는 오향장육도 그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또 보쌈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보쌈용 김치. 영양고추로 버무린 보쌈김치는 침 넣어가는 알싸한 맛과 담백한 돼지고기와 어우러져 맛을 한층 살려준다. 모듬보쌈은 세트로 세팅돼 나오는 밀쌈에 싸먹어도 맛있고, 상큼한 깻잎 장아찌에 싸서 먹어도 특별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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