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난리, 초기대응 실패가 '화' 불렀다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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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우진(flytosk2)등록 2011.03.20 13:35

물가가 치솟고 있다. 끝이 보이질 않는다. 10만원으로 장을 보면 살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정부는 올해 5% 성장과 3%대 물가 안정을 약속했지만 현장에선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08년 이후 지속된 유가 상승과 외부 곡물가격 상승 등이 물가 상승의 주범이라고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현재의 '난리'를 설명하기 힘들다. 오히려 현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가 더 큰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이후 경기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금리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적이 있다. 시중에 풀어둔 돈줄을 다시 죄어야 한다는 것인데 어쩐 일인지 한국은행은 쉽사리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못했다. 결국 제때 거두어들이지 못한 돈 뭉치는 가계 빚으로 둔갑했고 지금은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시기를 놓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와의 거리조절 실패에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의 인상과 인하를 결정하는 곳이다. 그런데 금리 인상은 장기적으로 경기 둔화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인상 결정을 두고 정부와 마찰을 빚기도 한다. 성장의 둔화로 체감경기가 나빠지면 정부의 인기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기 유지를 위해 정부가 금리인상에 개입하면 인상 시기를 놓쳐 장기적으로 볼 때 지금과 같은 물가 '난'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흔드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열석발언권이다. 국가 공무원이 한국은행회의에 참여해 발언권을 행사하는 것인데 이것 자체가 문제다. 어떤 식으로든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인사정책도 문제다. 대형 금융지주사 중 4곳의 회장직을 MB의 측근들이 차지하고 있다. 모피아란 말이 통용되곤 하지만 역대 정부 중 가장 적나라하게 자기 사람 심기를 보여주고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안쓰러울 때도 있다. 얼마 전에는 기획 재정부 장관이 주유소를 찾아가 정유 업계에 가격을 인하하라고 압박하더니 이제는 커피 원두의 원가까지 공개해가며 커피가격 인하를 우회적으로 강요하기도 했다. 그런데 노력은 가여워도 번지수가 틀린 것은 분명이 지적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의 독립성부터 보장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독립된 판단을 할 수 있다면 가격을 내리라는 협박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된다. 

 

2011.03.20 13:34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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