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CJ’가 내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30대 청년 CJ푸드빌과 프랜차이즈계약…창업 4개월 만에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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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stkitty)등록 2011.03.24 18:12
"부모님께 할 말이 없고 가족들에게 부담 줘서 미안하다. 사랑하는 동생아 정말 미안하다"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국내 베이커리업계 1~2위를 다투는 CJ푸드빌과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한 30대 청년이 매장 오픈 4개월 만에 문자를 유서로 대신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청년의 죽음과 관련, CJ푸드빌 측에서는 프랜차이즈 사업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애써 해명하지만, 남겨진 유족들은 대기업의 횡포가 주된 원인이었다며 CJ푸드빌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전도유망한 30대 청년이 부푼 꿈을 안고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가 자살에 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된 지난 4개월의 행적을 추적했다.

지난해 초 그동안 공부만 하던 김 모 씨는 사회초년병으로 33세의 나이에 창업을 꿈꾸게 된다. 김 씨는 창업과 관련, 다양한 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CJ푸드빌의 프랜차이즈 사업설명회를 듣게 되고, 가족들과 상의를 거친 끝에 CJ푸드빌의 주력상품인 '뚜레쥬르' 가맹점을 오픈하게 됐다.

당시 돈이 없던 그는 어머니가 살던 18평 남짓한 집을 팔고 또 대출을 받아 겨우 사업자금을 마련했다. 김 씨의 어머니 박 모 씨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사업이라 우선 믿음이 갔다. 때문에 고심 끝에 아들의 장래를 생각해 집을 팔아 사업자금을 마련해 줬다"고 말했다.

박 씨는 자신의 아들이 사회경험도 없고, 또 사업은 처음인지라 '뚜레쥬르' 가맹점 계약은 자신의 명의로 했다고 한다.

이후 박 씨는 CJ푸드빌에서 지정한 시공업체와 계약을 맺고 영업점 오픈을 위한 내부 인터리어 등 제반설비공사에 들어가게 됐다.

박 씨는 "당시 CJ푸드빌에서는 본사가 지정해 준 업체만 인테리어 등 기타설비와 관련된 시공을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 가맹점 계약이 안 된다고 못 박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딱히 내세울 시공업자도 없거니와 어차피 본사가 책임지고 영업점 오픈을 준비해 주는 상황이라 믿고 기다렸다.

그러나 공사가 시작되면서 상상치도 못할 일들이 벌어졌다. 계약당시 제시한 설계도면 및 시공방법은 다르게 진행됐으며, 일부에서는 부실시공도 이뤄지고 있었다고 한다.

박 씨는 "CJ푸드빌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새로운 자재를 들이지 않고 기존자재로 대충 얼버무리는가 하면, 기존 시설물도 철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실하게 공사를 진행했다"면서 "이후 잘못된 부분에 대해 항의를 하자 뒤늦게 공사감리가 나서 공사금액을 조정해 주겠다는 등 사과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애초부터 잘못 시공된 영업점은 오픈과정에서도 석연찮은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게 된다.

박 씨는 "평소 성격이 꼼꼼한 자신의 아들이 영업점을 오픈하기에는 공사가 다 마무리되지 않아 오픈날짜를 연기해야 된다고 주장했지만, CJ푸드빌에서는 제과나 빵 등 영업점 오픈에 따른 물자가 이미 준비된 상황이라 미룰 수 없다"고 말해 어쩔 수 없이 영업점을 오픈하게 됐다"고 말했다.

게다가 설비공사가 한창일 무렵, 당시 공사감리가 돌연 외국으로 출장을 가는 바람에 공사감리에 공백이 생기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영업점의 오픈은 공사감리의 검증도 없이 이뤄지게 됐다.

이로 인해 이 영업점은 오픈 이후에도 내부에 손님이 있는 상태에서 마무리공사를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됐고, 피해는 고스란히 점주의 몫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박 씨는 "영업장에 손님들이 있는데도 시공업체에서 사다리를 들고 와 마무리 공사를 한답시고 먼지를 날리는 바람에 있던 손님들도 다시 나가버리곤 해 자신의 아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분개했다.

결국 애초부터 부실하게 시공된 설비공사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멀쩡하던 에어컨에 물이 새고 에어건 가스도 누설됐다. 영업장 내부는 에어컨 등에서 흘러나온 물 때문에 바닥이 흥건하게 젖어 제대로 된 영업을 할 수 없는 형편에 이르게 됐다.

심지어 천장을 지탱하는 와이어도 일부 끊어진 상태로 방치돼 자칫 위험한 상태로 확산될 우려도 안고 있었다고 한다.

박 씨는 "영업장에도 물이 새어 나와 자신의 아들이 살펴보니 새롭게 인테리어를 한 천장에는 버려진 담배각과 음료수병 등이 널브러져 있었고, 천장을 지탱하는 와이어도 일부는 끊어진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CJ푸드빌에서 보내준 제빵기사는 빵을 제대로 굽지 못해 태운 빵을 만들어 내기가 일쑤였고, 나머지 빵 들도 영업장에서 사용할 수 없을 만큼 불량하게 만들어 손님들이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갔다. 이로 인해 영업시작 한 달여 만에 제빵기사만 2명이나 교체됐다.

또 CJ푸드빌에서 보내온 곡물식빵에서는 살아있는 초파리가 나왔고, 과일도 곰팡이가 잔뜩 낀 상태로 배송되기도 했다.

박 씨는 "CJ푸드빌의 부실한 관리와 횡포로 영업 손실이 너무 많이 발생해 자신의 아들이 심각한 스트레스로 정신공황상태에 빠지게 됐다"며 "결국 창업 한 달여 만에 영업을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박 씨의 아들 김 씨는 자신을 믿고 집을 팔아 창업자금을 마련해 준 어머니에게 더 이상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불과 창업한지 한 달여 만에 영업점 정리에 나섰다고 한다.

김 씨는 지난 2010년 7월 7일 CJ푸드빌 대표이사 앞으로 통고문을 보내 영업점 실태를 설명하고, 그간의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이 통고문에 따르면, CJ푸드빌과 가맹점계약 후 인테리어 설비 등을 위해 1억3000여만 원 가운데 1억2000여만 원을 지급했는데도, 제대로 공사설비를 하지 않아 정신적 물리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며 이에 대한 증거물로 관련 사진을 첨부했다.

김 씨는 자신이 보낸 통고문에 대해 CJ푸드빌 측에서 아무런 회신이 없자 같은 해 8월 11일 2차 통고문을 보냈다.

김 씨는 2차 통고문에서 가맹점계약당시 CJ푸드빌 개발팀장이 영업점현장실사를 한 결과 순이익이 40%로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그간 부실한 설비공사와 CJ푸드빌에서 보낸 준 불량 제품 등으로 현재는 점포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돼버렸다며 영업점을 인수를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CJ푸드빌은 1차 통고문에 이어 김 씨가 보낸 2차 통고문마저도 묵살하고, 아무런 회신을 하지 않았고, 이후 김 씨에게 돌아온 것은 CJ푸드빌에서 지정한 설비업체의 고소장이었다.

지난 2010년 10월 3일 미납된 공사금액과 관련, 설비업체로부터 피소됐다는 고소장까지 받아들게 된 김 씨는 다음날인 10월 4일 휴대폰 문자를 통해 "부모님께 할 말이 없고 가족들에게 부담 줘서 미안하다. 사랑하는 동생아 정말 미안하다"는 내용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 씨는 아들의 자살이 가져다준 정신적 충격으로 끝내 병원신세를 지게 됐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병든 몸을 억지로 추켜세워 2010년 11월 2일 3차 통고문을 보내 정리가 되지 않은 영업장의 조속한 인수를 요청했다.

박 씨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다만 자살한 아들로 인해 그의 여동생이 상당한 충격을 받아 자칫 딸마저도 큰 사고를 당할까 염려돼 아들의 흔적인 남은 영업장을 빨리 처분하려고 통고장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CJ푸드빌 측이 자살한 아들과 자신이 보낸 3차례의 통고문에도 아무런 답변이 없자 지난 23일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박 씨는 고소장에서 'CJ'라는 대기업을 믿고 자신의 아들이 창업을 하게 된 것인데, 오히려 대기업의 횡포 때문에 아들은 죽고, 영업점 손실로 경제적 피해도 막심하다며 관련자들의 엄벌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CJ푸드빌 측은 박 씨나 자살한 그의 아들 김 씨 등은 시공업체와의 문제 때문에 사건이 발생한 것이지 'CJ'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김 씨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은 쉽게 납득이 안가지만 어쨌든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그러나 그와 같은 문제는 시공업체와의 다툼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지 'CJ'와는 별개의 건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맹점계약당시 시공업체를 선정해 준 것은 영업점 지원차원에서 대신해 준 것이다. 따라서 시공업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점주가 임의대로 업체를 변경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덧붙여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일요주간 게재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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