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졸업장과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미혼모대안학교 제1회 홀트고운학교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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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eunya)등록 2011.04.01 10:49
전국에서 두 번째로 인가된 미혼모대안학교 홀트고운학교 제1회 졸업식이 2월 18일 열렸다. 소박하지만 남부럽지 않은 졸업식. 미혼모라는 이유만으로 학업을 중단했던 이들에게 '빛나는 졸업장'이 안겨졌다. 따뜻한 눈물과 포옹이 가득했던 홀트고운학교 졸업식 이야기를 전해 본다.

철없던 저희, 졸업합니다.


졸업생들에게 선사할 꽃다발. 홀트고운뜰 산모들이 가족을 대신해 친구들의 졸업을 축하해 주었다. ⓒ 김은희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금도 그 사랑 받고 있지요!" 15여 명의 배부른 산모들이 누군가를 향해 노래를 불렀다. 바로 오늘, 졸업하고 수료하는 친구들을 축하해주기위해서다. 힘든 시간을 버텨 온 친구들에게 주는 작은 선물인 것이다.

"임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을 닥치고 막막했어요. 그래도 고운학교가 있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졸업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그게 가장 감사해요!"

"솔직히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는 게 무섭고 두려워요. 혹 학교에 소문(임신)이 났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참고 열심히 이겨 낼꺼예요.  학교에 다시 갈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고운학교에서 반년 동안 열심히 했으니까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어요."

"혹, 저희처럼 청소년시절 임신한 친구가 있다면, 학교를 포기하지 말고 이곳, 고운학교로 오라고 전해주고 싶어요."

졸업하는 은아(가명) 씨도 수료하는 정희(가명) 씨도 이제 곧 홀트고운학교와 고운뜰을 떠난다는 생각에 서운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짐합니다.

우선 제가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여러 번 포기하려 했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정말 다 포기해 버리려 했습니다. 너무 힘든 시간들이었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힘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저에게 손을 내밀어 준 것은 다름 아닌 고운뜰 선생님들이었습니다.
저를 보며 힘내라고 항상 따뜻하게 등을 토닥여주셨던 원장님, 언제나 화사한 미소로 답변해 주시는 국장님. 잘못한 일에는 혼도 나지만 힘이들 땐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시는 사감선생님. "다 괜찮아 뭐든 할 수 있어"라고 말하며 저를 보고 친언니처럼 웃어주시며 함께 고민을 나눠 주신 여러 선생님들.

엄마의 마음을 모르던 저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었고 철이 없는 저에게 사람간의 신뢰와 배려가 어떤 것이라는 걸 알아가게 해 주신 저에게는 한 줄기 빛과 같았던 고운뜰 모든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바보 같았던 철없는 저는 이제 이렇게 졸업을 합니다. 항상 애 같이 행동 했던 제가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성장된 모습으로 조금은 어른이 되려 합니다. 항상 지켜 봐 주세요.

자랑스러운 제자들, 힘내! 응원할게!

홀트고운학교 선생님들! 첫 제자들을 위해 화이팅 외치는 선생님들! ⓒ 김은희


35시간, 부푼 배를 안은 산모들이 수업을 듣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기에 홀트고운학교․고운뜰 모든 선생님들이 학생을 우선 배려하고 기다리며 때론 부모처럼, 친구처럼, 때론 먼저 산 인생 선배로써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비록 3개월의 짧은 시간이지만 정들었던 첫 제자, 첫 학생 4(?)명이 졸업과 수료를 시킨 선생님들의 마음은 어떨까?

"딸 가진 부모로써 처음 이들을 대할 때 참 마음이 아팠어요. 사회가 잘못된 선입견을 가질게 아니라 우리사회가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인생이 끝난 것이 아닌 계속되는 것이니 자금했던 것처럼 열심히 살면 언제든 꼭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믿으며 살아주었으면 좋겠어요!" 과학담당 박영도 선생님은 홀트고운학교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이번 졸업생들은 그나마 작은 축복을 받은 게 아니냐는 말씀도 남겼다.

"상처 받은 아이들이어서인지 참 친해지기 힘들었어요. 경미(가명)는 수업 한 달이 지난 후에 말을 걸더라고요. 그래서 '난 너 언어장애 있는 줄 알았다'며 농담했죠. 그 이후로 가정사, 개인상담까지 논의할 정도로 적극적인 아이였더라고요." 김인태(영어) 선생님 말씀에 다른 선생님도 크게 공감했다. 미혼모들에게 필요했던 건 정작 '사랑과 관심'이 아니었을까?!

"만삭의 몸으로도 중도 포기하지 않고 졸업까지 온 너희들은 참 훌륭한 사람들이야. 이번 일을 시작으로 당당하게 다시 출발하길 응원할게! 파이팅!"

때론 언니처럼 엄마처럼 그리고 친구처럼 아껴주며 다독여 주었던 한선희(수학) 선생님, 최현주(사회) 선생님.김애숙(국어) 선생님. 가르쳤던 한 아이, 한 아이를 안아주며 이들의 앞날에 먹구름은 사라지고 '행복'만이 가득하길 기원했다.

임신해도 학교 다녀요.

홀트고운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홀트고운뜰(미혼모자시설) 2007년 입소자를 보면, 13~19세 40%, 20~23세가 29%에 달하고 홀트아동복지회 전체 미혼모자시설 년 인원 100명 중 30~40% 정도는 임신으로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 미혼모이다. 공부가 필요한 시기지만 미혼모를 바라보는 우리사회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학교에서 사회에서 쫓겨나야 했기에 미래의 꿈도, 태어날 아기의 미래도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학생미혼모들의 학습권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발표 후 청소년 미혼모들은「교육기본법」제3조 평생학습권 보장 및 교육받을 권리 규정에 따라 임신 전・후 기간 동안 대안교육 및 출석 인증 제도를 통해 학교수업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홀트아동복지회는 미혼모대안학교 홀트고운학교를 지난해 9월 경기도 여성정책국 지원으로 설립했다.

홀트고운뜰에서 운영하고 있는 홀트고운학교는 정규교과목(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과 대안과목을 60:40로 운영하여 수업인정에 충족한 주35시간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수업을 통해 청소년 미혼모들은 재학 중이던 학교로 복귀하거나 학교명의 졸업장을 취득할 수 있다. 단, 자퇴나 퇴학한 경우는 복귀절차를 우선 받아야 한다고. 또한 고운뜰 생활자  뿐 아니라 경기도내 모든 청소년 미혼모가 이용할 수 있다니 특히, "학교선생님들은 꼭 기억해 주세요!"

덧붙이는 글 홀트아동복지회 사보 '홀트소식 봄호(162호)'호 게재된 기사입니다.
www.hol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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