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우리 딸 납치당했어요"

검토 완료

황화진(hwajin88)등록 2011.04.01 10:54
이런 저런 이유로 요새 산을 못 가서 큰 맘 먹고 막 나섰는데 이 목사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 분은 나한테 전화할 때마다 항상 약간 농담 섞인 말투로 시작하는데 어제는 다소 긴장한 듯한 목소리로 다급히 도움을 청하는 것이었습니다.
"목사님, 저어~ 우리 딸아이가 지금 납치당해서 돈을 요구 받고 있거든요. 빨리 최 형사 전화번호 좀 알려 주세요. 핸드폰은 지금 집사람이 통화 중이니까 이 전화로 빨리요"
"아, 알았어요."
전화를 끊고 바로 연결해 드리고 수사과에 근무하는 김 회장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이 목사한테 연락 못 받았죠?
"무슨 연락요?"
"아, 그 목사님 딸이 납치당했다니까 얼른 확인해 보시고 조치 좀 취해 주세요."
"뭐라구요? 112에 신곤했나요? 하여튼 알았습니다."
당최 이게 뭔 날벼락 같은 소린가 싶어 가던 길이 무거워 가야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잠시 후 김 회장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목사님, 걱정하지 마세요. 보이스 피싱입니다."
"네? 이런 젠장. 아, 그걸 구분 못하고 그랬단 말이예요? 다행입니다. 일단 알았습니다."
전화를 끊고 다시 이 목사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딸 확인됐습니까?"
"아직인데 확인하고 있습니다."
확인되는 대로 문자로 연락 좀 달라 하고 기다렸는데 연락이 없었지만 내심 보이스 피싱이라고 경찰서에서 알려주어서 안심하고 일단 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인터넷을 열어보니 이 목사네서 메일이 왔네요.
"저는 어제 삼월의 끝날, 3월 31일 오후 3시31분에 사기 당할 뻔 했다가 그 순간 피할 길을 주신 분께 감사 감사를 드립니다. 한통의 전화가 따르릉 와서 받았더니 딸의 목소리 같은 아이가 엄마 나 붙잡혀 왔다며 하니 한 남성이 전화를 뺏더니만 아줌마 아줌마 딸 잘 데리고 있으니 돈을 요구 하면서 전화를 끊지 말고...돈을 없다고 하니...핸드폰으로 친구들이나 누구한테든지 돈을 구하라고 하더군요. 그때 전 옆에 있는 경목실장으로 봉사하는 남편에게 글을 써서 보여 주었더니 경찰서에 연락을 취하고 저는 계속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하는 그 나쁜 놈들에게 이용을 당하다가 돈을 붙이려는 순간 그 찰라에 끝내는 보이스 피싱 사기에 당한 사실을 알고 안심은 했지만 멍청이처럼 당한 것이 너무 억울해서 내 자신 가슴을 쳤습니다. 아니 남들이 얘기할 때는 별 반응을 안 보인 것이 미안했고 나에게도 당할 수 있는 일이구나 했습니다. 전 어제 당해서 오늘은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당하지 마세요. 어떠한 유혹이 올지라도...."
하긴 멀리 사는 우리 집안에도 그렇게 당해서 500만원 날린 분이 있습니다. 당하려면 아차 하는 순간 당할 수 있는 일이니까 누구라도 항상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법조계에 근무하시는 높은 분도 당했다는 기사를 본 일도 있습니다.
아, 하여튼 천만다행입니다. 최 형사님이 순간 판단 잘해줘서 위험한 고비 잘 넘겼네요. 감사드립니다. 보이스 피싱 그거 하는 인간들 좀 어떻게 강력하게 조치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오늘 만우절인데 쓸데없는 거짓말로 행정력 낭비하는 일 없기 바라면서 파이팅입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