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를 자전거로 달리며 적어본 몇가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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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은(antifur)등록 2011.04.04 09:26
비포장된 철책길을 따라 달리는 내 마음은 남북이 만나는 지점이라는 긴장과 

내가 그동안 관심가지지 않았던 생명들이 그곳의 주인으로 살고 있다는 긴장감을 따라 달렸다.


덜컹덜컹~ 엉덩이가 조금 아팠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라고 만들어지는 수많은 포장도로 속에서 비포장길은 남북분단으로 멈춰선 
장단면 기관차처럼 미래를 위해 남겨두어야 할 소중한 길이었다.


반환점과 도착점을 향해 달리지만 말고 주변을 두루 보며 DMZ를 이해하는 과정을 만드는 '
DMZ자전거투어'가 되어야 한다.


쉬고 싶고 나른해지는 3월 첫 번째 일요일. 지하철을 두 번 갈아 타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 가서 경의선을 갈아타고 도착한 곳을 문산. 신의주까지 달렸던 경의선 철도는 현재 46km인 서울과 문산까지만을 왕복한다. 문산에서 1000원을 내고 통근열차를 타면 목적지인 임진강역에 도착할 수 있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주최하는 'DMZ자전거투어'는 민통선 내 철책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는 기대감과  흔히 가볼 수 없는 기회라는 희소성이 장점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한다. 하지만, DMZ와 자전거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며 계속 진행될 평화누리길 조성사업, 자전거 도로 및 숲길등 생태관광사업이 DMZ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정리된 바가 없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아마도 이날 참가했던 참가자 100여명은 모두 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를 모두 잘 채우고 갔는지는 알 수가 없다. 행사가 끝나고 소감을 물어보거나 행사에 대한 설문을 하는 등의 피드백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DMZ자전거투어' 시작 전 몸풀기 체조 임진각에서 모인 100여명의 참가자들이 라이딩을 시작하기 전 몸풀기 체조를 하고 있다. ⓒ 이승은


오후 1시 임진각에 모여 자전거와 헬맷을 받고 2시에 출발선에 섰다. 몸풀기 체조도 하고 상품을 건 퀴즈풀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들어갈 수 없는 임진각 앞 민통지역에 자전거로 달려간다는 생각을 하니 계속 가슴이 콩당콩당했다. 출발! 쇠기러기가 한가롭게 먹이를 먹고 있는 임진강옆 들판을 지나 방향을 꺾어 올라간 곳은 통일대교였다. 1900년 현대 정주영회장이 소떼를 몰고 북으로 갔던 다리인 통일대교를 건넜다. 100여대의 자전거가 소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통일대교를 지나 약간의 언덕길이 나와 그런지 몰라도 판문점을 향해 가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DMZ자전거투어' 판문점 가는 길 통일대교를 지나 판문점 가는 길 위를 달리며... ⓒ 이승은


판문점을 향하는 표지판을 보며 잠시 생각이 많아졌다. 31명의 북한주민이 표류하여 남하해서 4명은 귀순의사를 밝혔고, 북은 31명 전원에 대한 무조건적 송환을 요구한 상태. 자전거투어 직전 혼자 둘러본 임진각 자유의 다리는 1953년 남북포로를교환하면서 남으로 오겠다고 한 포로들이 경의선철로까지 차를타고 왔다가 다리를 건너 온 한국전쟁의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었다. 그 자유의 다리를 보며 진정한 자유는 남과 북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31명 북한인들의 자유는 남과 북의 관계에 엃혀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 그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판문점으로 좌회전되는 지점에서 반환을 한 우리는 다시 통일대교를 지나 초평도를 향해 달렸다.



초평도는 민통선 내에 있는 섬으로 다시 말하자면 60년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아서 자연생태계가 본래의 건강한 모습을 찾은 곳이다. 물론 강 상류에서 떠내려온 지뢰가 많을 것으로 추정되어 쉽게 개방되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초평도는 독수리, 재두루미와 같은 멸종위기 조류와 고라니, 삵등 같은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어서 그 가치가 더욱 중요하게 대두되는 섬이다. 


나는 맨 뒤에서 자전거를 타고 갔기 때문에 선두 자전거들이 초평도 부근을 지나면서 새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초평도 근처 탐조를 갈 때에 몸을 낮추고 조용히 천천히 걸어갔던 기억이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달려간다니 아무래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우리가 달려가는 길 주변에 흔히 볼 수 없는 생명이 많이 살고 있는데 그냥 지나쳐 달려가는 것은 아닌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도 주변의 새들을 보며 "오리다!"라고 외칠 뿐 정확하게 그 새가 어떤 종류인지 왜 이곳에 많이 모여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사람이 주변에 없기 때문에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았다.

DMZ평화자전거누리길 사업이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보도를 본다. 요즘 이런저런 길들을 내고 길위에 돈을 많이 쓰는 것이 지자체마다 붐이라고 하던데... 길을 먼저 내기 전에 주변을 좀더 살피는 과정이 있었으면 한다. 사람의 출입이 자유롭지 않았던 민통선 지역에 사람들이 다시 몰려들어가는 것이 경제발전의 전부가 아니다. 길을 내는 과정에서 그 길 위에 살고 있었던 동식물들, 지역주민들이 함께 사는 방법을 제대로 만들고 길을 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동과 서를 잇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기존에 있던 길들을 찾아내고 잘 이용할 수 있게 연결해주는 것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경제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생태지평연구소 DMZ보전팀에 일하고 있는 막내연구원^^
개인블로그 antifur.tistory.com에 작성한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생태지평연구소 DMZ보전팀에 일하고 있는 막내연구원^^
개인블로그 antifur.tistory.com에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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