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력자와 집단지성의 사이, 48÷2(3+9) 논란

누리꾼보다 진화한 누리꾼, 잉력자들이 만드는 집단지성

검토 완료

장봉환(reicry)등록 2011.04.12 10:55
 누리꾼들이 때 아닌 수학논쟁에 빠졌다. 이 논쟁의 발단이 된 문제는 바로 48÷2(3+9), 문제를 이해하는 방법과 풀이 순서에 따라 '2'를 정답으로 지지하는 이들과 '288'을 지지하는 이들로 갈린 것이다.

지난 4월 10일 오후에 시작된 정답 논쟁은 11일인 지금도 '네이버' 검색순위에 오르고 있으며, <수학의 여신>이라는 수학 참고서를 집필한 개그우먼 곽현화의 풀이까지 기사화 되는 등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누리꾼들은 서로가 지지하는 정답의 수학적 원리를 주장하기 위하여 근거자료로 관련 논문이나 해외 자료 등을 제시하는 등 사안의 크기에 비해 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쯤 되면 이들의 이러한 행동을 '잉여짓'(쓸데없는 일이나 행동)으로 치부하기에 쉽지 않아 보인다.

잉력자와 집단지성

이러한 '잉여짓'에 열정을 쏟아 붇는 이들을 '잉력자'라고 부른다. '잉력자'는 '잉여'와 '능력자'의 합성어로 '큰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인터넷 용어이다. 초기에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상의 능력자를 지칭할 때 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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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어떠한 보수나 특정 목적보다는 주로 개인의 관심과 재미를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포하면서 인터넷 문화의 '생산자'로서의 지위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대개의 경우 이들의 활동이 지적 활동으로 발전하지 못한 채 인터넷 상에서 한정되고 일시적인 현상으로 머물 때가 많다. 하지만 이번 '48÷2(3+9)논란'처럼 주장을 관철하고 타인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지식을 전파하는 순기능을 발휘할 때도 있다.

논란이 발생한지 만 이틀이 지난 지금 인터넷 곳곳에서 정답의 여부보다 양쪽이 제시한 논리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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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잉력자'들의 관심이 한 가지 이슈로 집중이 될 때, 보다 깊이 있고 활발한 집단지성이 발휘된다. 이들은 '눈팅'(인터넷 상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위)을 주로 하는 일반 누리꾼들 보다 적극적으로 이슈에 개입하고 정보를 주도해 간다. 인터넷 상의 '이슈메이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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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누리꾼들은 이들이 생산해 내는 정보 가운데 본인의 판단에 부합하는 것을 SNS를 통하여 전파하고 찬반의견을 제시하여 여기에 동의하거나 다른 의견이 있는 이들이 모여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게 될 때, 집단지성의 결과물이 창출되는 시스템이 완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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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력자, 집단지성의 리더집단과 콘텐츠 생산·유포자 집단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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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사회의 주요 이슈로 옮겨져 작동했다면 지금까지의 사회적 합의체계보다 더 개방적인 방법으로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은 이러한 이슈에서 거리를 두거나 합의를 통한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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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적 이슈는 이들 대부분의 속성인 '재미'와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논리보다 감정이 지배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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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이들에게 기대를 걸 수 있는 까닭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속에서 소통하고 더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어 중동으로 번진 '재스민 혁명'과 같이 집단지성이 SNS와 결합하여 사회변혁의 기폭제가 되는 것은 우리가 목격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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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력자'들이 지금의 한계를 넘어 집단지성의 인도자가 될지, 아니면 단순한 콘텐츠 생산자로 남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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