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공할 노동탄압이 벌어지고 있다. 원청인 현대자본은 하청업체를 부추기거나 자신들이 공공연히 나서 노조탈퇴를 종용하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들은 해고와 정직, 감봉 등 징계조치를 통해 노동자들 생존권을 쥐고 흔든다. 노동·인권단체들이 3월31일 울산과 아산 현장에 내려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 대량징계 진상을 조사했다.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 이번 징계가 노조를 탈퇴케 하기 위한 것이며, 징계의 모든 과정에 원청인 현대차가 직접개입하고 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3월 말 현재 아산공장에서 39명이 해고됐고, 158명이 정직처분을 받았다. 울산공장에서도 해고자 48명, 정직·감봉을 포함한 징계대상자가 무려 536명에 이른다. <기자의말>
▲ 현대차 비정규지회가 사내하청 노동자도 현대차 소속이라는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며 지난해 11월15일부터 25일 간 울산1공장 점거파업을 벌였다. 사진은 지난해 12월9일 농성해제 직전 열린 보고대회 장면. ⓒ 노동과세계 이명익
현대차 비정규직 징계 과정과 사유, 절차, 양정에 있어서 조합원들의 소명권, 이의제기 등이 철저히 배제됐다.
"소장이 해고될 거라면서 노조를 탈퇴하면 살려주겠다고 했어요. 해고통지서도 오기 전이었으니까 해고할 사람은 업체별로 미리 정해놓은 것 같아요."(울산)
"정상적 징계절차가 없었어요. 회사 게시판에 공고 붙이고 며칠 후 바로 해고처리됐어요."(아산)
"야간작업 마치고 나오는데 내일부터 나오지 말랬어요, 우리 조에서 농성에 참가한 조합원 전원이 전부 그런 식으로 징계 통보받았어요."(울산)
"징계사유가 '불법파업으로 4일 무단결근했기 때문에'라고 했는데, A조는 해고, B조는 정직 45일 정도 먹었어요. A조는 강성, 단결력이 더 높아 징계를 더 세게 준 것 같아요."(아산)
▲ 지난해 12월9일 현대차 비정규지회 점거농성 해제와 동시에 울산공장 아반떼홀에서 열린 노사상견례. 그러나 현대 자본은 약속을 저버린 채 비정규노동자들 탄압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명익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와 중징계는 애초 원청 자본이 기획한 것이었다. 노조탈퇴를 종용하는 현대차의 의도가 조합원들 증언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각서를 쓰면 징계를 줄여준대서 결국 각서를 썼어요. 각서 내용이 '앞으로 파업지침을 따르지 않겠다'는 거였어요. 그 다음에는 노조탈퇴서를 쓰라는데 차마 그건 못하겠더라구요."(울산)
"사장이 '노조에 많이 가입하면 원청에 잘못보여 계약연장이 안된다'고 했어요. 노조에 가입하려는 사람이 누군지 알려달라면서요."(울산)
"1차 파업 전에 정말 파업할 것 같으니까 조합 탈퇴하라고 면담을 계속 했어요. (생산과 차장이 원청관리자인데) 탈퇴하면 인사고과를 높게 준다고 했대요. 저는 강성으로 찍혀 안 부른 것 같아요."(울산)
현대차에서 일어나는 노조탈퇴 공작은 그 범위에 제한이 없다. 사업장을 벗어나 가족과 친인척, 지역사회 전체를 동원해 진행되고 있다.
"반장 조카가 조합원이 됐는데 현대차에서 반장한테 압박을 가해서... 그 사람 진급이 안되는 거야. 그러나 빨리 조카를 꼬셔라... 그래서 결국 탈퇴시켰잖아."(울산)
"탈퇴한 조합원 한 명은 아버지가 하청업체 전 소장인데 아버지에게 노조탈퇴하라는 압박이 들어가 결국 탈퇴했다."(아산)
"아버지는 노조 하고 싶으면 하라고 했대요. 삼촌이 직영인데 아버지하고 노조 탈퇴문제로 말다툼하는 걸 보고 가족분란 생기겠다 싶어 결국 노조를 탈퇴한 사람도 있어요."(울산)
"한 동생은 정규직인 아버지가 협박을 하니... 니가 그만둘래 내가 그만둘까 그러니 할 말 없더라고..."(울산)
"저도 예전에 취직할 때 소개해 준 사람한테서 탈퇴하라고 연락이 왔어요."(울산)
▲ 지난해 12월9일 점거농성 해제 당시 이상수 전 현대차 비정규지회장의 연설. 점거농성 때 수배된 그는 사측에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서울 조계사에서 단식하다 현재 구속 중이다. ⓒ 노동과세계 이명익
원청인 현대차는 하청업체 소장들을 대상으로 노조탈퇴 교육을 했고, 비지회 조합원 가입이 늘자 하청업체가 이를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하청 사장들은 대놓고 조합원들을 감시하고 사찰하기까지 한다.
"노숙투쟁하는데 바지사장이 따라왔습니다. 그 옆에서 술 먹었어요."(아산)
"지금도 전화 한 통씩 와요. 큰 행사 있으면 어딨나 싶어서 반장 시켜 전화해요. 주변 시끄러운지, 집회 안가는지 확인하는 거죠."(울산)
"하청업체 사장, 소장이 직접 나와서 선전전에 참가한 사람 사진 다 찍어가요. 맨날 쫓아다니니까 우리가 뭘 하는지 다 꿰고 있죠."(아산)
"작년 말 파업 직전에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 대상으로 종업원지위확인소송 대상자를 모집하는 중에 소장이 전화해서 '살생부를 적고 있다, 내 손에 피 묻히기 싫다. 탈퇴해라, 원청에서 널 주동자로 안다. 해고 1순위다' 그러더라구요."(울산)
"정문 앞에서 출근투쟁을 하는데 소장들이 차에 숨어서 지켜봤어요. 차로 가니까 도망을 쳤어요. 차 뒷좌석에 누가 숨어 있길래 나중에 소장한테 누구냐고 물었더니 (원청)협력지원팀 과장이라는 거에요."(울산)
"사장과 원청 관리자가 제 집 등기까지 떼보고 '너 깨끗하네'라면서 가압류하겠다고 협박했어요."(아산)
"비조합원들 앞에서 조합원들을 가리키며 '쟤들은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한 애들이니 어울리지 말라'고 대놓고 모욕하기 일쑤였죠."(아산)
비정규직에 대한 일상적 차별, 부당노동행위와 인권침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것이 파업 이후 더 심해졌다. 울산과 아산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호소하는 것 중 하나가 생리적 욕구 해소를 방해하는 '화장실 사용', 그리고 건강권 박탈이었다.
"화장실 가려고 전화하면 '기다리라'고 해놓고 안내려와요. 전화해도 안받고 꺼놓는 경우도 많아요."(아산)
"아침 8시에 와서 잔업 10시까지 근무하면서 그 전에는 20분 정도 화장실을 보내줬는데 이제 그런 거 없어요."(울산)
"회사 복직 후 뒤죽박죽이었어요. 지회장 있는거랑 없는거랑 너무 달라요. 아파서 미리 말하고 한 타임 쉬었는데 경고장 날리고 절 끌어냈어요. 무단이탈이라면서."(울산)
▲ 지난해 12월9일 점거파업을 마치고 공장을 나오는 현대차 비정규지회 조합원들. ⓒ 노동과세계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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