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어, input = output?

시험보는 영어에서 소통하는 언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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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naeelum)등록 2011.04.18 10:00

엊그제 코엑스몰을 모처럼 다녀왔는데.... 인도사람들이  조립품 가게에서 열심히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나도 그옆에서 물건 이것저것을 보고 있었다.

인도사람.

" 메뉴얼이 한국어로 되어있냐? 영어로 되어있냐?"

주인

" ....Ye Ye..Korean"

인도사람

" 한글로만 설명서가 되어있어도 내가 조립할 수 있냐?"

" .....Ye, Ye.."

인도사람은 주인의 자신없는 목소리에  확인, 또 확인을 한다.

그나마 알아들은 내가 나서야할까? 주인도 한글로 되어있냐 영어로 되어있냐까지는 알고 계신듯한데 과연 한글로만 되어있는 상품이 외국인들도 쉽게 조립할 수 있는 건지..만약 내가 확실히 묻고 내용을 말해주면 저 외국인이 살것인지 말것인지...알고 산다면 다행이지만 안산다면 주인이 날 어떻게 볼지 뻔한거고. 공연히 나서는게 아닌가싶어 내 볼일만 보고 자리를 떴는데 꼭 내일처럼 찝찝했다.

오랜만에 강남에 와서 그런가 외국인들이 의외로 많았다. 온통 영어간판에 영어광고에 정말 영어가 일상인듯한 이곳에서 좀 더 적극적인 장사를 하려면 묻는 것만 대답할 게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 권해서 돈으로 연결되는 외국어를 해야겠다란 생각을 했다. 

 

내 친구. 남대문에서 장사하는 그 친구는 영어시간 내내 졸던 학생이었다.  어느 날 이 친구가게에 들렀을 때 그녀가 외국인들과 거래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영어 일어 중국어까지.  

따따부따하는 중국상인부터 러시아에서 온 미녀상인까지 얼굴쳐다보지도 않고 계산도 척척,

" 와, 니 진짜 외국어 잘한다. 너 언제 그렇게 늘었냐?"

" 돈이 왔다갔다하는데. 다 돼." 라며 으쓱한다. 물론 정치경제를 논하는  깊고 어려운 대화가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현장외국어가 되는 친구를 다시한번 쳐다보았다.

 

장사얘기를 그만하고 미국에서 태어난 조카가 한국에 잠깐 놀러 왔었다.  불행하게도 조카의 한국말은 우리나라의 3살 정도 수준이었다. 이 녀석, 한국말은 못해도 한국은 너무 좋단다. 외모는 영락없는 토종이니 타향살이 이방인이 느끼는 낯섬은 당연 없는게다.

한국가수는 유투브로, 드라마는 video를 통해  많이 봐왔던 탓에  저가 한국말 좀 못해도 생활정도야..쉽게 생각했는지 자기 혼자 막 다닐 수 있다며 호기를 부린다.

막상 근린상가를 배회하다보니 영어질문에 대답하는 상인이 없다는 걸 알아채고는 영어하는 또래친구를 소개시켜달란다.   

조기유학, 최근 유학다녀 온 지인들의 자녀를 많이 알고 있는 탓에, 아니 주변에 많지않은가? 해서 또래 아이들한테 이런저런 상황을 얘기하니 부모님들은 열에 열,

" 그래 영어공부 좀 해야지 이 기회에." 라며 아이들의 등을 밀지만 정작 자녀들은

"시간도 없구...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재미교포는 ....차라리 완전 외국인외모면 몰라도.."하며  절레절레 흔든다.

겨우겨우 한 명을 섭외했다, 배운 영어 공부하라구..함께 보낸 시간이 한 3시간 되었을까?

섭외한 학생으로부터 전화가 디리릭왔다.

" 왜? 무슨일있니?"

" 너무 힘들어요... 이제 그만 놀고싶어요.."

그날 학생은 머리가 지끈거렸단다.  한국말이라고 해봐야 " 좋아, 응? 아니? 그래." 정도인 조카에게 물건 하나하나 설명하고 조카가 원하는 뭔가를 찾아주기위해 이리저리 다녔던 게 너무 과도한 부탁이었다는 것. 영어공부고 뭐고 말통하는 한국친구와 노는게 좋다란 결론이었다.

영어를 못하고 안하는 한국인, 한국어를 못하는 조카의 괴리감은 의외로 커서 두달간의 엄마아빠 나라 방문, 드라마속의 로맨틱하고 자유로움을 상상했던 아이는 여러번 체하면서 그 스트레스의 정도를 보여주었다.

" 왜 엄마 아빠는 나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주지않았을까?" 란 원망과

" 여기 학생들은 영어 안배워? 배우는데 왜 영어를 못해?" 란 의심을 내게 쏟아부었다.

수준맞지않는 초등학생들만 " 언니 발음 너무 좋아. 진짜 못알아듣겠어." 적극적인 경이로운 눈빛을 보내니 대학생나이의 조카가 시쿤둥한 반응일수밖에 없다. 

아이고. 우리나라는 영어권이 아니잖여...영어를 배워도 시험보고나면 끝인데 어디 쓸데가 있어야지. 

내가 조카를 강남이나 어디든 그래도 영어하는 아이들이 많은 곳에 내려놓았다면  상황이 좀 달랐을까? 어디를 가야 may i help you?  what would you like to do? anything you want just tell me.를 들을까? 알고싶다.

 

한국학생한테 세번놀란다는 얘기는 고전이다.

영어성적이 너무 좋아서 한번

그렇게 좋은 영어성적인데 영어가 안되서 또한번

다시 영어시험을 보면 처음보다 더 좋은 성적에 또 한번.

영어 paper 실력은 너무 좋은데 말이 안된다란 얘기다.

실제로 학교에서 원어민이 들어온 뒤 제일 힘들어지는 과목이 영어란 얘기가 있다.

학생들이 원어민옆에 서있는 한국샘의 발음이든지 뭐든지 원어민과 비교를 하기때문이라는데 아무렴 우리가 전혀 듣도 보도 못한 미국의 어느 대학이라고 해도 원어민영어아닌가? 비영어 교사들은 외국인이 말걸을까 아예 눈을 마주치지도 않는경우도 있단다.

 

어찌되었든간에 영어는 쓰라고 배우는거다.

일이년도 아니고 무려 몇년인가? 그 금액은 또 얼마인가?
조기영어, 유치원 영어, 방과후 영어, 학원 영어, 원어민 영어수업, 테이프영어, 전화영어, 화상영어, 토익영어, 텝스영어 거기다 이제 수능시험대신에 국가인정영어가 또 생긴다고 하니 투자된 시간과 금액을 환산하면 혈압만 높아진다.

 

그래도 영어 원어민과 서너시간을 함께 보내기가 쉬운가?

이것저것 권유하며 하나살 것 두서개 더 사게하기가 쉬운가?

서울대의 영입 외국인교수가 떠나고 있다란 기사가 엊그제다.

당췌 말이 되어야지. 영어인프라가 되어있지않은 상황이 답답해서 고액연봉, 명예도 마다하고 떠난다는 말이 정말 안타깝다.   

 

우리 영어, 최소 input = output은 되어야하지않을까?

어떻게 배워야 진짜 소통하는 언어가 되는 것일까?

 

      

2011.04.18 09:53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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