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선 도로위의 가파른 육교 정말 건너다니라고 만들어 세운 것일까? 아니면 '이게 육교입니다'란 교재용일까? ⓒ 안동권
내 눈을 의심스럽게 한 육교였다. 교통량도 얼마 되지 않는 면소재지 2차선 위에(충남 당진군 신평면), 저렇게 가파르고 흉물스러운 육교를 만들어 세운 까닭이 무엇일까? 육교 상태로 보아 최근에 세운 듯 했는데(오래 전에 세웠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만), 실제로 건너다니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라기보다 '이게 육교란 것이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교재용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실제로 육교 주변에서 1시간 이상 머물렀는데, 건너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건너는 그 사람이 정말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았다).
육교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있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진짜 교재용인지도 모르겠다. 육교를 경험해 보지 못한 면소재지 아이들을 위해 말이다.
"저기 봐 얘들아, 저게 육교란 거야. 도시에 나가면 기죽지 말고 잘 건너 다녀야해"
그러면서 등하교 길에 선생님과 함께 손잡고 건너기라도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육교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오르내리기에는 너무 가팔랐다.
▲ 아무도 건너지 않는 육교 한동안 서 있어보았지만 건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도와 차도도 제대로 구분되어 있지 않는 2차선 길위의 육교를 누가 건널까? 건너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일 것이다 ⓒ 안동권
면 소재지 2차선 도로 치고는 교통량이 좀 많아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육교가 있는 자리에 건널목을 만들고 신호등만 세우면 간단히 해결될 것 같았는데 왜 굳이 육교를 세웠을까? 몇가지 까닭을 정리해 보았는데, 혹시 정답을 아시는 분들은 심층 제보 바란다...
1.육교를 만드는 것이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을 만드는 것 보다 돈이 더 많이 들어서.
2.건널목을 만들어 봤자, 면민들의 의식수준이 낮아 신호를 무시하고 막 건너면 더 위험하니까.
3.안전하게도 건너고, 면민들의 건강도 위한 운동용으로. 돌 한 개를 던져 새 두 마리 잡기.
4.실제 사용을 위한 육교가 아니라 교재용임으로 절대 건너 다녀서는 안됨.
5.군 승격을 위한 포석의 한 가지. 면에서 군으로 승격 되려면 더 많은 인구 유입이 필요한데, 육교가 있으면 교통량이 많아 보이고, 현대화된 도시처럼 보여 인근 다른 면민들이 육교가 있는 신평면으로 몰릴것이라 생각한, 이른바 인구 유인책의 하나.
6.지역 토목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한 중앙정부의 지원 사업의 한 가지.
7.서울을 비롯해 대도시에서는 육교와 교차로 고가도로가 흉물스럽고 도시 미관을 해친다고 조금씩 철거하고 있는데, 조만간 모두 철거하고 나면 국내 유일의 육교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관광객이 몰려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에서.
8.2차선 도로위에 세운 세계 최초, 세계 유일의 육교로 기네스북에 올리기 위해.
9.육교가 있는 면 소재지에 산다는 자부심을 면민들이 갖도록 하기 위해.
육교 쪽에서 면 소재지 중심부로 조금 내려가니 작은 삼거리가 나왔다. 그 삼거리는 오른쪽에 버스터미널을 두고 있어 신평면에서 가장 복잡하고 교통량이 많은 곳 같았다. 그런데 그 삼거리에 신호등이 없었다.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려고 했던 나는, 한참을 기다리다가 약간은 위험하게 좌회전을 한 뒤 신평 읍내를 빠져 나왔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