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팔소리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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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선(sibird3)등록 2011.05.04 13:52

 

 

 

 

내 비록, 놀고 먹는 백수건달이나, 간밤에 용꿈을 꾸었는지, '한겨레21' 창간 4주년을 축하하게 되었것다, 주변머리 없기가 쇠망치 같고, 미련하기는 곰 발바닥 같으나, 시절이 하 수상해, 옳고 그름이 헷갈리는지라, 양심을 종으로 삼아, 분노를 타종대 삼아, 내일 맞아 죽더라도, 내 오늘 이 말만은 해야겠다.

 

가려운 것이 아픈 것보다 참기 어렵다거늘, 말마디나 하는 사람은 감옥으로 다 가는 시절에, 까마귀 대가리 희고 말 대가리 뿔났다고 말 많기는 과부집 종년 같더니, 거래가 밑천이라고, 지는 사내 아니냐며 얼굴에 묻은 똥 닦아내는 꼴이라.

 

정신없는 늙은이 죽은 딸네집 간다는데, 용케도 살길은 점을 쳤나, 비단치마에 똥싼 주제지만, 부산에서 광주로 궁둥이 흔들며, 푸른 기와집에 비오는 날 쇠꼬리처럼 달라붙는데, 새벽녘엔 벙어리 장닭이더니, 오늘은 떠들기가 천안삼거리 같구나.

 

재수 있는 년은 넘어져도 가지밭이요, 앉아도 요강꼭지라, 그리 호들갑인지, 백쥐가 따라나와 춤을 추고, 초상상제가 덩달아 웃을 노릇일세.

 

명태껍질을 눈에 발랐나, 피가 많으면 벼 뽑힌다고, 시대가 거울을 만든다며, 사람이야 죽든 말든 팥죽생각만 하더니, 모르는 게 약이라고, 참아야 사람된다고, 개는 입이 따뜻해야 하고 사람은 발이 따뜻해야 한다며, 양심수들을 발로 짓밟아 문지르던, 어제는 까마귀 먹고 잊었는지 모르겠으나.

 

말로 즐겁게 해 주면 국민들은 안정이요, 안정 속의 개혁이니 태평성대라. 깻묵과 백성은 짤수록 나온다고, 서민들이 죽기란 정승보다 어렵다는데, 주지육림에 떨어지는 꿩알 주워먹기 바쁘니, 밑빠진 독에 생수 담기요, 한치 앞은 꿈에도 짐작 못한 썩은 생선 대가리라.

 

그 죄가 눈감는다고 없어지나, 성형수술 한다고 사라지나, 벼룩에도 낯짝이 있다는데, 사죄 한마디 없이 지나가면 올라탄다고,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겠지만, 참으로 고얀지고. 보리 주는데 오이 안 주랴 뻐기는 꼴이, 작부 십년에 남은 건 엉덩이뿐이구나, 길은 갈 탓이요 말은 할 탓인데, 무작정 세월 간다고 볶은 콩에서 잎이 나랴. 거북등에서 털깎기요 거미줄로 목매길세 아무렴 개 이빨 상아 될까 고양이가 알을 놓을 노릇이지.

 

밤은 비에 익고 감은 볕에 익거늘, 우선 먹기는 곶감이 좋아, 자손만대 영화누리려 했는지, 내 알 바 없으나, 거울은 뒤 못 비추고, 깨진 거울은 얼굴에 스스로 금가는 법, 시대의 거울이라더니, 온통 쓰레기에 낙서뿐이구나. 힘센 맛에 뼈가 녹아, 아직도 그 맛을 잊을 리 없겠지만, 육조판서 사귀지 말고 만 백성 사귀었으면, 오늘이 어찌 이리 부끄러울까.

 

담은 게으른 놈이 쌓고, 방아는 미친 년이 찧어야 한다는데, 그동안에 찐 입방아에, 허위와 은폐로 쌓아올린 담벼락이 너무 높아, 깔려 죽지나 않을지 유감이지만. 비는 놈한테는 용빼는 재주 없다 했거늘, 비둘기는 꿈만 꾸어도 콩꿈이라고, 아직도 버들가지 붙잡고 있나.

 

폭력과 억압뿐인 침묵을 평화라, 고문과 살인뿐인 절망을 자유라, 사치와 과소비 조장이 경제활성화라, 빈부의 격차가 하늘 높으니 선진국이요 세계화라. 불쌍한지고, 안 보면 궁금해도 보면 이가 갈린다고 사랑도 품앗이거늘 해준 게 뭔고.

 

내 말 나온 김에 속 시원히 싸질러보면. 부정부패가 뭔지도 몰랐것다, 자기 닮은 친구가 좋아 육조판서와 어울리다 보니, 꿈 같은 세월이요, 용대가리가 문드러지도록 행복했것다.

 

육조판서가 누구냐고, 들어봐라 이 놈아.

 

돈만 있으면 염라대왕 문서도 고친다는, 처녀 불알도 산다는 재벌놈들과 어울려, 암내 맡은 수캐 싸대듯, 술잔은 차야 맛이요 임은 품어야 맛이라, 파리 비비듯 두손 잘도 비비고. 주먹으로 코피 터지게 심판하고, 올챙이만 잡아들이는 사법부의 억울한 재판에, 서민들 하소연하면, 술취한 중 목탁 두드리듯하고, 뭐 빨라고 여기 왔나 면박이나 주고, 뻣뻣하기는 쇠말뚝을 삶아 먹은 듯하고.

 

강원도 안 가봐도 삼척이라고, 말 다해 무엇하리오.

 

민중을 밭으로 삼아, 오래 다니면 저절로 부자 되는 관리놈들과, 공것 바라기는 무당서방 같고, 민주화 조국통일 외치며 죽어가는 학생들을 빨갱이요 정신병자라, 소리 높여 매도하던 교수니 박사란 놈들과. 정치는 뇌물흥정이라며 룸살롱에 살다가도 국회를 늙은 당나귀 주막 찾듯하는 깡패 같은 국회의원들과, 말과 거시기는 타봐야 안다고, 탱크 타고 갈 데라곤 청와대밖에 없다던, 난세의 영웅이라는 별놈들과. 모두 모여 한데 어울려, 만수산 드렁칡이 얽히듯이, 썩은 생선에 쇠파리 꼬이듯이, 이런들 어떠리요 저런들 어떠리요, 털도 안 난 병아리 구워먹고 삶아먹고

 

조지나 칭칭 나네, 부어라 마셔라 홀딱 벗어라, 조지나 칭칭 나네, 고약한지고.

 

뭐 니놈도 할말 있다고, 죽은 놈 소원도 들어주는데 어디 한번 말해봐라 했더니 꼭 이렇게 말하더라.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먹고 살려면 개똥 말려 분칠하는 세상, 있는 놈들 위해, 그깟 펜대 굽혀 쓴다고, 사실 은폐 왜곡 조장한다고, 똥냄새가 향기 되오. 안 그렇소, 똥과 항문은 쑤셔봐야 냄새밖에 더 나겠소. 기자는 곧 죽어도 기자정신이라, 웃기지 마오, 벙어리 516 귀머거리 517 장님 518에, 용두질이 이력이 났오, 불공도 돈 없어봐라 부처님이 좋아하나, 펜 들고 카메라 들고 비리 파헤쳐 봐라 권력이 좋아하나, 온갖 추문에 스캔들 파헤쳐 국민들 알권리 채워주고, 연예 오락 스포츠 대서특필에 특종이니, 국민관심 집중시키니 피곤한 줄 모르고.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자본주의 최고 가치는 돈이요 곧 황금이니 당연치 않소, 세계화 시대에 '한겨레21'이 얼마나 좋은지 내 모르나, 민중이 세운 언론이 아무리 파도 같아도, 준치는 썩어도 준치라고, 뿌리 깊은 언론 호락호락 보지 마오.

 

'나라가 바로서면 언론이 망한다', 저기 걸린 금테액자 보기 싫거든, 목숨 걸고 민주언론 하겠다는 곳에나 부치슈.

 

[시작노트]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언론도 환경이 많이 변했다. 인터넷신문들이 늘어나면서 언론의 자유가 신장되었다고 하지만 조중동의 막강한 영향력은 좀처럼 수그러들지않았다.여동생이 새 아파트로 이사갔는데 제일먼저 조중동이 달려들었다. 현금 몇만원을 내밀고 몇개월의 무료구독도 약속했단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십여년전에 씌여진시를 다시 꺼내든건 그때 한겨레 21에 발표될 때 가명으로 되었던 게 서운했던게 아니라 특별히 다시 고치고 쓰지는 않았지만 조중동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의식이  그때나 지금이나 실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낭패감에 따른 일종의 울분때문이다.

 

빈 라덴의 사망소식이 어지러운 지금 그가 후대에 어떤평가를 받을지 지금으로선 가늠하기 힘들다.그러나 그는 이 부조리한 세상에 온몸으로 싸운 혁명가였다는 사실은 변하지않을것이다. 이금 이땅이 미국의 식민지라면 나는 무엇을 들고 싸워야하겠는가.

 

시가 노래가되고 침묵이되어 슬픔으로 조국의 산하를 휩쓸던 지난 불꽃의 연대가 그립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 21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5.04 13:50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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