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가 말하는 교사의 조건

화려한 스펙보단 됨됨이가 중요...“한국사회의 기회 불균형은 성적순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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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희(kaos80)등록 2011.05.13 14:31

허갑진 교사 충남 태안군의 수석교사 1호인 허갑진(42)씨는 화력한 스펙의 교사보다는 사람의로써의 됨됨이가 교사에게 더 필요한 조건이라고 말한다. ⓒ 정대희


올해로 교사생활 18년차인 허갑진(42)씨. 학생들만 가르치던 그의 주업이 최근 동료 교사를 교육하는 일로 바뀌었다. '교사'라는 타이틀에 '수석'이란 수식이 붙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정부가 선임교사가 관리직이 되지 않고도 정년까지 수업 및 장학, 신규 교사 지도 등을 맡도록 '수석교사제'를 시범운영하면서 부터다.

충남 태안지역 초등부분 수석교사 1호로 교육현장에 '교사 컨설팅'이란 새로운 개념의 정책이 도입된 이후 줄곧 이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그는 수석교사를 수직적인 관계의 '컨설팅'보다 수평적 관계의 '멘토'역할을 하는 이로 정의했다.

그는 "수석교사는 교사들이 보다 질 높은 수업을 돕도록 학습 자료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제공해 이를 교사들이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자리"라며 "교사들 위에 군림해 지도, 조언한다고 하기 보단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멘토 역할을 한다는 것일 올바른 표현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소 난해하지만 교사들의 최우선 과제인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물음에 그는 교사가 임의로 교육목표를 설정하고 일방적으로 이를 달성케 하기 위한 주입식 교육은 학생들의 호기심과 창의성 등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한다.

때문에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성과주의에서 벗어나 시간을 갖고 장기적으로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는 있는 교육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한 사회 구조의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주입식 교육방법으로 목표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면 교사와 아이 모두 스트레스를 받는다. 고로 둘 다 행복하지 못한 학교생활을 한다. 교사의 존재 이유는 아이들에게 꿈을 실어주고 이들이 10~20년이 지난 후 사회에 진출했을 때 좋아하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행정편의주의와 단기 성과주의로 바뀌어 학생과 교사 모두 몰골이 피폐해져만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 성과주의의 폐단은 꿈을 잃은 아이들의 획일적인 직업 선호도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그는 "요즘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판·검사, 연예인, 스포츠 선수 등에 국한되어 있다. 방송매체의 영향 탓도 있지만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고 꿈을 갖는 과정 등을 통해 교육의 필요성을 체감하는 등 순차적 단계가 생략된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교사의 조건으로는 무엇보다 인간 '됨됨이'를 중요시 했다. 그는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이가 결코 우수한 교사는 아니"라며 "오히려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사람을 사랑하는 교사가 훌륭한 교사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논했다. 덧붙여 "교사는 학생들이 긍정의 실패를 자주 경험해 내성을 기를 수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즈음에서 그는 한국사회의 기회의 불균형에 대해 "성적순으로 대학에 들어가고 직업이 달라지는 한국사회의 기회 불균형이 사교육을 부추기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이어지는 계층간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일례로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게는 어쩌면 똑똑한 머리보다 뜨거운 가슴이 더욱 필요하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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