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놈’을 어떻게 하지?

-2011년 어느 고등학교의 달라진 풍경 하나-

검토 완료

유기창(chang54)등록 2011.05.13 16:52
 '이 놈'을 본 것은 2교시 수업 시작 전이었다. 4층 복도를 지날 때였다. 5반 교실 앞에서 박진영(가명)과 '이 놈'이 다투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했다. 손목이 잡혀 있는 박진영(가명)의 눈빛도 이글거리고 있었다. 금방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손목을 잡고 있는 '이 놈'에게 손을 놓으라고 소리쳤다. 마지못해 '이 놈'은 손을 놓고 교실 쪽으로 슬며시 들어갔다. 이동 수업으로 교실은 비어 있었다. 교실로 들어가는 '이 놈'을 불렀다.

왜 그런 다투는 모습을 보였는가를 물어보고 싶었고 화해라도 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불렀던 것이다. 그러나 '이 놈'은 교사가 부르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예 못 들었다는 듯이 교실로 갔다. '이 놈'으로부터 무시 당했다는 것이 기분 나쁘기도 했고 학생의 태도 또한 바른 모습이 아닌 것 같아 빈교실로 들어가서 뒤쪽으로 이동하는 '이 놈'을 다시 불렀다.

"네 이름 뭐야?""왜 물어요? 이름 몰라요."
순간 어이가 없었다.
"너 몇 반이야?"
"몰라요."
계속 교실 구석을 빙빙 돌고 있는 학생을 따라갔다.
"왜 따라와요."
"............."
'그렇지. 나는 왜 따라가지?'
학생으로부터 나는 계속 묵살당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교산데'
학생들 사이에서 분명 벌어지고 있던 것을 모른 체 하고 갈 수 없어서 학생을 불렀던 것인데 '이 놈'은 나를 빈정대면서 자신을 귀찮게 구는 사람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더 황당했고 화를 나게 했던 것이다.

다시 앞쪽으로 가는 '이 놈'을
"야, 임마. 따라와."
라고 소리쳤으나 '이 놈'은 계속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왜 가요?"
라는 말만 되돌아왔다.
교실 한 바퀴를 돌고 교탁 앞까지 와서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이 놈'의 허리를 잡았다.
'이 놈'이 한마디 했다.
"때릴려고요. 그래 한 번 때려보세요."
오히려 교사를 칠 기세이다. 당황스러운 것은 교사가 되었다. 잘못을 했음에도 전혀 잘못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고 교사에게 대하는 태도 또한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렇다. '이 놈'은 자신이 잘못 없음을 확신하고 있었고 그것이 '이 놈'을 더욱 당당하게 만들었다. 교사가 체벌을 가할 수도 없는 것을 알고 있는 '이 놈'의 능글맞게 구는 태도로 나는 교사의 권위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 '이 놈'을 지도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완전히 무장해제 되고 있었다.

수업을 알리는 종을 치고 나서도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 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그들식 표현에 의하면 '꼭지'가 돌았다. 물러설 수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복도 쪽으로 나가는 '이 놈'을 다시 불렀다. 또다시 '이 놈'은
"왜 따라와요. 짜증나게."
라며 교사를 오히려 힐난하고 있었다.
"야, 너 수업 시간에 나를 봤지?"
"못 봤어요."

돌아오는 대답에 할 말이 없게 되었다. 더 이상 지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고 함께 있던 박진영만을 교무실로 따라오게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교무실 쪽으로 향하는 중에 바로 '이 놈'이 '이 놈'의 담임 선생님께 꾸지람을 듣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 놈'의 담임 선생님께 상황을 간단히 말씀드리고 '이 놈'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오규상(가명)이라고 했다. 그랬다. 수업 시간에 질문을 했고 너무도 엉뚱한 답변에 그만 웃어버렸던 적이 있었다. '이 놈'은 바로 오규상이었다. 담임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교무실로 다시 따라오라고 했다. 담임 선생님 앞이어서 그런지 고분고분했다.

교무실에서 다시 오규상을 서 있게 하고 먼저 박진영과 마주 앉았다. 상황을 글로 정리하고 보여줬다. 혹시 틀린 것이 있는가를 물었다. 없다고 했다. 서 있던 오규상을 다시 불러 의자에 앉으라고 했다. 삐딱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 똑바로 앉게 했다. 오규상은 앉은 상태에서 의자를 돌렸다. 교사에게 불려온 것 자체가 불쾌한 표정이다. 오규상은 쳐다보는 눈을 조금도 피하지 않고 있었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나와 기 싸움이라고 하겠다는 듯이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불쾌함을 넘어서는 노여움에 가슴이 부글부글했다. 말 문 열기가 어려웠다. 다시 숨을 들이마셨다. 숨고르기를 했다. 학생과 싸우고 있는 듯한 말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다시 감정을 삭이면서 학생을 쳐다보았다. 학생의 표정은 당당했다.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 알겠는가?"
"잘못 없는 데요."
천연덕스럽다. 상황을 설명했다.
"내가 복도를 지나갈 때 진영이 손목을 잡고 있지 않았나?"
"그래요."
"내가 볼 때 다투는 모습으로 판단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럴 것 같아요."
"교사가 학생들이 다투는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쳐야 하는가?"
"아니요."
"학생들이 다투는 모습을 보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교사가 학생을 부르는 것이 잘못인가?"
"아니요."
"상황 파악하기 위해서 학생을 교무실로 오라고 하는 것이 교사의 잘못인가?"
"아니요."
"조금 전 너는 나에게 어떻게 대했지?"
"선생님에게 대들었어요."
"선생님이라고 했는가? 네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나한테 취한 너의 행동이 옳았다고 생각하나?"
"잘못이 없는데 선생님이 불렀기 때문이잖아요."
"네 잘못이 없으면 선생님한테 그렇게 함부로 행동해도 된다고 생각하나?"
".........."

결국 '이 놈'은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죄송하다'는 말은 하면서도 말속에는 '죄송'함은 담겨 있지 않았다. 표정과 말투 또한 변화가 없다. 다시 물었다. 네가 잘못했다면 어떤 처벌을 받을 것인가를 물었다. 벌점을 받겠다고 했다. 벌점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 듣고 싶었던 것은 잘못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였다.

'이 놈'에게 다시 물었다. 너를 만나는 과정에서 교사의 잘못이 있는가를 물었다.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아니라고 했다. 나도 너에게 잘못한 것이 있다고 말했다. 갑자기 '뭔가' 싶어 하는 태도였다. 너를 학생으로서 존중하는 태도가 없었다고 했다. 감정이 상했고, 화가 났고 흥분했다고 했다. 사실이었다. 학생이 원인 제공했을지라도 학생을 대하는 교사의 태도 또한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랬다. 학생과의 갈등과 대립. 그 상황 속에 교사가 빨리 내려놓아야 할 틈을 놓쳐 버렸다. 권위로 학생을 억압하고 지도하는 것이 가능했던 시대가 아니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왠지 억울한 느낌이다. 물론 세상을 개탄할 일로 상황을 바꿔낼 수는 없는 일이다. 학생이나 교사 모두 '기' 싸움을 벌인 결과였다. 학생은 불쾌했고 교사는 분개했다. 분개하는 것이 결코 교육은 아니었다.

교육, 참 어렵다. 갈수록 힘들어진다. 나이를 먹는 탓일까?
바로 어제의 일이다. 이틀 후면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이 오히려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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