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주점 위로 번개'합니다. 오실 분 손? 후원금도 손? ^^

6월 1일 점심 12시-2시, 한진중공업 부당해고 철회 지지와 연대를 위한 번개를 합니다.

검토 완료

박정희(phealth)등록 2011.06.01 10:08
'한진 중공업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연대장터'가 열립니다!! 6월 1일 수요일 12-6시 학생회관 앞! 많이들 오세요~~

85호 크레인에서 리트윗한 글이 타임라인에 떴다. 대학생 때면 대자보도 붙이고 강의실도 다니면서 얘기했을텐데, 괜히 민망해서 '적절한 찬스'만 노리고 있던 찰나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일단 트위터에서 평소 친하던 사람들, 비슷한 관심을 가지던 사람들을 줄줄이 초대했다. 서울대 근처에 직장이 있는 트친, 수요일에 공강이라는 트친들을 초대하고, 지갑 두둑히 해서 만나자고 약속까지 받아냈다.
트위터에서 몇 번 이야기를 나눈 우리학교 선생님께도 트윗을 날렸다.

"선생님, 수요일에 뵐 수 있을까요? ^^"

장터 시간에는 다른 일정이 있으시다며 미안해하시는 선생님께 다시 트윗을 날렸다.

"선생님 혹시 오전에 학교 나오시는거면 제가 미리 뵙고 금일봉(!)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트친의 요청에 덥석, 후원금을 보내주신다는 선생님. 염치없는 놈이 되기는 싫어서 김진숙 지도위원을 물고 늘어졌다.

"선생님께서 후원금을 주신다는데 받아도 될까요?"

김진숙 지도위원이 쿨하게 '어르신이 주시는 건 기냥, 히히'하신다.

그렇게 첫 후원금을 받았다. 학교에서 열리는 연대 장터이기에 학교 사람들도 다 데려가야겠다 싶었다. 우리 지도 교수님도.

우리 연구실 사람들 전부에게 메일을 썼다.

"내일 12시-6시에 학관 앞에서 '한진중공업 부당해고 철회 지지와 연대를 위한 후원 장터'가 있다고 합니다. '소금꽃나무' 저자인 김진숙씨가 35m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한 지 오늘로 146일이구요. 정리해고 대상자는 170인입니다. 일방적인 해고통보를 철회하고, 절충안을 마련하자고 요구한지 반 년째라 합니다.

반 년째 170가구가 무급으로 지내다보니 당연히 생계도 어렵고 문제 해결은 더디고 이래저래 힘든가봅니다. 마침 가까운 곳에서 후원 장터가 있다고 하니 이 곳에서 같이 점심을 먹으면 어떨까 싶어서 제안합니다.

뭐, 맛도 없을 것 같고 부산스러울 것 같긴 합니다만 그래도 매일 먹는 밥인데 한 끼 정도 덜 맛있게 먹는다고 뭐 문제가 생길까 싶습니다.

12시에 1층에서 만나서 밥먹으러 가면 어떨까 싶은데요, 함께 하실 분들 저에게 메일주세요. 행여 쑥스러워서 가기 불편하지만 후원금(!)을 보태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천원도 좋고 오천원도 좋으니 제게 주시면, 주최측에 전달하여 한진으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자, 오실 분 손? ^^"

35m 위에 있는 그 이에게 지금 당장 달려가지도, 한진 조남호 회장의 집 앞에서 1인 시위를 하지도 못하지만, '얼른 내려 오셔야 할텐데..'하며 속상해하기보다는 사람으로 차고 넘치는 연대 장터 사진을 한 장 보내드리고 싶었다. 트위터에서, 누군가가 후원금을 보내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기에 계좌번호를 알려드렸다. 조금 뒤 확인했더니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이름으로 20만원을 넣어주셨다. 순간 궁금해졌다. 내가 이 돈 떼먹고, 트위터 계정을 폐쇄하면 어쩌려고 이러실까?

내가 주최자도 아니면서 혼자 신나서 장터를 조직(!)하고 있었는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지금 서울대학교에서는 대학생들이 법인화문제로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학부생 사회과학 동아리에서 연대 장터를 준비했는데, 지금 상황으로 인해 연대 장터를 연기하겠다고 하신다.
맙소사. 미리 받아둔 후원금은 어떻게 해야되지? 사람이 차고 넘치는 연대 장터 사진은 어떻게 되는거지? 머릿 속이 하얘졌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서울대 본부 점거 문제로 연대 장터가 쉽지 않을꺼라 생각하셨다며 괜찮다 위로해주신다. 그래도, 그저 그 사진 한 장을 보내드리고 싶었는데....

연대 장터에 우르르 몰려가서, 연대 장터 기획한 기특한 학부생들에게는 머릿수 채워주면서 힘을 주고, 한진에는 후원금으로 힘을 줄 요량으로 사람들을 모았었다. 이대로 주저 앉기는 너무 억울하다. 이렇게 되면 힘 빠질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그래, 맘 먹은 김에 연대 '번개'를 하련다.
"한진중공업 부당해고 철회 지지와 연대를 위한 '번개'. 6월 1일 12시-2시, 서울대입구역 완산정에서 합니다. 장터 취소되서 아쉬운 분들, 망설이지 말고 오십쇼!"

밥은 하나시켜서 둘이 나눠먹고, 그 밥값 모아서 연대의 후원금을 보내야겠다. 사람이 차고 넘치는 장터까지는 아니라도 마음을 담아 응원의 사진 한 장 보낼 연대'번개'를 꼭 성공시켜야겠다. 김진숙 지도위원께서 '깨진 주점 위로 번개'라고 이름까지 다시 달아주셨으니, 꼭꼭 흥해야만 한다!

'아까 장터 취소 트윗은 정정할게요. 6월 1일 점심 12시-2시, 서울대입구역 완산정에서 '깨진 주점 위로 번개'합니다. 온 몸으로 연대해주세요. 오실 분 손! 후원금 주실 분도 손! ^^ @jjeong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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