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랑인 갱생 몸바친 휴먼스토리 감동

광주 무궁갱생원 설립자 박금현씨/ 국민훈장 석류장 등 각종 표창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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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신(jjsin1117)등록 2011.06.08 17:11
부랑인 갱생 몸바친 휴먼스토리 감동

'광주무궁갱생원' 설립자 박금현씨
국민훈장 석류장 등 각종 표창 수상
언론, 살아있는 상록수로 대서특필

최근 광주시내 일부 부랑인 시설의 편법 운영과 인권침해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부랑인들의 갱생을 위해 평생을 몸바쳐온 한 휴머스토리가 전해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1956년 7월 28세의 나이에 '거지 없는 광주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무궁갱생원'을 설립한 박금현(85)씨.
박씨는 당시 제2회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복싱 페더급 금메달리스트로 널리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55년 국군대표로 대만에 원정, 3차례나 다운되는 역경을 딪고 3라운드에서 당당히 상대를 KO시키는 기적같은 드라마를 연출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시아의 철권으로 명성을 날렸던 그가 챔피언의 영광을 벗어던지고 불행한 사람들 속에 뛰어든 것은 복싱 국가대표로 마닐라와 대만을 거치면서 불타오른 조국애 때문이었다.
그의 머리속엔 6·25의 잔상이 채 가시지 않은 조국의 하늘아래서 방황하는 고아와 부랑아, 그리고 거지들의 헐벗은 모습들이 떠나지 않았다.
광주태생인 그는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뼈가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거지없는 광주를 만들어 보겠다'는 마음을 다졌다.
집과 가제도구 심지어는 금메달까지 전당잡혀 광천동 개울가에 땅 50평을 사들여 판자집을 짓고 처음 걸인 30명과 갱생의 길을 걷는다.
도시 규모가 커지면서 원생들이 급증하자 57년 4월 시로부터 월산동 일부 부지를 기증받아 손수 블록으로 집을 지었다.
그의 본격적인 사회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불구, 폐질자 수용에 경험이 없는 그에게는 수많은 좌절과 난관이 봉착했다.
어느날 그는 한 정신질환자의 기습을 받고 목덜미가 칼에 찔리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한쪽 손과 발이 마비돼 지금도 휴유증을 앓고 있다.
그는 가난했지만 어진 편모 슬하에서 자랐기 때문에 몇번이고 그에게 주어졌던 영예를 내던지고 인생의 처절한 밑바닥을 훑게 되었는지 모른다고 회고했다.
앞길이 탄탄했던 복싱인생을 버리고 부랑인들의 보다 낳은 삶을 위해 제2의 인생을 걷고 있는 그의 휴먼스토리에 전국의 언론들은 주목했고, 그에 대한 각종 화제가 연일 신문지면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서울신문은 64년 8월12일자에서 '영광도 묻고 걸인과 함께'라는 제목과 함께 "불요불굴의 투지를 가진 왕년의 챔피언도 자연의 조화만은 이기지 못했는지 천막촌을 맹습한 태풍 헬렌호의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현재 그들의 천막촌을 블록건물로 바꾸는데 밤낮이 없다"며 그의 피눈물 나는 삶을 소개했다.
66년 8월 14일자 대한일보는 "광휘에 가깝던 복싱계의 영광을 버리고 비참한 걸인세계에 뛰어든지 10년,그래서 지금은 그가 열망하던 사회정화의 기수가 되었다"고 기록했다.
조선일보는 70년 5월23일자 '흘러간 내고장 얼굴들, 지금은'이란 코너를 통해 부랑인들의 자립갱생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그의 인터뷰를 다뤘다.
전남일보는 80년 8월14일자 지면을 통해 "불모의 땅에서 꽃이 피어나고 있다. 불구, 폐질 행려병자 등 그늘속의 사람들이 양지를 찾아 '자립의 꿈'을 가꾸는 ''의지의 집'에는 밝은 내일을 여는 합창이 여울지고 있다"고 기록했다.
이밖에도 동아일보, 스포츠동아 그리고 지방신문들은 그의 삶을 조명하고 선행을 알리는 데 지면을 아끼지 않았다.
이같이 한평생을 부랑인들과 뒹굴고 부딪기며 그들에게 자립의 길을 열어주었던 그에게 정부는 국민훈장 석류장 등 갖가지 표창을 수상했다.
2006년  어느날 그는 자신의 반평생의 인생이 녹아있는 무궁갱생원을 홀연히 떠나 화순의 한 아파트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한편 박씨의 셋째아들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현재 나주시 노안면 오정리에서 사회복지시설인 '무등정신요양원'을 15년째 운영하며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을 이어오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호남매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첨부파일 무등복지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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