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스승, 김준엽 전 고려대총장의 별세에 슬퍼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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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묵(simonhwang)등록 2011.06.08 17:40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사회과학원 이사장)이 7일 서울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일반인들에게는 단순히 전 고려대총장으로 기억되거나 나름 아는 이들에게는 일본군을 탈출하여 광복군에 참여하고 80년대 군사정권의 압력으로 고려대총장직에서 물러났던 분으로 알려져 있다.
박정희정권부터 최근의 정부에 이르기 까지 역대 정권으로 부터 끊임없이 정치권입문을 권유받았다는 것도 뉴스등을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며 정치권에 입문하여 여러가지 물의로 이미지가 손상된 어느 대학총장출신의 전 국무총리와는 달리 김준엽 전 총장은 학자의 길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김준엽 전 총장이 깔끔한 학자풍의 외모를 갖추고 고려대 전 총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정치권의 유혹을 받았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세상일에 무관심하고 단순히 학문만을 추구하여 평생을 학자의 길을 걸은 것만도 아니었다.
김준엽 전 총장이 1958∼1982년까지 고려대교수로 중국 및 한국 근대사를 가르치면서 본인 자신의 이야기가 바로 근대사였다고 그 제자들이 말한 것처럼 일본군을 탈출하여 머나먼 장정의 길을 거쳐 광복군에 참여한 그의 삶은 연약해 보이는 학자풍의 이미지와는 달리 그의 강인한 의지를 볼 수 있다.
조국의 해방을 위해서 목숨을 내놓은 일본군탈출과 광복군에 참여했던 그의 양심과 의지는 이후 수많은 피를 뿌리면 탄생하여 서슬퍼른 권력을 휘두르던 전두환정권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80년대 대학생들, 특히 당시의 고려대들생에게 잊지 못할 한 사건이 김준엽 전 고려대총장의 사퇴였다.
1984년부터 전국적으로 대학생들의 민주화시위가 거세던 시절, 수많은 대학에서 군사정권에 협조하여 시위에 주도한 학생들에게 퇴학 등 중징계를 가하여 많은 대학들에서는 군사정권교체및 총장퇴진운동이 함께 벌어 졌었다.
김준엽 전 총장은 군사정권의 계속된 압력에도 불구하고 시위주모학생들에 대해 본인 자신의 양심에 어긋나는 중징계를 취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고려대총장직을 사퇴하게 되었다.
1985년 김준엽 전 총장의 사퇴소식에 고려대학생들은 총장사퇴반대시위를 하였고 그 규모가 지금은 없어진 고려대 대운동장을 한바퀴감을 정도로 평소 시위에 관심이 없었던 학생들까지 참여하여 만여명 가까운 숫자였었다.  
몇일간 계속된 총장퇴진반대시위는 김 전 총장 자신이 자신의 사퇴로 인한 이 시위가 격해져서 학생들이 다칠 수 있는 사태까지 갈까 봐 학생들에게 시위를 멈춰줄 것을 요청했고 다른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총장물러나라고 시위를 하지만 본인 자신은 총장사퇴를 말아 달라는 많은 학생들이 있어서 행복했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고려대를 떠났다.
이후 노태우정권으로 부터 국무총리직을 제안받았지만 아직도 투옥된 제자들이 많은데 총리가 될 수 없다며 역시 거절하였다.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안철수연구소의장)와 같은 인물을 존경하는 데 이는 그 자신이 본인의 양심에 따라 일관된 삶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나 김태원같은 많은 이들의 멘토들은 현대미디어 덕분에 쉽게 알려지고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데 김준엽 전 고려대총장은 본인이 조용하게 학자의 길을 걸으면서 일반인들에게 그의 삶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아쉽다.
평생을 본인의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어떠한 시련과 압박에도 굴하지 않았으며 학문적으로도 중국연구의 최고의 석학이었던 그를 보내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를 잃은 슬픔을 다시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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