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일보에 '한국 사랑' 글이 떴다!

'한류' 열성 팬 북경 중3 여학생의 '사진일기'

검토 완료

이덕림(virtuedr)등록 2011.06.29 10:24
나는 적어도 하루 한 차례씩은 중국 인민일보(人民日報)를 들여다본다. 오프라인이 아니라 인터넷판인 '런민왕(人民網)'에 접속해 보는 것이니까 '들여다본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들인 습관이다.

그런데 어제(6월27일) 혼자 보기 아까운 게시물을 발견했다. 뜻밖에 날아든 희소식처럼 반갑기 그지없었다. 북경에 사는 한 중국 여자중학생의 글과 사진인데 한국사랑을 담뿍 담은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집과 학교를 오가는 평범한 일상을 담은 사진이지만 정감을 느끼게 하고, 덧붙인 사진설명이 미소를 짓게 만든다.

지난 26일 '쭝카오(中考:고교입시 수능시험)'를 막 치른 중학교 졸업반 챠오챠오(巧巧)가 '한 북경 중3 학생의 소소한 일상(一名北京中考生的生活点滴)'이란 제목으로 쓴 글이다.  '런민왕' 첫 페이지에 '도설중국(圖說中國)'으로 소개된 것이다.

근래 중국 매체들의 '혐한(嫌韓)'조장과 그에 따른 네티즌들 사이에서의 '한국 때리기'가 우려할만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생각할 때 긴 징마 끝에 비치는 한 줄기 햇살 같은 기분을 안겨주었다.

'소녀시대'의 열렬한 팬인 챠오챠오는 가정교사에게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앞으로 한국에 유학할 꿈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북경에서 초-중-고등학교(小學-初中-高中)를 다닌다는 것은 특권에 가까운 행운이기에 챠오챠오는 어쩌면 중국 내에서 1%에 드는 유복한 학생일지도 모르겠다.

자, 이제 '메이양양(美羊羊)'이란 필명으로 쓴 그의 사진일기를 보자. 4월13일부터 '쭝카오'가 끝난 6월26일에 걸친 기록이다.

<필자註>1.도설중국(圖說中國):블로그와 비슷한 형식이지만 주로 일상생활을 소재로 한 사진에 짧막한 설명을 붙인 것으로 '사진일기'에 가깝다고 하겠다. '런민왕' 프론트 페이지에는 그날 이슈가 되는 사진 5장이 게시된다. 당연히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 열독률이 높게 된다.
2.'쭝카오(中考)'는 중3생이 치르는 고교입학 수능고사. 대입수능은 '까오카오(高考)'라고 부른다. 전국적으로 동시에 치러진다.
--------------------------------------------------
一名北京中考生的生活点滴
妈妈和巧巧一般早上7点出家门。学校不算远,但上下班高峰时开车也要半小时左右(2011年4月13日摄)。巧巧是北京一所中学的学生,阳光、乐观、追星、哈韩……这个年纪的女孩常有的特点在她身上都很典型。进入初三以后,"中考"成了她生活中的关键词,早上6:30左右起床,晚上8点上完晚自习才离开学校。回到家里继续写作业,很少能在零点以前睡觉。她喜欢音乐,但是为了备考,不得不中断了学校乐队的活动。追星、哈韩的小爱好也只好为中考让路。
엄마와 나는 대개 아침 7시면 집을 나선다. 학교가 그리 멀진 않지만 러시아워에 걸리게 되면 차로 30분은 잡아야 한다. 나는 북경 소재 한 중학교 학생이다. 명랑하고 낙천적인 성격이라 연예계 스타들을 좇는 열성 '오빠부대'로서 한류(韓流)에 매료돼 있다. 이런 현상은 내 또래 여자아이들의 전형적인 특징일 것이다. 소학교 3학년이 지나면서부턴 '쭝카오'가 내 삶의 키워드가 됐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6시 반, 자율학습을 마치고 학교를 나서는 시간은 저녁 9시. 집에 돌아와서도 숙제를 하느라 자정 전에 자본 적이 거의 없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학교 밴드부 활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쭝카오'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한류'를 즐기는 취미생활도 당분간 '쭝카오'에 양보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사진 설명>----------------------
1)늦어도 아침 7시엔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대개 엄마가 차로 바래다 주지요. 2학기가 시작되고 한달 남짓 지난 4월13일에 찍은 사진입니다.
2)조금은 어수선한 제 방입니다. 어때요? 수험생의 전의(戰意)가 느껴지시나요?
3)저녁은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하는 도중 부근 패스트푸드점을 찾아 해결해요.
4)원래 날씬했는데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뚱뚱해졌어요. 요즘 다리에 테이프를 감는 다이어트 방법을 새로 알았어요.
5)'소녀시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걸그룹. '소녀시대'에 관한 기사는 빼놓지 않고 읽고 있어요.
6)지금은 밤 12시를 넘긴 시각. "쭝카오"를 앞두고는 자정 전에 잠드는 일은 아예 포기했어요.
7)가정교사로부터 한국어를 배우고 있어요. 한국어 과외는 제가 바라서 선택한 것입니다. 장차 한국 대학에 진학, 조형미술을 공부하고 싶어요.
8)학예회를 앞두고 화장을 하는 중입니다. 학기중 한 번씩 치르는 이 행사가 수험생들에겐 모처럼 긴장을 풀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지요. 맨 앞에 앉아서 얼굴을 다듬는 게 저입니다.
9)6월의 마지막 일요일인 지난26일, 사흘에 걸친 '쭝카오'가 끝났습니다. 고사장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제 얼굴 표정이 시험을 잘 치른 것 처럼 보이시나요?
10)집에 돌아오자마자 어질러 놓았던 방부터 정리했습니다. 그동안 붙들고 씨름했던 참고서 등을 모아보니 키 높이로 쌓였습니다. 폐품으로 팔아야지요.
덧붙이는 글 중국에 관심이 많습니다. 꾸준히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몇년 동안 단동에 머물면서 '차이마오쭝쭈안'이란 직업전문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