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군은 캠프 캐럴 ‘제3의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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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혁(kamsin00)등록 2011.06.29 20:44

인체 건강에 위험한 오염 은폐로 SOFA 위반 명백해져

추가 오염지역 공개에 따른 비난 여론의 부담 켜져

미군, SOFA 개정으로 이어질까 두려워



올해 2월과 4월에 작성된 일명 '제3의 보고서'인 미군의 캠프 캐럴 오염 조사 보고서 초안이 공개됐다. 1992년과 2004년에 조사한 보고서에 이어 '제3의 보고서'를 미군이 비공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지 얼마 후이다. 미공병단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캠프 캐럴 안의 세지역에 대한 오염조사를 벌였다.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는 그 중 두 지역에 대한 오염 결과이다. 



보고서 결과는 우려의 수준을 넘어선 경악에 가까웠다. 


BEQ Hill 지역은 대규모 화학물질 매립지가 땅 속에 있다는 것을 2004년에 발견했으면서도, 미군은 지난 7년간 이 사실을 숨겨왔다. 고엽제 매몰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후에도 이 지역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두번째로 공개된 41지역의 오염 수준은 더 심각했다. 지하수는 독극물 수준이다. 각종 발암물질이 뒤덤벅됐으며, 특히 DDT의 오염 농도도 미국 기준으로 수백배를 넘어섰다. 지난 2004년에 조사된 삼성물산 보고서에도 심각한 지하수 오염이 지적됐지만, 몇년이 지난 후에도 지하수 오염은 여전히 최악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중요한 사실은 미군이 왜 이번에 공개된 '제3의 보고서'의 결과를 숨겼느냐는 것이다. 미군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제1,2의 오염 조사 보고서에 나타난 캠프 캐럴의 오염 수준도 상당했다. 이왕 그렇게 된 마당에 '제3의 보고서'도 같이 공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군은 한국국민은 물론 우리정부에게도 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제3의 보고서'에는 미군이 엄청나게 불리한 상황으로 몰릴 수 밖에 없는 열쇠가 있기 때문이다. 



SOFA 위반 사실 확실시 돼


먼저 이 보고서의 공개로 미군이 SOFA를 위반 했다는 사실 확실해졌다. 인체 건강에 위험이 있는 수준의 오염을 확인했으면서도 한국정부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SOFA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에 따르면 '주한미군 시설 또는 구역과 그 주변의 대한민국 영역 사이의 경계 어느 한쪽에서 공공안전과 인간건강 또는 자연환경에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갖는 경우'에 환경사고에 대한 사실을 한국측에 알리게 돼있다. 


중요한건 그런 위험이 어느 수준이냐는 것이다. 한국법 기준을 넘길 정도의 오염이 미군기지에서 발생해도, 미군은 인간 건강이나 자연환경에 심각한 위험이 없기 때문에 한국정부에 오염 사실을 알리거나 환경 정화를 할 필요가 없다고 줄곧 핑계를 댔다. 캠프 캐럴 역시 마찬가지이다. 삼성물산 등 앞의 두 보고서는 오염 실태 조사만 했고, 인체에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위해성 조사는 빠져 있기 때문에 핑계 될 여지가 남았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제3의 보고서'에는 인체건강에 위험하기 때문에 지하수를 반드시 정화해야 한다는 위해성평가 결과가 나와있다. 한마디로 SOFA에 명시된 정보 공유의 조건이 '제3의 보고서'에 적혀있는 것이다. 지난 4월에 초안이 작성됐기 때문에 적어도 미군은 몇 달 전에 반드시 한국정부에 관련 오염사실을 알려야 했다. SOFA는 오염 사실을 인지하면 최대한 빨리 연락을 취하고, 48시간 내에 서면 통보를 하게 돼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전혀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오염 방치와 은폐 사실에 대한 비난 여론 우려 


둘째는 오염 사실 은폐 뿐 아니라, 오염 지역에 대해 아무런 정화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미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은 'BEQ Hill 지역'에 길이 25m, 넓이 14m, 깊이 6m의 화학물질 매립 지역을 이미 2004년에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7년이 지나도록 오염원을 파내지 않고 방치했다. '41지역'도 마찬가지이다. 2004년에 이미 다이옥신 뿐 아니라 온갖 중금속과 특히 심각한 유해 물질인 TCE와 PCE 같은 물질이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지만 정화조치를 위하지 않았다. 2009년에 와서야 다시 오염 조사를 실시했다. 부대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안전을 전혀 생각하지도 않은 채 오염 사실만 숨기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특히 '41지역'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의 땅 속에 오염 물질이 묻혀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VOCs류의 오염 원인을 찾을 것을 강력하게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4년 조사 이후 진행된 2009년 오염조사 결과, 지하수 오염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염 물질이 이 지역 어딘가에 매립되어 계속 흘러나오지 않고서는 설명하기 힘든 사실이다.


캠프 캐럴 내의 오염 지역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도 부담됐을 것이다. 처음 고엽제 매립지역만 알려졌지만, 오염 예상 지역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 지금은 최소 6곳이 치명적인 오염지역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이러한 사실은 한국정부 뿐 아니라 미국시민들과 군인들에게도 미군에 대한 불신을 쌓을 수 있다.



SOFA 개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 때문


마지막으로 불평등한 SOFA 환경조항에 대한 개정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2000년 초에 용산미군기지 독극물 방류사건, 원주 캠프 이글 폐유 방류사건 등의 미군기지 환경문제가 부각되면서 SOFA에 처음으로 환경조항이 들어갔다. 하지만 미군들은 마음대로 오염 정화기준을 정하고, 필요하면 오염 정보를 한국 정부가 공개 할 수 없게 하는 등 SOFA 환경조항은 미군을 위한 조항일 뿐이라는 비판이 계속 이어졌다. 


절정은 2007년도에 23개 미군기지를 반환하면서이다. 환경오염된 기지를 제대로 정화하지 않은 채 한국에 돌려줬고, 지금은 3000억원에 가까운 정화비용을 들여 한국정부가 정화하고 있다. 미군은 자기들의 판단에는 오염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돌려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SOFA 개정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가 커졌다.


이번 캠프 캐럴 사건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SOFA 조항이 부실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독일의 경우, 미군은 독일의 법에 따라 오염정화를 해야만 한다. 환경문제에 관해 독일의 공무원은 미군의 허가없이 미군기지를 출입할 수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한국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한국 공무원이 마음대로 미군기지를 들어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만약 캠프 캐럴에 주기적으로 한국측에서 오염 실태 점검을 하고 미군들이 한국 국내법에 따라 오염 정화를 해야만 한다고 했다면, 캠프 캐럴의 오염은 지금쯤 어느 정도 치유됐을 것이다.


미군은 SOFA 개정을 피하고 있다. 자신들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군의 오염정화비용은 훨씬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미군은 해외 주둔기지에 대해서는 독일 외에 다른 나라에 돈 쓰는 것을 극히 꺼리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캠프 캐럴 오염사건 이후 SOFA 개정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는 것을 미군은 가장 두려할 것이다.



환경오염 문제는 주민 생명과 직결된 일,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한국은 전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미군 주둔 국가이다. 하지만 한국 내에서 미군은 여전히 환경문제에 대해 소극적이다. 환경오염 문제는 인근 주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일이다. 정치적 이해와 국가 간 힘의 역학관계를 떠나, 환경 문제에 관해서는 그 누구도 책임있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미군이 주둔 했던 필리핀, 파나마, 비에케스 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미군의 환경오염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고통 받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제대로 된 건강조사를 정부에서 단 한차례도 실시하지 않아 주민들의 피해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것 뿐이다. 이번 기회에 미군 환경오염 진실을 바로 보고, SOFA 개정 등을 통해 제대로 된 문제해결에 모두가 나서야 한다. 

2011.06.29 20:44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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