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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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shk407)등록 2011.07.05 14:36
우리들의 일그러진 도지사

                                                                                   민주당 국회의원 김상희

지난달 29일, 춘향전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따먹 문수'가 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남원시민한테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다.

그 자신이 지난달 22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표준협회 초청 최고경영자조찬회에서 "춘향전이 뭡니까? 변 사또가 춘향이 ○○으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라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여성비하 망언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지사의 사과에 과연 진정성이 담겨있는지는 의문이다. 사과 발언이 있기 불과 하루 전에 그는 지사 공관에서 열린 지방언론사 기자 초청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또다시 '여성폄하' 발언을 했다.

전언에 따르면, 김 지사는 "여성들이 대체로 활동 폭이 남자보다 좁다. 그러니 여성들이 문제가 있는데 밤늦게 연락이 안 된다. 여자들은 (전화를 걸면)딱 꺼버린다. 열시 넘으면 통화가 안 된다. 여성들은 거의 다 그렇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전후 사정상, 한나라 당내 대권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의식한 발언이라 하더라도, 이는 참으로 기가 막힌 '여성폄하' 발언이다.

자신의 휘하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기도의 수많은 여성공무원들, 우리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들, 심지어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유력한 대권후보와 당권후보가 여성임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김 지사는 이 같은 현실을 왜곡하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은 것이다.

이쯤 되면, 굳이 김 지사가 지난해 11월 서울대 특강에서 걸그룹 '소녀시대'에 대해 "쭉쭉빵빵"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성희롱 논란을 부른 바 있다는 점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김 지사의 여성에 대한 인식과 철학이 어떤 수준인지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다.

문제는 김 지사의 일련의 발언들이 단순한 말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그의 발언들은 식사자리나 술자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된 강연 혹은 간담회 자리에서 나왔다. 대권 가도를 걷기 위해 용의주도하게 마련한 이른바 '특강정치' 자리에서 행해진 것이다.

춘향, 이렇게 처참하게 능욕 당할 수는 없다! 

『춘향전』만 하더라도 그렇다. 국문학에 조예가 깊지 않는 사람도 대부분은 안다. 『춘향전』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고, 즐기는 문학작품이고, 그래서 수없이 많은 영화와 연극으로 제작되어졌고, 우리에게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고전소설의 백미라는 사실을. 뿐만 아니라,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춘향전』이 판소리 열두마당의 하나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무형 문화유산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춘향전』을 춘향과 몽룡의 계급을 초월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기억하고 있고, 특권계급을 대표하는 변학도의 전횡(專橫)에 맞선 춘향의 항거가 곧 평범한 백성들의 저항임을 알고 있다. 그러기에 이도령에 대한 춘향의 절개가 당대의 시대적 가치인 유교적 도덕성을 지키려는 것임을 알면서도, 고초를 겪는 춘향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김 지사만은 『춘향전』을 '변사또가 춘향이를 ○○으려는 이야기'로 알고 있다. '정치인의 언론기사는 부고 기사만 아니면 된다'는 말도 있고, 아무리 노이즈마케팅이 큰 성과를 거두는 세상이라지만, 이건 아니다. 아무리 말로 먹고사는 사람이 정치인이고, 아무리 대권 욕심이 나고, 조급증이 일더라도, 이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민족문학의 백미이자 세계무형 문화유산인 춘향이 이렇게 처참하게 능욕을 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막말을 일삼는 정치인의 치세 하에서 국민들의 삶은 편치 못하다. 한 포털사이트 여론조사에서 역대 막말 정치인 1위에 이명박 대통령이 올랐고, 김 지사가 2위에 등극했다고 한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도지사의 끝 모를 추락을 보면서 경기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저 한없이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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