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배럴 장관과 스타일리스트 대통령

우리말을 무시하는 걸까? 우리말에 무식한 걸까?

검토 완료

김시열(banzzok)등록 2011.07.15 14:03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복지정책을 돼지고기 통(포크배럴)에 비유한 발언으로 이곳저곳서 손가락질을 당했다. 사람들은 돼지고기 통에 빗댄 수준 낮은 그의 안목만 꼬집은
모양이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놓치고 있다.

대중들 정서나 말법과는 거리가 있는 미국 정가에서나 통용된다는 '포크배럴'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 말본새가 그것이다. 쉬운 우리말로 정책을 알리고 이해와 공감을 얻으려는 정치인 보기가 갈수록 흔치 않다. 박 장관처럼 듣도 보도 못한 영어에다 어려운 한자말까지 앞세우는 정치인들로 즐비하다. 우리말을 무시하는 지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지, 이 정권은 말 같잖은 말로 사람들 가슴을 끊임없이 후벼왔다. '오륀지'란 말로 멀쩡한 사람들 혀를 비틀어놓더니. 올 새해 첫날에는 '일기가성'(일을 단숨에 매끄럽게 해낸다)이란 낯선 한자말을 수 백 년 묵은 중국수필집을 뒤져서 내놓았다. 그 정성(?)에 견줘 사람들 반응은 별로였던 기억이다.

                    어려운 말 쓰는 정치인, 살림살이까지 꼬이게 만든다

며칠 전에는 박 장관의 포크배럴 발언에 뒤질세라, 법무부장관 기용을 앞두고 대통령도 한 마디 보탰다. "열심히 할 사람이 필요하고 스타일리스트는 곤란하다". 스타일리스트?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애매하고 흐릿하다. 정책을 설명하고 국정을 알리는 자리에 있는 분들이 낯선 영어, 어려운 한자를 말끝마다 들고 나와도 되는 건가. 들을 때마다 뜬금없고 국민과 소통은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오만한 말잔치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소통을 피하거나 두려워하는 정치인일수록 어려운 말로 포장한다. 낯선 말로 전문가인양 행세하는 건 기본. 우리나라 형편과는 동떨어진 개념(말)을 들여와서는 '선진국'이니 '글로벌 스탠더드'니 하는 권위로 칠갑한다. '내가 배워서(해봐서)아는데' 란 뻐김까지 더하면 국민을 우습게 여기고 소통을 가로막는 더할 나위없는 철옹성이 된다.

우리말글로 웃고 울고 화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이다. 말글살이가 쉬워야 살림살이도 푸근해지는 게 이치다. 절박하고 어려운 일도 단순하고 쉬운 말로 하면 더 잘 풀 수 있다. 실제로 정치인들이 좋은 본보기다. 국회의원․대통령 선거 공약이나 벽보를 떠올려보자. 초등학생들이 읽더라도 바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지 않은가. 말글을 쉽게 쓰는 것은 스스로를 낮추고 사람들과 공감을 원하며 이해를 바란다는 뜻일 게다.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우리말(내용은 따로 짚어 볼 문제지만)로, 어려운 총선·대선에서 국민들 마음을 얻지 않았나.
어려운 한자말 낯선 영어 뒤에 숨지 마라. 쉽고 맑은 우리말글로 정책을 알리고 국민들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정치인이 되길, 제발 바란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