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총기 사고와 해병사단 사병 자살 사건을 보며

강화도 해병부대 총기 사고와 포항 해병사단 사병 자살 사건을 보면서 해병대를 다시 생각한다

검토 완료

황순택(suntack)등록 2011.07.15 18:46
강화도 해병부대 총기 사고의 원인으로 '기수 열외'라는 것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아다시피 그 당시 우리가 군대 생활할 때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단어다. 그리고 포항 사단의 자살한 해병 대원의 몸에서 구타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구타 흔적을 발견했다라는 것이 그런 일을 충분히 경험했던 우리들로서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놀랄 일도 아니다.

이제 진해의 '고달프고 악몽같고 아름다웠던(?)' 추억을 공유하며 중늙은이가 되어 서로 안부를 묻고 취미 생활을 같이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우리 모군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발전 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하여 우리 후배들이 자랑스럽게 군문을 나설 수 있고 전역하고 난 뒤에도 항상 자랑스러운 해군 해병이 될 수 있도록 무언가 제안을 했으면 좋겠다.

우선 근본적인 문제점을 보자면 빠따, 기수, '기수 열외', 허황된 자긍심 이런 것이 아닐까?

먼저 '빠따'에 대해 정말로 깊게 고민해보자.

우선 '빠따'라는 오래된 구시대 유물인 구닥다리 단어가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은 군의 자정 노력이 부족한 결과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어 군 입대하는 젊은이들의 의식 수준이 바뀌었는데 오직 군대만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탓이라고 판단되어 지금부터라도 빠따에 걸맞는 적절한 용어 선택부터 찾아봤으면 좋겠다.

아직도 신속한 문제 해결에 빠따가 해답이다라고 생각하는가? 만약에 (가슴에 손을 얹고) 그렇다 라고 대답한다면 귀하는 미안하지만 부하를 통솔할 자격이 없다. 더더욱, 큰 규모의 집단을 이끌고 가는 리더로서 덕목은 없다라고 인정해라. 왜 그런고 하면, 부하 직원이나 부하 대원들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하기 때문이다. 옛말이 총칼로 흥한 자가 총칼로 망한다는 말은 꼭 구테타를 일으키는 검은 안경 낀 당돌한 군인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빠따와 강압으로 부하들의 신뢰와 존경을 얻었다고 믿는다면 (그렇게 착각하게 되면) 그때부터 상황 판단을 객관적으로 할 수가 없다.

나는 군대 훈련소의 빠따는 인간(human being)을 인적 자원(human resource)로 강제적으로 신속하게 바꾸는 과정에서 생겨난 부산물이라고 해석한다. 즉, 우리가 사회에 있을 때 우리 모두는  자기 개성에 맞게 치장을 하고 멋을 내며 개개인의 특성과 자질이 각자 다 다름을 충분히 인정받고 상호 대화(two-way communication)를 통해 상대방의 의견뿐 아니라 내 의견도 존중되어야 하는 인간(human being)이지만, 군문을 들어서서 군인이 되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러한 사치(?)스러운 인간이 아니라 모두가 단일 제복을 (uniform) 입고 모두가 똑같이 행동하고 상사의 명령에 철저하게 복종해서(one-way dictation) 똑같이 생각해야만 하는 인간 기계 같은 존재 또는 기계 인간, 다시 말해서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자연 자원 중에 인적 자원(human resource)일 뿐이라는 것을 강력하게 머리에 심어 줘야 된다라는 것이 훈련소의 임무라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군대에 가서 훈련소에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심하게 받는 것이 제식 훈련이고 이를 통해 민간인 사고 방식을 완전히 군인 사고 방식으로 개조를 하는데 신속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안 날것 같은 무서운 호랑이 교관과 무시무시한 빠따의 이미지를 애용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렇게 해서 완전한 일방 통행, 절대 복종, 상명 하복의 체계를 완수 하는 것이 훈련소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중요한 것 하나는 이러한 사실을 솔직하게 설명하여 납득시켜 더불어   같이 훈련하고 더불어 같이 군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훈련받을 때도 이런 정신 훈화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저 갑자기 좌향좌 우향우 앞으로가 뒤로가 그러다가 어디 돌아 선착순 그리고 빠따를 맞았던 이런 것만 기억이 나고 정신 훈화 기억을 못하는 것을 보면 교육을 했더라도 일시적으로 했는지도 모른다. 왜 이런 훈련이 필요한지 계속 반복적으로 교육을 해서 차가운 머리로 이해할 뿐만 아니라 뜨거운 가슴으로 이해가 되어 보듬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백번 양보해서, 진해 훈련소에서 처음 민간인의 물을 빼내고 군인으로 물들이게 하는 훈련을 받을 때 단기간에 속성으로 주입식 교육이 필요해서 일정 부분 빠따라는 것을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치장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럼에도 예하부대에 배치가 되고 난 뒤에도 빠따가 기수 서열을 확립하고 하늘 같은 선배님의 덜 떨어진 행위를 인정하게 하는 도구로 남용된다면, 그 부대 역시 껍데기만 화려한 속빈 강정일 뿐이다. 즉, 빠따 앞에서만 비굴하게도 잘 하는 척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말이다.

자대 배치를 받고 군 내무 생활을 하게 되면 어차피 서로 다른 성장 배경을 가지고 오로지 병역 의무 완수라는 명분으로 모인 인간들의 집단 생활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즉, 군이라는 제약된 한계 상황에서 같은 목적으로 동원되거나 지원한 젊은이들로 구성된 인간 사회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구성원들은 '인간'(human being)과 '인적 자원'(human resource)간에 절묘한 조화를 스스로 찾으며 살아야 한다. 소위 duty hour 라고 할 수 있는 근무 시간도 있고 당연히 자기만의 심신 단련과 심성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자유 시간도 있다. 이런 개인 자유 시간이 없다면 에너지를 보충할 기회를 차단하여 더 큰 문제를 유발할지도 모른다. 근무 시간 중에는 '인간'이 아니고 국방의 의무로 국가에 헌납한 '인적자원'으로 철저하게 변화(transform)되어 군 생활에 충실하고, 자유 시간 중에는 다른 동료들과 의견을 주고 받으며 소통(two-way communication)을 할 수 있는 나의 개성(personality)을 가진 개인 인격체(individual)가 되어야 한다. 이때는 당연히 다른 동료들의 personality 도 인정해줘야 한다. 여기에서 소위 꼴통이 등장하는데 공과 사, 앞뒤 분간을 못하는 친구들이 바로 이런 부류이다. 아무 때나 선임병으로서 무게를 잡으려고 하는 이런 친구들이 오히려 분위기를 망친다. 이런 친구들을 일방적인 명령이나 지시가 아닌 충분한 상담으로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상관의 임무라고 믿는다.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상관의 직무 유기라고 봐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렇게 관리를 하게 되면 비록 분위기가 좀 더 개인주의적으로 흐를지 모르지만, 제대로 된 개인주의는 나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데 전혀 가책을 못느끼는 이기주의와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 차라리, 개인주의가 제대로 정착이 되면 나의 사생활을 보호 받기 위해서라도 서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 생길 것이다.

기수 열외에 대해서는 우리들이 근무하던 시절에는 없던 사항이라 뭐라 말하기도 그렇지만,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당사자나 주위 사람들 모두가 공적인 시간과 사적인 시간을 구분해서 인정해줬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참 많이 남는다. A Few Good Men 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code red 이야기가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만 그게 미국 해병대에 오래 전에 있었다는 실화 정도로만 알았는데 우리 해병대에 이런 일이 있다니 매우 안타깝고 그 가해자나 희생자 가족 모두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기수 서열.
해병대에서 가장 어처구니 없는 모습이 선배 기수보다 먼저 진급한 후배 기수가 계급이 낮은 선배 기수에게 경례하는 모습이다. 당사자들은 그것이 선배에 대한 배려이고 멋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밖에 비쳐지는 인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잘 알겠지만, 군대의 모든 서열은 계급, 군번 순이다. 또 현역이냐 예비역이냐 순서도 있다. 그래서 여담이지만 군무원들의 서열은 비록 그들이 나이가 많고 고위직을 맡고 있더라도 군견보다 아래라고 내가 해군본부에 근무하던 시절에 해사 출신 선배 장교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렇게 서열은 절차에 나와 있다. 그것이 존중되어야 하고 그렇게 따르라는 것이 규범이고 절차라면 이것을 따라야 한다. 과거에 어떤 별 넷은 육군 별 둘에게 경례를 붙였다라는 허탈하고 믿고 싶지 않은 소문도 들리더라만 아닌 것은 아닌 게 맞다. 나보다 먼저 진급한 후배 기수에게 먼저 경례해주는 예의를 보이면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을지라도) 후배들은 더욱 더 그를 따를 것이다.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불행하게도 소령이 대위에게 경례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일반인들 중에는 그 사람들의 관계가 선 후배 기수가 바뀌어서 저렇게 인사하는구나 하고 이해해줄 사람이 결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자부심. 자긍심.
미국 해병대에서 내거는 슬로건중에 The Few, The Proud 라는 말이 있다. 소주 정예라서 더 자랑스럽다 이런 정도이겠는데 우리 해병대에도 이와 비슷하고 어쩌면 더 강렬한 구호가 있다. 누구나 해병이 될수 있다면 나는 해병대에 지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뭐 이런 말인데 아주 강하고 뿌듯하고 긍지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런 긍지와 자부심은 내가 의식적으로 표출해서 나타나기보다는 주위에 사람들이 지켜볼때 저친구는 저러니까 정말 해병대 출신다워. 참 듬직하고 멋지다. 이렇게 나와야 긍지가 되고 자랑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몇 년 전에 이경규가 간다라는 TV 프로그램에서 거의 프로그램 한 시간이 다 끝나가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프로그램 진행자를 포함하여 시청자 모두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을 때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할머니의 짐을 들어주던 어떤 해병처럼, 그런 해병이 진정 자랑스럽고 멋진 것이다. 똑 같은 말도 저러니까 개병대 소리를 듣지 이렇게 나오면 오히려 해병대 안나온 것만도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그저 해병대 곤조가에 나오듯 때리고 부수고 마시고 조져서는 결코 자랑스러운 해병이 되지 못하며 그런 행위는 그토록 자랑하는 모군에 전적으로 해가 된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해군 OCS 출신 장교로서 해병부대에서 초급장교시절을 보내고 해군본부에서 전역했습니다.
이글은 동기생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라서 일반인들이 보기에 이해가 잘 안되거나 불편할지 모르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연락하십시오. 안올리고 지우셔도 좋습니다. 010-3242-7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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