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에서 온 친구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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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화진(hwajin88)등록 2011.07.16 14:53
 내가 신학교를 다닐 때는 주경야독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 중에 나도 한 사람인데 난 서대문 아현 고가도로 부근에 있는 모 출판사에서 글 쓰는 알바를 했다. 야간학부를 다니다 보니까 오후 4시 정도엔 일을 끝내고 학교로 가야 5시 강의에 늦지 않았다. 그 때 회사 동료들이 나보고 "황 전도사 학교는 야간이야 주간이야?"를 묻는다. 그러면 나는 "다 틀렸어. 석간이야."라고 대답했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경북대, 총신대, 감신대 출신들이었는데 나는 그들한테 뒤지지 않으려고 매사 성실함으로 승부를 걸었다.
신학교 동기들 중에는 야간 학부라 여러 부류의 직업인들이 같은 클래스에 있었다. 학교 교사들도 있었고 회사원도 군인들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고등학교 때 예수를 믿었는데 그 때 한국기독교백년사 한 질 12권인가 하는 책을 어떻게 구입을 해서 다 읽고 상당히 은혜를 받고 힘을 얻고 사명을 다짐했다. 그런데 신학교에서 공부하다 보니까 그 책의 저자인 소설가 박 모 씨가 같은 과 학생으로 있는 것이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나만의 느낌이었다. 왜냐하면 난 문학을 좋아해서 저자를 만난다는 것은 그 당시만 해도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이었는지 모른다. 
당시 우리 과에는 영관급 장교가 너 댓 명 있었고 부 사관이 세 명 있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엊그제 우리교회를 다녀 간 김 목사였다. 공사에 근무하면서 신학교를 야간에 다녔는데 매우 반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도 전역하고 창현고등학교 교목으로 근무를 했다. 그 때 우리교회가 이목리에 있을 때에 한 번 다녀간 적이 있다.
그리고 나서 과테말라 선교사로 나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 후론 연락이 끊겨 매우 궁금했다. 그런데 며칠 전 그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황 목사님? 나야. 과테말라 김 선교사라구..."
"아니, 어떻게 된 거여? 지금 어디유?"
"나 어저께 한국에 들어왔어. 디아스포라 선교대회가 횃불회관에서 있는데 강사로 와서 며칠 있다 갈 건데 요번 주일 황 목사 교회 가서 예배 드릴라구..."
"아, 환영이지. 이미 주보는 나왔는데 다시 만들 테니까 본문하구 제목 즘 불러봐."
그렇게 해서 김 목사 일행이 지난주일 우리교회를 다녀갔다. 그 친구는 세상 말로 표현하자면 성공한 케이스이다. 과테말라에 이민 간 한국 교민들이 교회를 세우고 이 친구를 담임목사로 청빙하여 그 교회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왔는데 교민사회는 교회를 중심으로 뭉치는 기질이 이 교회를 중심으로 발휘 된 것이다. 성도 수가 1천 명이 넘는 대 교회가 됐으니 그의 사역에 얼마나 성령의 기름 부으심이 넘쳐났을까를 가늠해 본다.
그런데 그런 큰 목사님이 우리 같이 작은 교회를 찾아 주일예배를 드리겠다고 연락이 왔으니 동기지만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 분은 다른 선교사들처럼 수시로 한국을 드나드는 체질이 아니고 어쩌다 몇 년 만에 한 번 온 건데 우리교회를 찾은 것이 과분한 방문이었다. 대개 큰 교회 가던지 무슨 특별한 관계가 있든지 선교비를 보내 주든지 아니면 담임목사가 실력이 대단하든지 그런 이유가 하나도 해당 사항이 없어서 그의 방문은 신선하기까지 한 것이다.
그가 시무하는 한인교회는 작은 교회가 아니라서 한국에서 선교비를 받아서 사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계를 선교하는 교회로 그 힘이 대단한 걸로 알고 있다. 친구의 활발한 선교사역을 감사하며 축복하며 은혜로운 주일을 보냈다. 그의 사모님과 동행한 여 집사님이 나보고 "목사님, 주보에 글 쓰신 거 보니까 문학적 감성이 대단하시네요. 섬 출신이시라 그런가?" 하신다. "별 말씀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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