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장마가 이어지는 7월 26일. 서울환경연합은 다시 백사실계곡을 찾았습니다. 이번 답사에서 느낀 백사실계곡은 그 모습처럼 아름답고 평화롭지만은 않았습니다. 몇 해 전부터 백사실계곡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방문객이 늘어남은 물론이지만 백사실계곡의 주변부로부터 계곡을 옥죄며 들어오기 시작하는 각종 시설들 때문입니다. 울타리 안에 개발제한구역이라는 말뚝을 버젓이 품고 있는 모습은 백사실계곡 에서는 일반적인 모습 일 뿐입니다.
▲ 개발제한구역임을 알리는 팻말 개발제한구역이 바로 옆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백사실계곡 주변으로는 많은 건물들이 새로이 들어서고 있다. ⓒ 손민우
백석동천유적으로 들어가는 입구 주변으로는 생뚱맞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것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산후조리원을 비롯한 건물들입니다. 주변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외관과, 전광판도 보입니다. '7월 26일부터 예약을 받는다'는 전광판 광고가 차갑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백사실계곡과 같이 잘 보존된 자연을 곁에 두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생태경관보전지역 주변으로 존재하는 산후조리원의 모습이 그다지 어울려 보이지도 않고, 있어야 할 곳 같지도 않습니다. 그 뒤로는 큰 규모의 건물들이 단지규모로 지어지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 백사실계곡과 불과 100m도 떨어지지 않은곳에 들어선 산후조리원. 그 옆에는 7/26일부터 예약을 받는다는 전광판 광고가 무심하게 반짝인다. ⓒ 손민우
▲ 산후조리원 뒷편으로 지어지고 있는 건물. 실제 백사실계곡 주변에는 많은 건물들이 새로 들어오거나 리모델링 되고 있지만, 모두가 사유지인 탓에 행정부서에서도 어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손민우
북악산 산책로를 따라 올라오는 길에 늘어선 카페들 또한 오늘날의 백사실계곡을 만들어낸 요인들 중 하나입니다. '커피프린스 1호점' 이라는 유명 드라마를 촬영했다는 어느 카페는 주말이면 수 많은 사람들로 붐비곤 합니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차를 타고 이곳을 찾기 때문에 차 하나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이 주말이면 교통체증을 앓습니다. 이 때문에 주민들도 불편을 호소합니다.
▲ 북악산 산책로에서 백사실계곡으로 진입하는 길. 주말이면 카페나 백사실계곡으로 가기 위해 이 좁은길들로 차들이 가득 들어온다. 그러면 주민들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몇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교통체증이 일어나는 것이다. ⓒ 손민우
잘 보전된 자연을 곁에 두고 살고, 경치 좋은 카페에서 커피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같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이 생태경관보전지역주변을 개발로 파괴되게 만들고 주민들의 생활을 불편하게 만드는 상황이라면 '자연을 사랑한다'는 의미는 더 이상 사랑이 아닌 파괴와 지나친 간섭이 됩니다.
자연을 곁에 두고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사랑'과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사랑'은 분명 다른 사랑입니다. 환경을 파괴하고 지역 주민들의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잘못된 사랑이 무엇인가는 백사실계곡의 경우가 잘 말해주고 있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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