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복과 승려복이 등산 때는 좀 더울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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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화진(hwajin88)등록 2011.08.06 20:53
 일일이 다 열거 하지 않아도 나는 남보다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입니다. 특히 남자로서 운동이란 걸 할 줄 아는 게 단 한 가지도 없으니 소위 쪽 팔립니다. 물론 학교 때 형편상 하다 만 운동이 있긴 하지만 중단했기 때문에 어디 가서 명함은 못 내밉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그 누가 뭐라 해도 산을 타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등산가는 아니고 동네 산을 잠시 다녀오는 정도입니다. 더 이상은 시간도 그렇고 체력도 그렇고 그래서 하루 한 시간 정도를 산에서 보내는 것인데 요새 같은 불볕더위에는 정말 가기 싫을 때가 많지만 그래도 가야 합니다. 가기 싫다고 안 가면 그건 장부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건 어른이 돼 가지고 본이 되지 않기에 때로는 자리를 박차고 담대히 일어나서 칠보산 출근부에 도장을 찍고 옵니다.
내가 산에 가서 하는 일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당연 한 시간 정도 걷는 것이고 또 하나는 팔굽혀펴기인데 완전히 엎드려서는 못하고 의자 붙잡고 한 백 회 정도 합니다. 그러면 상체운동과 하체운동이 모두 해결되기 때문에 거의 빠뜨리지 않고 산을 다니고 있습니다. 우리 동료 한 분은 내 나이인데도 산에서 뜁니다. 물론 그 분은 프로 마라토너입니다. 그 분한테 맞춘다고 같이 뛰다가는 무리가 됩니다. 뛰든 걷는 자기 체력에 맞춰서 해야 합니다. 그리고 평생 안 하던 운동을 하루에 다 하려고 하는 건 대단히 미련한 짓입니다.
그런데 요새 산을 가면 땀이 얼마나 많이 나는 지 진짜 장난이 아닙니다. 그냥 『줄줄줄』입니다. 눈을 뜨기에도 따끔거릴 정도입니다. 그래도 빨리 집에 가서 샤워할 생각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땀 쫙 빼고 샤워 싹 하고 나면 그 기분은 경험자만 알 것입니다. 
내가 산에 가면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나만 그 분들을 알아보지 그들은 내가 당신들을 본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 중에 내 눈에 두드러지게 뵈는 분들이 있습니다. 한 부류는 이 무더운 날 수녀복을 입고 산에 오르는 몇몇 수녀들과 또 한 부류는 절에서 올라오신 승려복의 승려들입니다. 거기에 비해서 나는 기독교 목사로서 반바지에 반 팔 티셔츠를 입고 매우 가벼운 차림새가 그 분들한테 좀 종교인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 같은 생각에 약간 주춤하는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의복에 자유 함을 누리는 내 자신이 더없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한테 성직의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 등산 때는 나처럼 사복차림을 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입니다. 이 무더운 날씨에 성의 착용하고 머리에 그거 쓰고 어깨에 뭐 두르고 다니려면 땀 진짜 많이 나고 주변 사람들 신경 쓰일 텐데 과감히 변신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 것들이 교리 상 문제가 되는지는 모르지만요.
나는 교회에서 예배 때도 다른 때는 성의를 착용하는데 하절기엔 안 하겠다고 선포했습니다. 몸에 살이 많은 것도 아닌데 덥고 땀나고 끈적대는 것이 싫어서 그냥 양복 차림만 합니다. 물론 그것도 덥지만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불교의 승려들은 무더운 여름에 팔뚝조차도 안 보이려고 긴 팔을 입는다는데 난 긴 팔은 고사하고 반바지에 반팔 티나 걸치고 다니니 좀 미안한 감이 있습니다. 물론 간편한 차림에도 당당한 것은 보이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도 다른 분들은 더워도 잘도 참고 긴 바지에 긴 팔에 격식 갖춰 사는데 난 좀 자유인으로 사는 것이 미안해서 여름이 빨리 지나갔으면 싶습니다. 그렇다고 여름이 싫다고만 해서는 안 됩니다. 작열하는 태양 속에 곡식들이 알알이 영글어 가는 것이니까 다 필요한 시간들입니다. 그나저나 비는 좀 그만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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