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화정주공아파트 재개발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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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필(nzeropen)등록 2011.08.13 13:39
나는 재개발을 선언한 화정주공아파트에 관심이 많다. 신혼초 직장을 떠나게 되는 아픔으로 아내와 난 두 집 살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구입된 화정주공아파트의 생활은 10여년 동안 행복했다. 그야말로 문을 잠그지 않아도 믿음과 정감이 넘치는 보통 사람들의 따뜻한 주거공간이었다. 오롯이 신혼의 흔적이 담긴 집이었고, 지금 사는 집만큼이나 애정이 묻어나는 곳이었다.

10여년 전부터 화정아파트 재개발 이야기가 나왔다. 사람들은 퍽이나 반겼다. 연탄보일러로부터 끝도 없이 낙후되어가는 아파트를 새로 고쳐 산다는 새로운 희망이 생긴 것이다. 그러던 재건축위원히는 여느 재건축아파트처럼 두 패로 갈라져 이전투구로 번져갔다. 먼저 추진했던 조직이 무너지고 나중에 추진했던 조합장이 현 조직을 이끌었다. 어느 쪽이든 깔끔한 소문은 들려오지 않았다.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의지와는 상관없이 직장이건 집이건 찾아왔고, 전화로도 수차례 동의서를 받아내겠다는 추진위의 태도는 어린애 떼쓰는 것처럼 막무가내였었다. 급기야 재건축조합에 가입하지 않으면 강제 수용하겠다는 법원의 송장까지 받게 되었다. 무서운 위협처럼 느껴졌다.

가입하면서 사무실에 찾아간 나는 몇 가지 의문난 사항에 질문을 하였다. 그중 가장 궁금했던 것으로 첫째, 조합원의 의무사항이 무엇인지, 둘째, 사업의 수익성은 어떤지 듣고 싶었다. 몇 년 전 우편으로 받았던 책자 몇 권 달랑 줄 뿐 성의있는 답변은 없었다. "아니, 조합비 부담이 없다니? 어떻게 활동한다는 것일까. 내 재산권을 위임해 준 사람들인데, 덜컥 불안해졌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의심스러운 일이었다. 재건축조합운영비는 어디서 나왔단 말인가.

그래서 소문은 꼬리를 물고 흉흉했다. 주먹세계와 연결되었다는 둥, 건설업체와 담합했다는 둥, 급기야는 구․시청직원들과 연계되었다는 둥, 수도 없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정말 상식적인 의문들 아닌가. 수년 동안 유지되어온 재건축추진사무실의 운영자금은 어디서 나왔단 말인가, 입주자들이 자발적으로 조합비를 부담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더더욱 사람들 발품을 팔아 동의서를 받거나 회의에 참석시키기 위해 집이며 직장으로 얼마나 움직였던가. 그래서 현재 추진위와는 다르게 비상대책위가 등장한 것일까, 참으로 기이한 일이 아닌가.

현재 재건축추진조합을 폄하시킬 생각도 의도도 없다. 오히려 추진위가 걱정이다. 정말, 추진위가 신뢰를 얻으려면 기 거주자나 새 분양자 모두가 납득이 갈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말이다. 누구나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공시지가문제'나 '분양가 산정문제' '분양평수문제' '설계문제' 등은 극심하게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 거론되는 문제이다. 이런 불협화음이 근본적인 신뢰상실로 이어진다면 조합의 위기가 아니라 재건축의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재개발 말만 들어도 내겐 가슴저려오는 2009년 용산참사의 기억이 또렷하다. 해당관청도 문제다. 과세원칙도 실거래가 중심으로 부과하지 않던가, 시는 누구를 위한 공시지가산정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예컨대 5천만원짜리 집에서 행복과 평화를 충분히 누리는 사람들이 1억5천이 훨씬 넘는 금융부담을 짊어지라고 하면 사형선고나 다름없지 않을까. 시청 홈페이지를 보라. 절망과 시름에 겨운 시민들의 눈물겨운 호소를! 불행이 꿈틀대고 있다.

어느 조직이나 이해관계의 차이는 있는 법이다. 시는 성공적인 대회유치를 위해 보다 더 절치부심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더욱 노파심이 앞선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매지 말라)이어서는 안 된다. 적자투성이었다는 대구 U대회의 조건과도 판이하게 다른 파격적인 U대회참가선수단 대우문제와 분양가 산정문제와는 상관없겠지만 괜한 상상력이 앞서간다.

시 역시 30년이 넘어선 노후화된 도심 재개발을 하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이나 도시균형상 매우 유용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U대회를 둘러싸고 수영장 건립문제, 선수촌 건설문제 등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시민들을 모시지 않고 밀어붙일 때 광주시장의 정치력은 2015년에 있을 U대회로 생명력을 단축시킬 수도 일을 것이다. 재건축조합장도 마찬가지다. 재건축으로 조금 나은 행복을 얻으려는 것이었지 일확천금을 노린 것이 아니다. 소박한 주민의 행복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도심재개발이나 국제행사유치는 자멸의 길일 수 있다. 민심이 권력으로부터 한 번 떠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광주의 이슈신문인 '시민의 소리'에 실린 칼럼을 다시 손질하여 실은 글입니다. 지금 U대회 선수촌용으로 재개발하고자 결정된 화정아파트는 부글거리는 용광로처럼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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