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10년 후에...

무상급식 vs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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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열(savageryu)등록 2011.08.20 12:01
사랑으로...

해바라기라는 오랜 그룹의 노래, '사랑으로'라는 곡이 있습니다.
이 노래를 꼭 나이가 조금 있는 사람만 알 수 있는 곡이 아닌 것이 얼마 전 MBC의 한 프로그램에서 가창력이 뛰어난 남자 가수 한분이 조금 편곡해서 불렀었지요.

가사만 따져 보면, 거의 무슨 서정시와 같은 노래입니다.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
절로 감탄이 나지 않습니까?

올해는 2011년, 벌써 8월입니다.
'사랑으로'라는 이 곡을 기억하시는 분들, 그 중에서 저처럼 이제 청년의 시기가 마무리 되어 가는 분들이 많이 계신지요?

몇 년 전, 저는 이 사랑으로 라는 곡 때문에 엄청나게 눈물 흘린 적이 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가시는 길에 시청 광장에서 이 노래가 흘러 나왔습니다.
당시, 저는 시청에 없었고 TV 생중계를 통해 그 광경을 지켜 봤지만 그 노래를 들으며 한참을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뭐라 그 비통했던 느낌을 표현하겠습니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짧은 역사에서 수많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졌던 분들이 '그나마' 인정했던 대통령이 가시는 길에 흘러 나왔던 노래인데 말이죠.

뭐, 모든 분들이 저처럼 생각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요즘에도 전임이자 고인이신 노무현 대통령을 욕하는 글이 심심치 않게 인터넷에 보입니다. 줄기차게 그분을 찬양하는 인터넷 동호회도 있지만, 줄기차게 그분과 그 전임이신 고 김대중 전임 대통령을 어찌나 열심히 까는지 도대체 인터넷에 그렇게 적극적으로 반감을 가진 글을 올리시는데, 그만큼 그분들을 알 정도로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열심히 인터넷을 하고 계신지... 좀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열성적인 분들... 아직도 가끔 보고 있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운구 행렬이 시청 광장을 지나치던 것을 기억하신 분들 중에, 몇 년 이전의 기억이 생생하신 분이 계시다면 그 분이 한참 대선을 치를 시기에 TV 광고로 기타를 치던 그 분을 기억하시는지,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던 그 분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저도 그때의 일이 선명하게 기억이 안 납니다.
노무현 이라는 분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인터넷에서 그분의 정치 광고를 봤던 것과 TV에 방영되었던 대선 광고와 헷갈리는 것도 사실이고 말입니다.

근데, 저는 유명한 가수의 아름다운 열창보다 시청 광장을 울리던, 그리고 그 분의 따님이 그 노래를 들으며 통곡하던 그 장면이 훨씬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그 시청 광장의 인파들보다 대선 광고에 셔츠 차림으로 그 노래를 부르던 한 정치인이 더 기억납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사랑으로'라는 노래를 의미있게 기억하는 마지막입니다.
70년대에 태어나 90년대 중반에 대학을 다녔던 제가 '아, 이런 음악이... 이렇게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구나.'라고 기억했던 최초의 기억이 바로 그 '대선 광고'였던 것 같습니다.

근데 말입니다.
해바라기가 최초로 '사랑으로'라는 노래를 불렀던 것은 1989년입니다.
1989년 6월 10일에 해바라기 6집이 발매되었다고 인터넷 검색에 나옵니다.

87년 6월 항쟁이 끝나고 2년 후의 일입니다.
1989년 여름,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라는 곡을 당시의 청춘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저는 모릅니다. 그때 저는 아직 국민학생 이었으니까 말이지요.

역사도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YS라는 대통령이 있습니다.
음... 솔직히 칭찬을 받기보다 비난을 많이 받는 분이고, 존경을 받기보다 이해하지 못할 처신으로 비판을 많이 받는 분입니다. 그래도 어르신이니 '분'이라 표현하는 것이 맞겠죠.

제가 98년에 군대를 갔습니다.
306보충대를 거쳐 사단 신교대에 갔더니 자랑스런 사단의 역사에 '떡'하고 어떤 분의 사진이 붙어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분이 누구시냐면, 백마 '9사단'의 사단장을 역임하고 후일 대통령까지 했고, 5.16쿠데타 이후 최초의 민간인 출신 대통령이라는, '문민정부'를 이끌었던 YS의 대선 승리를 위해 3000억이라는 정치자금을 건네고, 지금은 건강이 좋지 않다는 노태우 전 대통령입니다.

허허...
29만원의 재산으로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절에 틀어박히기도 하고, 감방에도 다녀오고 여하튼 당최 이해가 안 되는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분도 있습니다.
뭐, 육사 동기라는 이 두 분이 우리나라의 현대사에 도대체 어떤 악영향을 끼쳤는지 모르는 사람들, 앞으로 점점 많아져 가겠지요?

김영삼...
오랜 시간, 정치를 했던 이 분이 대체 왜 비판의 수준을 넘은 비난까지 받는지 이해가 안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겠지요?

김대중, 노무현...
이전의, 이후의 대통령들과는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었는지 구분 못하는 사람도 앞으로 점점 더 많아져 가겠지요.

이승만, 박정희...
왜 그렇게 이 두 분의 공과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많은지 보다 '현실감있게' 평가할 사람도 앞으로 적어지겠지요.

무상급식 vs 세금낭비.
대체 왜 100억이 넘는 돈을 쓰면서 투표까지 해서 별다른 차이도 없는 이 안건을 주민투표에 붙이는지 '따질 사람'도, '기억하는 사람'도 앞으로 적어지겠지요.

혹시 모르지요.
한 10년쯤 지난 미래에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이 투표가 '예산낭비'의 대표적인 예가 될지, '교육인권'의 대표적인 예가 될지 말입니다.

1989년에 발표된 노래가 2011년 공영방송에 등장합니다.
그 노래의 구구절절한 역사를 요즘 한창 때인 사람들이 다 기억할까요?
그들이 그것을 기억하지 못해도 그 역사에 대한 제대로 된 기록이 남아는 있을까요?
저는 그것이 두렵습니다.

한 10년 후, 대한민국의 교육이 어떻게 변할지 솔직히 상상이 안 갑니다.
근데, 2011년 8월... '무상급식'이라는, 그냥 들어도 '뭐가 틀렸는데?'라는 주제, 당최 왜 투표까지 해서 저지하려 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주제...(무상교육 초, 중등에서 실시하죠? 그건 왜 할까요?)
2021년에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기억할까요?

저는 이제는 더 이상 서울 시민이 아니라서 솔직히 투표에 참여하고 싶어도 못하고, 안 참여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1989년의 '사랑으로'를 기억하시는 분들...
지금도 그 노래를 듣고 어떤 느낌을 가지셨는지 기억이 나십니까?

대선 광고에 등장한 그 노래, 서울 광장을 눈물 바다로 만들었던 그 노래를 기억하시는 분들...
그 광고를 보고 느꼈던 감정과 얼마 전 TV에 등장했던 그 노래에 대한 평이 같으신가요?

2011년, 서울시의 무상급식을 판단해야 하시는 분들...
10년 후, 당신들의 판단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십니까?

1년 후도 좋지만, 10년 후를 생각하고 투표하던지, 거부하던지 하세요.
그리고 10년 후에 아무것도 모르는 새카만 젊은 세대가 투덜거리면 '나는 그때 이래서 그런 선택을 했다.'라고 자부심을 갖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의 동지가 되었던, 현실의 동료가 되었던...
그 격렬한 순간이 지나가고 그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사라져가고 쓸쓸하게 '깃발만 나부끼는' 현실, 이제 좀 지겹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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