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주민투표, 그 속에 감춰진 본질

검토 완료

이용재(bestlyj)등록 2011.08.24 13:26
오후 1시 기준 투표율 15.8%.

이쯤되면 서울시장과 한나라당이 목표로 했던 33.3%투표율은 사실상 물건너갔다고 봐도 될 것이다.

무상급식 반대진영에서 주장해 왔던 두 가지가
"무분별한 포퓰리즘으로 나라 거덜난다"
"왜 부자집 아이까지 공짜밥을 먹여야 하느냐" 이었다.

보통 우리나라의 보수층은 기득권 세력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기득권 스스로 그들의 아이에게 공짜밥을 먹이는 것을 거부하는 것일까?
조금이라도 이익이 되는 것이 있다면 취해 왔던 세력인데 무엇인가 이상하다고 느낀 적은 없는가?

현재의 무상급식은 특별한 세수의 충원 없이 기존 세수 안에서의 비율 조정을 통해 실현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무상급식을 하려면, 어떻게든 세재가 개편되어 별도의 세금이 걷어져야 할 것이다.

부자집 아이까지 공짜밥을 먹이는 것이 아니라, 소득의 차이에 따라 급식과 관련한 세금을 내서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그만이다. 부자집 아이는 부자인 부모가 많이 버는 만큼 세금을 더 많이 내면 되고, 가난한 집 아이는 그만큼 세금을 덜 내거나 안내도 부자집 아이, 가난한집 아이 가릴 것 없이 교육시간 동안에는 같은 밥을 먹는 것이다. 무분별한 포퓰리즘으로 나라가 거덜나는 것도 아니요, 부자집 아이에게 공짜밥을 먹이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영리병원때 논쟁이 되었던 "보편적 복지"의 한 범주로 볼 수 있다. 특정 계층만 받는 복지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는 쪽이 관심을 덜 가지게 되고 결국은 그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에게만 무상급식을 실시한다고 하자. 그러면 세금을 내는 쪽은 그보다 더 잘사는 계층일 것이다. 그 상황에서 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과연 세금을 내는 계층에선 어떻게 할까? "지금 급식의 질로도 먹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데 왜 혈세를 더 걷어 급식의 질을 높여야 하는가" 라고 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보편적 복지가 중요한 것이다. 세금을 더 내든 덜 내든 동일한 서비스를 받아야 할 때, 더 내는 계층에서도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관심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무상급식도 마찬가지이다. 부자집 아이든 가난한집 아이든 학교에선 같은 밥을 먹어야 할 때 그 급식의 질에 신경을 쓰게 되고, 내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질을 높이기 위해 세금을 더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얘기해보자. 지금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계층은 그들의 아이에겐 충분히 양질의 식사를 제공할 능력이 되는데, 무상급식으로 인해 내가 내야 하는 세금이 늘어나는 상황이 달갑지 않은 것이 아닌가. "왜 부자집 아이까지 공짜밥을 먹여야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가 못사는 집 아이 밥까지 내돈내서 먹여야 하느냐"가 아니냔 말이다.

이러한 기득권의 이해관계와 한 개인의 정치적 욕심으로 인해 정책투표가 아닌 재신임 투표로 변질되어버린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 상처받는 아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어른이라면 최소한 아이보다 못한 짓은 안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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