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나가라는 것이 진보의 도덕성이라면 나는 진보 안 한다

카더라 통신, 받아쓰기 언론은 SF소설 창작에 부화뇌동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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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수(hs1578)등록 2011.08.30 17:40
교사가 교장에도 돈을 주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라면?
나는 교사다. 그런데 교장에게 돈을 5천만원을 주었다. 아무도 모르게 하려고 다른 사람 시켜서 주었는데 교사와 교장의 돈 거래를 수상하게 여긴 검찰에 의해서 세상에 알려졌다. 세상 사람들은 "부장이나 교감하려고 뇌물 바쳤다. 근평 잘 받아서 장학사 가려고 줄 서는 거다."라고 하면서 뇌물 공여로 학교에서 쫓아내고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욕한다.

교사와 교장 사이의 돈 거래 자체가 부적절했다고 말한다. 일반적 상식으로 백번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교장이 "퇴임을 앞두고 사기를 당해서 재산을 날렸다, 부모님이 오랜 병환으로 전 재산을 들였다, 아들이 대학을 가야하는데 천만원 등록금 댈 돈도 없다." 등등으로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운 것을 알고 내가 선의의 마음으로 돈을 주었다면..... 이것이 객관적 팩트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교사와 교장 사이에 돈이 오가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고, 세간의 오해를 살 수 있으니 도와주고 싶어도 모른 척 하는 것이 도덕적일까, 아니면 오해 받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교장을 경제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도덕적일까? 당신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나?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것이 진실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만 관계 자체로 사실이 될 수는 없으며, 오히려 그것이 진실을 가리는 장막이 될 수도 있다. 위의 교사와 교장의 돈 거래처럼 세상에 이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난다.

대의를 위해 물러나라는 것이 진보라면 나는 진보 안 한다.
좋은교사모임 같은 중도개혁세력뿐 아니라 참여연대 같은 진보 성향 일부 단체들도 교육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 놓고 나가라고 하고, 민주당 역시 책임을 져야한다는 식으로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진보의 도덕성이라는 대의를 위해, 10.26 보궐선거뿐 아니라 총선과 대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나가라고 한다.

이런 선거공학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 어쩌고 하는 말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그가 어떻게 죽음으로 내몰렸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돈을 준 것 자체가 부적절하니 자초지종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나가라는 것이 도덕적인 거라면 나는 앞으로 비도덕적으로 살란다.

진보가 말하는 도덕성이 이런 것이라면,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자살을 이야기하는 사람까지 매몰차게 모른 척해야 한다는 것이라면 나는 그런 진보 안 한다. 진보세력이 살기 위해서, 아니면 선거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억울하더라도 개인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 진보의 대의라면 나는 그런 진보 안 한다. 곽노현을 죽여야 사는 진보라면 나는 그런 진보 절대로 안 할란다.

출처는 검찰과 박명기측, 익명 관계자... 이것이 객관적 정보인가?
댓가성이 있었다면 돌을 던지는 것이 맞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검찰과 보수언론에 부화뇌동할 필요는 없다. 노무현 대통령을 부엉이 바위로 떠밀었던 그 검찰과 그 보수언론들이 지금 또 한 사람을 부엉이 바위로 떠밀고 있다. 확인된 것 하나도 없이 한 인간을 파렴치한으로 몰아 그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이 오히려 비도덕적이다. 이것이 오히려 곽노현 교육감을 부엉이 바위로 내모는 것에 동참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언론보도의 출처는 좌파척결(?)에 혈안이 된 검찰, 돈 달라고 땡깡부린 박명기, 그리고 있지도 않은 익명의 관계자들이다. 이들로부터 나온 정보가 정말 객관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언론에 나온 보도들의 타당성을 한번 따져보자.

오세훈 시장의 사퇴를 불러온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끝나자 마자 바로 동아일보와 SBS를 통해 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화 댓가 2억 수수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거의 모든 언론들이 후보 매수를 기정사실화 했다. 그러나 현재 적어도 "설"이 아닌 사실로 후보 매수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

애초 보수언론들은 "7억을 약속한 각서"가 있다고 했으나 검찰도 없는 문서를 조작할 능력은 없었든지 그런 각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2억을 먼저 주고 연말에 5억을 더 주기로 했다는 보도 역시 아무 근거가 없다.

"인사 밀약설"도 여러 언론에서 보도하였지만 이 역시 헛다리가 분명해 보인다. 벌써 3번의 정기인사가 있었는지 박명기의 요구가 관철되었다는 이야기도 없고, 겨우 찾아낸 것이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자문위원인데 이는 의결권도 없고, 잇권도 없으며, 월급 한푼도 없는, 말 그대로 자문기구이다. 이런 위원회는 서울교육청에만 20개가 넘고 위원으로 치면 3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보수언론이 자신 있게 내놓은 "녹취록" 역시 허무맹랑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는 단일화 과정을 박명기가 정리한 것으로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것이다. 그런데 원본 녹음 기록도 없으며, 그냥 박명기 측에서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만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더 우스운 것은 박명기가 돈을 요구했는데 곽교육감이 주겠다고 약속한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소위 '사당동 비밀회동' 역시 곧바로 부정되었다. 단일화 직전 곽노현 교육감과 박명기 교수가 실무자들과 사당동 찻집에서 만나 7억원과 인사권을 약속하고 전격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출처로 밝힌 이해동 목사는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직접 출연하여 허위보도임을 밝혔다. 오히려 "곽노현 교육감이 면전에서 돈 주고 하는 단일화라면 하지 않는다."고 얼굴을 붉히며 강하게 반발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곽노현 측이 강압을 "매장"이라는 가장 자극적인 표현을 쓰며 사퇴를 강요했다고 보도했다. 참으로 웃기는 일이다. 후보단일화 요구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나는 진보교육계에서 경선을 통해 단일화한 후보인데, 당신이 끝까지 가면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고, 진보교육계에서 매장될 수 있으니 용단을 내려달라."는 정도의 발언은 당연히 오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후보 단일화 요구를 그들은 "사퇴 종용, 강압 행사"라는 식으로 보도한다. 참 보도할 내용도 없나 보다.

SF소설 쓰는 보수언론. 이들 중에 확인된 사실은 몇 개?
더 소설 같은 이야기는 전교조과 참교육학부모회의 금품 수수 의혹 제기이다. 동아일보는 곽노현 교육감이 선거후에 돌려받은 돈이 35억 정도 되는데 이 돈 일부는 박명기에게 가고, 일부는 전교조나 참학 같은 진보교육단체들에 흘러갔을 수 있다는 의혹과 함께 이들 조직이 벌벌 떨고 있다는 것으로 보도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진보교육 세력을 흠집 내려는 야비한 술책이다. 이런 것을 보도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제기된 수많은 보도가 나왔지만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곽노현이 박명기에게 2억을 주었다."는 것이 전부이다. 각서니 약속 녹취록이니 하는 것들은 사실 관계 자체가 맞지 않고, 댓가성이니 인사권 밀약이니 하는 것은 일방의 주장일뿐이다.

보수언론의 보도에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관계자, 제보자 등은 모두 누군지도 알 수 없으며, 정말 그들이 선거 관계자가 맞는지도 확인되지 않는 가공의 인물들로 보인다. 대부분이 어디서 들었다, 그럴 수 있지 않느냐는 추측이나 전언성 발언들이다.

검찰과 언론이 이렇게 앞 다투어 확인되지도 않은 것들을 사실로 단정하며 속전속결에 나서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혹시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여론 재판으로, 그의 도덕성에 타격을 주어 스스로 물러나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 나뿐이 아닐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검찰 발표와 언론보도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차분히 사실 관계를 밝히는 것이다.

곽노현 교육감으로부터 돈을 받기로 하고 사퇴했다는 박명기 교수의 변론을 맡은 곳이 '법무법인 바른'이다. 이 법무법인은 BBK, 도곡동 땅 사건, 박연차 차건, 광우병 손해배상, 미디어법, 부산저축은행, 영부인 사촌언니 뇌물, 부산저축은행 관련 사건의 소송을 맡은 곳이다.

이곳 출신 변호사들이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비서관,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하거나 하고 있으며, 노무현 비자금 수사를 지휘한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도 여기에 있다. 이런 사실만 보아도 이 사건의 성격을 추정할 수 있어 보인다. 진실 공방은 이제 시작된 것일 수도 있는 이유이다.

보수언론과 검찰의 여론재판의 최종 목적은 자진사퇴
정말로 댓가성이라면 두 말할 것도 없이 곽노현 교육감은 구속감이고 징역형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공직선거법은 공소시효가 6개월밖에 안 되어 검찰은 9월 안에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1심 결과도 기소 후 3개월 이내에 나오도록 되어 있고, 혹시 2심 3심으로 가더라도 일반 사건과 달리 공직선거법은 1년 안에 결론이 난다.

1년 반짜리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공정택 전 교육감 사건을 생각해보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공교육감은 대법원까지 1년도 안 되어서 유죄선고를 받고 물러났다. 이번 사건 역시 기소되더라도 1심 나오는 것은 몇 달 안 걸린다. 소문이나 추측, 일방적 정보가 아니라 진실은 재판정에서 나올 것이다.

보수언론과 검찰과 노무현 대통령에게 그랬던 것처럼 곽노현 교육감에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어 스스로 물러나기를 종용하고 있다. 여기에 진보세력까지 부화뇌동해야 할까? 기껏 몇 달을 못 기다리고 소나기를 피하자고, 선거 유불리가 어쩌고 하면서 그를 부엉이바위로 떠미는 것을 나는 할 수 없다. 그러는 것이 정말 진보라면 나는 오늘부터 진보 안 한다.

올해 최고의 인기 영화라는 '활'에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단다. 지금 민주당을 비롯한 자칭, 타칭 진보세력이 해야 할 일은 "선거 유불리는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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