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된 강원도 집성촌은 왜 무너졌나

[강원도는 골프장 공화국①] 홍천군 구만리 골프장

검토 완료

최위환(greenkorea)등록 2011.09.07 10:08
2011년 현재 강원도에서 운영중인 골프장은 42곳, 건설 추진 중인 골프장은 41곳입니다. 이는 면적만 약 1225만평(4376만9652㎡)에 달하며 여의도 면적의 18배, 축구장 6690개에 해당하는 규모인데요. 강원도에 무분별하게 건설되고 있는 골프장 문제로 시름하고 있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 기자말

구만리 일대에 몇백미터를 경계로 맞대고 개발 중인 3개의 골프장. 골프장은 숲과 자연뿐 아니라 마을공동체도 함께 파괴했다. ⓒ 강원도골프장범대위


우리나라 산림의 허파인 강원도. 그 많고 많은 산들 중 홍천군 구만산 자락에는 400년동안 집성촌을 이루며 친인척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고 있는 구정면 구만리라는 마을이 있다. 그러나 평화롭던 마을에서 6년 전부터 골프장 건설이 진행되면서 마을이 위기를 맞고 있다.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것을 알게 된 구만리 주민들은 전국의 20여 개의 골프장을 직접 돌아다녔다. 이 과정에서 골프장이 마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물 오염과 농약으로 인해 농사를 짓는 데 피해를 주는 것을 알게된 뒤 지역주민이 똘똘 뭉쳐 골프장 반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2009년 5월, 골프장 업체측에서 주민들의 동의서를 얻어내기 위해서 한 가구당 1000만 원씩의 돈을 살포하면서 주민간 갈등이 일어나는 것도 모자라, 마을공동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돈 살포와 관련해서 해당 업체측은 2009년 <강원희망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돈 준 것은 인정하지만 주민발전기금이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실은 업체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주민들이 며칠을 고민하다가 골프장반대대책위원회에 양심선언을 해 밝혀졌다. 그후로도 골프장 업체측의 회유와 협박은 계속되었고 찬성과 반대측 주민들은 양쪽으로 나뉘어져 서로 고소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특히 지난 5년여간 산림청에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고소 당한 주민이 31명, '퇴거불이행죄'로 홍천군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홍천군대책위 소속 주민이 5명이다. 또 골프장 사업자는 주민 48명에게 업무방해혐의로 11억 9800만 원의 재산가압류 및 손해배상청구를 했다.

2009년 국정감사 때, 골프장 허가과정에서 허위로 조사된 입목축적조사를 가지고 불법으로 산지전용허가가 진행된 것이 드러났고 사업주도, 산림청도 이를 확인하였다. 그러나 허위조사한 산림기술사도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한 업체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공무원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같은 사실이 드러난 뒤 주민들을 포함한 조사협의체를 구성해서 재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산림청은 임목축적조사를 강행했고, 이를 막아선 홍천 구만리 주민 31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검찰에 고소했다.

홍천 구만리에 태어나고 현재 자식 내외분와 농사를 지으면서, 골프장 건설 반대싸움을 하고 있는 최영현 할머니를 지난 8월 중순 만났다.

구만리 최영현 할머니 주민들이 업체측 용역직원들에게 다치는 상황에 골프장 건설을 막기위해 굴착기에 앉은 할머니의 모습. ⓒ 강원도골프장범대위

- 무슨 농사를 지으시나요?
"작년에는 단호박 농사를 지었는데 골프장 때문에 안그래도 정신이 없는데 비가 너무 많이와서 농사를 망쳤지. 올해는 오이를 4000주를 심었는데 오이금이 좋아야 하는디 걱정이야."

- 골프장을 만든다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처음에는 뭐. 저수지를 막는다고 하더니.. 그것이 취소되고 그 다음에는 가시오가피 농장을 한다고 하더니만 결국 알고보니 골프장이 들어온다고 했어.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무조건 반대했지."

- 골프장 공사를 막기위해 굴착기 위에 올라간 사진이 있던데요.
"골프장 공사한다고 굴착기가 들어온다기에, 밥을 싸가지고 한달동안 산에 올라가 데모를 하고 막 그랬어. 건설업체 사람들이랑 싸움이 나서 비행기로 병원에 실려가고 어느 아주머니는 까무러쳐서 119차량에 실려가기도 했지. 병원에 실려가고 소리지르고 그러다가 굴착기에 그냥 앉아 버린거여... 공사를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는 마음에."

- 강원도도지사 님에게 하시고 싶은 말이 있나요?
"도지사 후보가 되었을 때 '주민들을 도와주겠다'고 한 그 약속을 지켰으면 좋겠어. 골프장이 생기면 농사지은 것도 하나도 못팔고... 뭐 더이상 갈 데도 없고, 그냥 이렇게 살다가 가는 거지 뭐...그냥 옛날처럼 마을 주민들과 웃으면서 농사짓는 것이 꿈이여. 이런 마음을 도지사님이 잘 알아주시고 꼭 골프장이 안됐으면 좋겠어."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지역경제 발전도 돈도 아닌 예전처럼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이웃·친척들과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다. 주민들이 지키는 것은 자신이 살아가야할 고향뿐 아니라 일상에 지친 우리가 언젠가 돌아가야 할 마음속의 고향이다.

고향을 지키는 일은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할 또한 야생동식물들이 살아가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과 숲을 지키는 일이다. 주민들은 골프장 업체나 업체측 편만을 드는 공무원들과만 싸우는 게 아니다. 개발과 이익이라는 이름하에 환경도 주민생존권도 무시되는 시대와 국민으로부터 얻은 권력으로 다시 국민을 해치는 시대와 싸우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전과자가 되고 벌금을 맞으면서도 농사일을 내팽개치고 지팡이를 집고 집회를 참가하는 할머니에게 동정어린 시선이 아니라 관심과 응원을 보내야 하는 이유다. 올해 심은 오이농사가 잘되어 자식들 데리고 편하게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구만리 할머니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그들의 꿈은 바로 우리 모두의 꿈이기 때문이다.

골프장 건설을 온몸을 막고 있는 홍천 구만리 지역주민들. 업체측은 주미들에게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고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중이다. ⓒ 강원도골프장범대위


덧붙이는 글 최위환 기자는 녹색연합 대화협력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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