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천

내가 생각하고 즐겁게 행동하는 양심이 곧 나를 도솔천으로 이끕니다.

검토 완료

박철민(eurocom)등록 2011.10.22 12:20
"존경받는 지위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천하고 지저분한 것을 보지 않으며 자중자애를 배우고, 대중의 눈으로 검열하는 습관을 들이며, 여론에 일찍 귀기울인다. 커다란 사회속에서 인간과 현실의 갖가지 일들의 다채로운 결합에 대해 넓은 식견을 가지게 하는 숭고한 입지를 고수하고, 읽고 생각하고 대화를 나눌 줄 안다.

세상 도처의 학자와 현인, 그리고 법관들의 주목을 모을 줄 알고 군대에서는 명령과 복종을 준수하며, 명예와 의무를 신봉하는데 장애가 되는 것은경멸하도록 배우고,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극도의 신중함과 예지력과 경계심을 갖춘다. 그리하여 시민들의 지도자로 받아들여져서, 하느님과 인간의 중재자로서의 의무를 다한다는 의미의 조심스럽고 통제된 행동을 한다.

법과 정의의 집행자로서 헌신하며 인류의 은인, 성자, 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고도의 과학인이 되고 자유로운 예술의 전문가가 된다. 또한 자신의 성공으로부터 예리하고 강렬한 분별력을 얻고 근면과 성실, 균형감과 질서의식의 덕목을 갖추며, 정의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는 부유한 거래인들 중의 한 사람으로 사회에 엄연하게 자리 매김한다."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1960년대 이전 미국 귀족 사회 구성원들의 필수 덕목을 뉴욕의 보보(BOBO) 언론인이 기술한 내용입니다. 어떤가요? 위에 열거된 내용들 중 나에게 해당되는 항목은 얼마나 되는지요. 대략 80%가 넘는다면 당신은 이 나라의 귀족 계급이거나, 아니면 기득권을 확실하게 향유하는 특별한 엘리트(정치, 경제, 문화, 시민 사회 다방면의)일 것입니다.

중산층도 희궈한 나라가 됐으니, 위의 예에 속하는 계층이 아니라면 전국의 모든 서민, 또는 빈민이라는 얘기겠지요. 위의 경우는 물론 구미의 몇 십년 전 일상적인 관습의 경우이지만, 나 또한 저러한 입지를 발판으로 한 귀족 계급이 되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비록 몇 십 년 전 미국 얘기라 지금은 다를 것이니 지나간 관습으로 치부해 버리거나,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 이후 맥이 끊긴 요원한 옹달샘 정도로 파괴해 버릴까요?

불행하게도 이 나라에도 분명 위에 기술된 구미의 몇 십 년 전 귀족들과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니, 저들의 경우는 오히려 지금에는 폐기되거나 사장 되어가는 관습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속에서 활발하고 단단하게 세력을 키워가고 있지요.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엘리트들과 그 자제들, 그리고 절대선인 '도덕'이 근본이 되어야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시민운동권에서도 1~2%의 시대 엘리트는 현존합니다.

석가 세존께서 참 도를 성찰하시고 처음 우리 보리(비구)를 위해 설법하신 곳이 '녹야원' 입니다. 녹야원은 우리 마음의 중심이기도 하고요. 이천오백여 년 전, 석가모니의 첫 강론은 당연히 알려지지 않은 겁나 먼 얘기지만, 후세의 불자들에 의해 이러이러했을 거라고 기술한 경전이 많이 전해져 옵니다.

짐작하건데 처음 당신의 말씀 속에는 의당 수행과정, 깨닫는다는 의미, '너는 누구냐?' 등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불도의 화두가 들어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 짐작하건데 그 말씀들과 더불어 가장 웅숭 깊은 내면의 얘기, 바로 세존 이전 인간이었을 때의 당신 가족 얘기가 빠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당신(고타마 싯달타)을 열 달 동안 잉태하고 낳아 준 세속의 어머니, '마야부인'에 대한 대목에서는 눈물이라도 훔치시지 않았을까요?

당신도 상위 계층의 귀족이 되고 싶으신가요? 위에 기술한 내용을 충실히 실천하고 고귀한 자태를 유지하며, 노력하는 좋은 가문과 좋은 교육, 그리고 상위 계층들과의 유대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질서 있는 분별의 힘과 자제력이 선행되면 가능할 것입니다. 지금 이 나라 권력의 2인자 자리를 위하여 노력하시는 두 분의 엘리트들처럼 말입니다. 확실한 가문에서 태어나 군대조직의 위계질서나 종교의 계율처럼 일정한 룰을 지켜나가는 노력이 당신을 귀족으로 만들 것입니다.

그러나 좋은 가문에서 태어날 행운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성취될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이미 위와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며 더 명확한 사실은 이 나라 지존의 자리가 하나이듯이, 서울시장 자리도 하나, 내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 자리도 하나라는 것입니다.

내가 어느 조직에 서 있든, 보헤미안이든, 나의 자리는 오로지 '지금 여기', 어쩌면 스스로 초라하고 궁색하다고 여기는 바로 그 곳입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당신은 오늘도 안녕합니다. 억대 피부 미용을 안 받은 들, 어디 얼굴에 금방 버집이 피고 몸의 피부가 금새 쩍쩍 갈라지기라도 할가요? 살다보면 때로는 몸과 마음이 병들어 아프겠지만, 이 세상 살아 있는 모든 것들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아프지 않은 유기체는 없습니다.

어떻습니까? 깊은 산 속 옹달샘의 물이 아무리 달콤해도 마시고 싶으면 깊은 산 속을 오랜동안 어렵게 헤매야 찾을 수 있지만, 내 곁의 우물물은 두레박만 던져 넣으면 한 두레박 가득 시원하고 알알이 굵은 물단지가 여물려 나오니 옹달샘보다 더 고맙지 않은가요?

우리 모두는 석가모니가 세존이 되기 전의 보살인 '유동보살' 입니다. 비록 삼국유사에서 제 넓적다리 살을 베어 어머니를 살렸던 효자 '신효거사'는 되지 못할지언정, 부모형제 다정하고 내 안에 들어 선 우주(현재의 나)를 잘 간직하고 보살펴 준다면 도솔천이 바로 곁에 있는 것이니, 제 아무리 좋은 귀족 사회라도 어디 도솔천만 할까요? 

덧붙이는 글 *살아가다보면 스스로 체득한 마음 속에 우주는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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