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인 내게 인천 조폭 난투극이 주는 교훈

"이번 사건을 위기가 아닌 적극적인 법집행의 기회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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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일(o72bak)등록 2011.10.25 20:51
일선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이다. 인천의 한 장례식장에서 발생한 조직폭력배들의 난투극에 대한 언론보도가 연일 계속되면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필자 또한 경찰 조직의 한사람이기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경찰서에서 묵묵히 근무하며 매일 관할 지역의 토착 폭력배들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는 형사들은 다소 억울해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일을 결코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욱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대책과 경찰의 적극적인 법집행을 위한 기회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국민들의 뭇매가 아프지만은 않다고 본다.

아무튼 필자도 주변 지인들은 물론이고 네티즌들의 다양한 의견을 보면서 하루를 보내던 필자는 얼마 전 후배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전화를 한 후배는 "형, 후배 녀석이 옛날에 철없이 조직 폭력배 행동대원으로 있다가 지금은 새 사람이 되었고, 그때 이후로 이런 저런 일을 하다 지금은 쉬고 있는데 좋은 일자리 있으면 부탁해"라고 했었다.

사실 그때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 지금 생각하니 참 미안하다. 후배가 말했던 그 친구는 이번 인천에서 발생한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고 또 지금은 어떤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후배의 도움으로 그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현재 장안동에 위치한 자동차 정비소에 취직해 직장생활을 잘하고 있었다. 다행이다.

처음 통화를 했을 때 휴대전화를 타고 들려온 그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전라도 사람이구나'라고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날씨가 꽤 춥다며 필자에게 쑥스럽게 먼저 인사를 건네면서도 경찰관인 필자와 통화하는 것을 조금은 꺼려 하는 듯했다.

그는 지난 200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기도 인근 중소기업체에서 2년 남짓 일을 했다고 한다. 그 후 2005년 가을 선배를 따라 새로 시작한 일이 조직폭력배 행동 대원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일년여를 채우지 않고 그만 뒀다고 했다.

"형님, 사실 그 바닥에서 이번 인천 같은 일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저 있을 때는 한번도 그런 일이 없었지 말입니다. 제 생각에 장례식장이라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고 우발적으로 발생한 게 아닌가 합니다"라며 인천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필자는 그에게 "동생한테 들었는데 일년여 있다 바로 나왔다던데 왜 그런거에요?"라고 묻자 "제가 있을 때 형님 한분이 조직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인 일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적이 잇는데 그때 형님들이 그러더라고요. 경찰에서 우리 조직원들을 관리 리스트를 만들어 유심히 보고 있으니 모두 몸조심하라고 말입니다"그리고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사실 그때 겁이 조금 났습니다. 물론 전적으로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요.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것도 큰 이유였지 말입니다. 물론 지금도 떳떳하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살려고 노력중입니다"라며 조금은 쑥스럽게 끝을 흐렸다.

사실 그렇다. 현재는 물론이고 과거에도 지역의 토착 폭력배 단속 업무는 경찰에서도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한 가지 였던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지난달 22일 필자가 근무하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도심 대로변에서 집단폭력을 행사한 31명을 검거했다. 성북구 삼선교 대로변에서 발생한 당시 사건은 재개발 지역 이권 때문이었다. 그들은 흉기를 소지하고 집단 폭력을 행사한 동대문 지역 3개파였다.

그런 가운데 발생한 이번 인천 폭력배 난투극은 안타까운 게 사실이다. 자칫 이번 사건으로 경찰 전체가 조직 폭력배에 대한 범죄 예방과 검거활동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필자는 지금 '경찰이 잘하고 있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경찰이 조직폭력배를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은 절대 아니며 적극적으로 범죄예방 활동과 함께 지속적인 검거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덧붙이기 위해 필자 개인의 의견을 제시할 뿐이다.

경찰청은 오는 2012년 초까지 전국 16개 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조폭전종수사팀'을 개설하고 조직폭력배만 다루게 해 조폭을 발본색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지방청별로 운영 중인 조직폭력배 전담수사팀을 한 단계 강화한 것이다. 기존 수사팀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사건을 수사와 함께 조폭 수사도 병행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서도 일부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자신한다. 지금의 경찰은 과거와 분명 많이 변했다. 또한, 적극적인 법집행을 위한 제도가 많이 뒷받침됐다. 그런 필자는 물론 경찰 모두를 지켜봐 주고 응원해 줬으면 한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우리 경찰도, 이번 인천 장례식장 집단 폭력 사건에서 있었던 느슨한 대응과 다양한 공조가 부족했던 점을 교훈삼아 적극적으로 개선해나갈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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