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발효되면 “한국은 투기자본 놀이터”

투기자본감시센터 “금융규제 완화, 한미 FTA 반대”

검토 완료

정규철(go2thewest)등록 2011.10.27 14:25
한미FTA가 발효될 경우,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던 각종 파생상품이 국내에 자유롭게 판매되는 것은 물론, 외국 투기자본에 대한 대응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한국 금융시장은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6일 오전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여의도 국회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FTA 금융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 정규철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에는 외국 투기자본을 위해 금융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고, 법률로써 투기성 금융자본을 보호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며 "금융자본의 더 많은 이윤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한미 FTA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한미 FTA에는 미국이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어 국내에 팔 수 있는 '신금융서비스' 조항이 있다.

해당 조항 덕분에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왔던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와 같은 파생상품들이 국내에서 거래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에 따라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투자자-국가제소제는 투기적 해외자본이 국내 시장에서 더 많은 이윤을 취득하더라도 과세는 물론 불법·탈법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을 어렵게 하는 투기자본의 방패막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ISD는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 국제자본이 협정 체결국에 투자했을 때 법률, 규제, 정책 등으로 인해 기대만큼 이익을 얻지 못하면 그 나라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허영구 대표는 "만약 한미 FTA가 발효된 상태였다면 국내 법원이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없었을 것"이라며 "먹튀를 하면서 노동자·서민의 고혈을 짜내는 투기자본을 규제할 방법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센터는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이후 월가의 금융시스템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파산 모델임이 분명하게 밝혀졌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한미 FTA 비준이 아닌 1%의 이익을 위해 99%를 희생시키는 투기자본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는 한미FTA가 민영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에 대해 국책금융기관은 예외조항에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금융산업 선진화 차원에서 (이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민영화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정부가 사실상 협정에 포함된 세부내용을 이미 이행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준안에는 외국자본이 10% 이상 주식을 소유할 경우 자격여부를 한국 정부가 심사하도록 돼 있다고 하지만 외환은행과 제일은행만 보더라도 외국자본에게 다 퍼주고 있는 실정"이라며 "한미FTA까지 체결하면 한국 금융시장은 정체 모를 사모펀드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센터는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무분별하게 개발된 금융 파생상품에서 촉발된 만큼 한미FTA를 통해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으로 대표되는 투기자본을 전면 확대하는 등 파생금융상품 시장을 완전 개방하려는 시도는 전면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ISD, "정책 주권 무력화" vs "제도의 위험성이 과장"

한편, 지난 22일에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끝장토론에서 투자자정부제소제도(ISD)를 주제로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22일 국회외통위에서 열린 한미FTA 끝장토론 현장 ⓒ 정규철

이날 찬성 측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ISD에 대해 "우리 기업이 밖으로 가져간 투자는 2400억달러가 넘고, 우리 시장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는 1700억 달러"라며 "우리가 운영하는 투자가 훨씬 크다. 투자자들은 다툼이 생겼을 때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쪽에서 판정받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우리나라가 1967년 국제투자분쟁조정센터(ICSID)에 가입한 뒤 ISD로 한 번이라도 제소를 하거나 당한 사례가 없다"고 전했으며, "그 어떤 사례를 갖고 이와 같은 국민적 논란을 일으켜야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대 측 정태인 새사연(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은 "NAFTA의 사례를 보면 미국 정부는 ISD에 의해 제소돼 한 건도 지지 않았다. 슈퍼301조가 WTO 규정에 위배돼도 미국은 그대로 끌고 간다"며 "그래서 미국과의 FTA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반대 측 남희석 변리사는 한미 FTA의 '사전동의조항'과 관련, "우리가 체결한 협정 중 사전동의규정이 포함된 것은 31개 뿐"이라며 "투자자가 일단 중재로 끌고 가면 우리나라 정부는 동의하고 말고 할 재량권이 없고 일단 따라가야 한다"고 우려했다.

남 변리사는 "ISD는 사법부 판결까지 국제중재기관에 가져갈 수 있다. 사법 주권 전체를 미국에 바친 것이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ISD가 당연히 필요한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휴먼경제(http://www.humanbiz.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