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길을 산책하다가 "집안에 꽃이 아름답게 피었어요. 들어와 보고 가세요." 라고 쓰여있는 팻말을 본 적이 있다. 그 작은 팻말 만으로도 내 가슴이 따뜻해졌다. 저 팻말을 내붙인 주인은 그 꽃 보다 훨씬 아름다운 사람일 것이다. 유럽 같은 데 가면 꽃으로 아름답게 장식된 집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베란다나 창 가에 예쁜 화분들이 놓여있기 일쑤고 온 집이 꽃으로 장식된 경우도 드믈 지 않다. 나도 즐겁지마는 우선은 지나가는 사람들 보라고 화분을 내놓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개의 경우 베란다 안에 화분을 놓는다. 너와 함께가 아니라 나 혼자 즐기겠다는 심보다. 집안에 창 안에 놓인 꽃을 지나가는 사람이 볼 수는 없다. 그런데서 나는 우리의 가난한 마음을 만난다.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다운 것은 남을 위한 마음이 느껴질 때이다. 홉스테드의 5D 모델은 문화를 5가지 차원에서 비교하는 분석틀이다. 그 문화의 차원 중에 남성주의 여성주의 문화가 있다. 남성주의적 사회에서는 성공이나 지위 같은 것이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인식된다. 사장이 되었기 때문에 판검사이기 때문에 또는 대학 교수이기 때문에 단지 그가 차지한 직위 만으로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성공이나 업적 등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축, 아무아무개 장남 사법고시 합격> 이런 프랑카드가 심심찮게 나붙는 사회, 그것이 한국이 남성주의 사회라는 작은 증거이다. 그런 사회는 그 사람 앞에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위 앞에 고개 숙이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주의 사회는 성공이나 지위 보다 남에 대한 배려, 행복감, 인간다운 삶, 삶의 질... 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사람의 성공이나 지위가 무엇이든 간에 본인이 만족하고 행복하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남을 위한 배려의 마음이 강조된다. 추사의 말련의 걸작 중에 대팽두부과강채 고회부처아녀손(大烹豆腐瓜薑菜 高會夫妻兒女孫)이 있다. 해석을 하면, '두부에다 야채 넣은 오리가 최고의 요리이고, 아들, 손자, 며느리 모인 것이 가장 우아한 모임이다. 이것은 필부의 낙이다. 상다리 부러지는 잔치상에다 황금 도장으로 결재 도장 찍을 줄은 알지만, 이 필부의 낙을 알고 있는 사람은 세상에 몇 명이나 있겠는가?'라고 봉은사 판전(板殿)에 써 준 글이다. 이것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추사가 말년에서야 깨달았던 그 경지가 바로 여성주의 문화이다. 남성주의 사회 보다는 여성주의 사회가 훨씬 따뜻하다. 보다 인간다운 사회, 보다 살기 좋은 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왔다. 엘리베이터가 나를 기다리고 서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존중 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짧은 시간이지마는 내려오지 않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짜증났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1 분 2 분이 아쉬운 아침 시간이나 바쁠 때는 그 짜증이 배가 된다. 기다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높은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게 하지 않는다. 비서가 엘리베이터를 잡아놓고 높은 분이 나오시기를 기다리는 경우도 흔하다. 어느 재벌의 회장님은 공항에 도착하면 승용차에서 내려서 항공기 좌석에 앉을 때 까지 절대로 멈춰 서게 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모든 창구나 체크 포인트를 논 스톱으로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1 층은 야구로 치면 홈 베이스와 같은 층이다. 이용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층이다. 모든 주자들이 그 자리로 돌아오기 위해 홈 베이스를 떠나는 것 처럼 엘리베이터 또한 1 층으로 돌아오기 위해 올라간다. 엘리베이터는 1 층에 서있는 게 원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보통 자기가 가는 층만 누른다. 자기가 내리고 나면 그 엘리베이터가 어디에 있던 별로 관심이 없다. 우리에게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엘리베이터의 일층을 눌러주는 것은 엘리베이터 앞에 왔을 때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엘리베이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질 누군가를 위한 작은 배려다. 누군가의 기분 좋은 한 순간을 위하여, 바쁜 누군가를 위하여 엘리베이터를 타면 자기가 가고자 하는 층과 함께 1층 버튼도 눌러주자. 한국 사람들은 누르지 않아도 될 <닫힘> 버튼는 열심히 잘도 누른다. 외국 호텔에서 한국인임을 알아보는 가장 쉽고도 확실한 방법. 엘리베이터 안에서 가장 잽싸게 <닫힘> 버튼을 누르는 사람은 틀림없이 한국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은 닳아서 반질반질하다. 그런 우리고 보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몇 십초나 몇 분이 유난히 더 지루할 것이다. 오늘 부터 <닫힘> 버튼 대신에 1층 버튼을 함께 누르자. 엘리베이터는 언제나 1 층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자. 남을 위한 작은 배려의 마음. 누군가의 행복을 그리면서 1층 버턴을 누르는 순간 그대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나리라. #엘리베이터 #작은 배려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