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NPO법인 Ahimna Peace Builders 의 주최로 [2011 생명평화기행]의 일정으로 한국의 생명평화 활동가들이 작은 섬 이와이시마를 찾아갔다. 이 섬은 29년 동안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저지해 온 주민의 숭고한 투쟁이 이미 널리 알려진 곳이었다. 이 섬 주민들은 이미 투쟁의 단계를 넘어 대안을 살아가고 있어 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들고 있다.
섬 주민인 우지모토씨가 낟알이 듬성듬성한 벼를 우리들에게 보여주었다.
▲ 알곡이 거의 없는 벼 알알이 들어차지 않은 벼 이삭 ⓒ 김종수
이 벼는 우지모토씨가 특별하게 키운 벼이다. 특별하게 키웠는데 알곡이 부실하다. 왜일까?
병충해를 입었나? 아니면 영양부족일까?
지난 6월 우지모토씨는 필자에게 볏모판을 보여 주었다. 이 벼가 1945년 나가사키에서 원자폭탄에 피폭된 벼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66세대를 이어왔다고....
▲ 모판에서 자라고 있는 피폭된 벼 66세대째 나가사키 방사능 피폭벼가 모판에서 자라고 있다. ⓒ 김종수
다른 종자도 많은데 왜 하필 피폭된 볍씨로 쌀을 재배하려는 것일까? 그리고 왜 계속 벼이삭을 받아 그 이듬해에 심고 추수하려는 것일까? ... 66세대를 이어가며 이 벼를 키워가는 집착은 무엇일까?
▲ 우지모토씨 그가 이 피폭된 벼를 키우는 이유는? ⓒ 김종수
우지모토씨는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서 이 볍씨를 전달받아 키워왔다고 한다. 우지코토씨에게 이 볍씨를 전달해 준 이는 나가사키의 핵활동가로서 방사능에 피폭된 벼를 계속 심어오면서 과연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르면 일반벼와 같이 제대로 알곡을 맺을 수 있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실 이러한 노력은 어쩌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방사능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유전자에 그대로 남아있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사능에 무감각한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려 하는 것이리라 생각되었다.
▲ 67대를 위하여 이 벼를 키우며 방사능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아이들은 눈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 김종수
우지모토씨에게 우리 학교 농업시간에 키우겠으니 이 볍씨를 조금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집에는 별로 없다며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서 학교창고에 있는 벼 이삭을 잘라 건네 주며 잘 키우라고 하였다. 아힘나 평화학교에서도 이 볍씨를 모판에 뿌려 정성껏 키워낼 것이다.
아직 한국사회에서는 방사능의 위험성을 일본사회처럼 깊게 느끼고 있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핵의 위험을 말해도 눈으로 직접보는 것만 같지 않으니 한국에서 자라날 67대의 벼를 키워가는 학생들은 무언가 특별한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가을에 추수한 이 벼 이삭을 또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주려고 할 것이다. 정성껏 키워도 제대로 알곡을 맺지 못하는 벼를 보면서 이것이 인류의 미래가 되지 않기를 기원하자고..... (우지모토씨 이야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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