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종개를 살려주세요!

백곡저수지 둑 높이기와 미호종개

검토 완료

김찬욱(incle)등록 2011.11.16 10:56

둑 높이기 사업에 반대하는 환경단체 금강유역환경회의, 4대강사업저지충북생명평화회의 ⓒ 청주충북환경연합


시끌벅적한 세상입니다. 한미FTA부터 야권통합정당까지, 4대강사업과 수능을 거부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까지. 희망버스를 탔던 시민들과 시민후보로 무소속 박원순 시장의 당선까지.

한숨 돌릴 세도 없이 굵직한 사회적, 정치적 이슈들이 사방에 흐르고 있는 지금에 말(사람의)도 못하는 생명들은 어떨지 상상하기도 힘든 오늘입니다.

미호종개는 누구?

11월 15일 오전 11시 즈음 대전에 위치한 금강유역환경청 앞에선 조금은 웃긴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4대강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백곡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본안심의에 앞서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들과 찬성하는 주민들이 각각의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충북 진천에 위치한 백곡저수지의 둑을 2m가량 높이는 사업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둑 높이기 사업에 찬성하는 일부 주민들 백곡주민일동 및 백곡호변 개발추진위원회 ⓒ 청주충북환경연합


다른 입장의 두 무리의 현수막에는 '미호종개'라는 글자와 '중단하라', '시행하라'가 각각 써 있었지요. 미호종개가 무엇이기에 한쪽에선 '미호종개 다 죽이는' 다른 한쪽에선 '미호종개 보존책의 최선' 이라는 말을 쓰며 기자회견을 했을까요??

미호종개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454호 미호종개 ⓒ 청주충북환경연합


한국 고유종, 세계에서 오직 금강 지류에만 서식하는 미호종개는 금강 지류인 미호천에서 발견되어 미호종개라는 이름이 붙여졌어요. 1982년에 처음 채집되어 1984년 전북대학교 김익수 교수님과 우리나라 물고기 연구의 대부인 최기철 박사님의 제자로 같이 공부한 친구인, 청주 서원대 손영목 교수님과 함께 발견한 물고기로 iksookimia choii (Kim and Son, 1984)라는 학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민물고기 200여 종 가운데 '유일하게' 학명을 이루는 속명, 종소명, 명명자 모두가 국내 학자로만 만들어진 학명을 가진 물고기지요. iksookimia 는 속명이고, choii 는 종명입니다. 종속과목강문계로 나누어지는 물고기 분류체계에서 미호종개는 동물계/척색동물문/조기어강/잉어목/미꾸리과에 속하는 물고기입니다.  

미꾸리과?
미꾸리과에는 미꾸리, 미꾸라지, 새코미꾸리, 얼룩새코미꾸리 / 수수미꾸리, 좀수수치 /그리고 종개이름을 갖는 것으로는 iksookimia 속에 속하는 것으로 참종개, 부안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왕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 미호종개 가 있고, cobitis 속에 속하는 것으로 기름종개, 점줄종개, 줄종개, 북방종개가 있습니다.
미꾸라지와 미꾸리의 재밌는 특징 중 하나는 '장호홉'을 한답니다. 미꾸리의 창자에는 혈관이 많이 모여 있기 때문에 인간의 허파와 마찬가지로 산소를 흡수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래로 잠수할 때는 창자로 공기를 흡수하고 항문으로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며, 수면에 올라와서는 공기를 빨아들이지요. 그래서 물속에 산소가 없어도 살 수 있고, 가끔 방귀도 뀌는데 그래서 '밑이 구리다' 해서 미꾸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살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미호종개...

미호종개는 다 커봐야 6~8cm 로 작은 편이라  수심이 너무 깊으면 수압이 세져서 살 수가 없어요. 모래에 붙은 규조류를(어항에 모래를 오래두면 끼는 물이끼 같은 것) 먹고 사는 미호종개는 모래를 입안에 넣어서 거기에 붙은 규조류를 먹고 모래는 다시 아가미를 통해 뱉어내는 특이한 형태의 식사를 합니다. 그만한 몸통이니 달린 입의 크기까지 작아 입으로 넣을 수 있는 모래크기도 당연히 작겠죠? 미호종개가 살 수 있는 조건은 수심이 어른 무릎쯤 오는(60cm 이하) 가는 모래(0.6mm 이하)가 깔려 있는 곳입니다.
미호종개에게 모레는 단지 먹을거리가 아닙니다. 다른 종개류에 비해 약간 더 뾰족한 주둥이는 모레를 파고들어 자신의 몸을 숨기고 보호하는 습성을 가진 미호종개에게 모레의 크기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알갱이가 너무 크거나, 가늘어서 진흙인 경우 잘 파고들지 못해요~)

얼마 남지 않은 서식지에 둑이 '더' 높아진다는데....

1982년에 발견된 이 물고기가, 2005년엔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454호로 지정된 것은 불과 23년 만에 급격히 사라져가고 있다는 말이지요. 발견당시 미호천과 연결되어 있는 금강의 갑천, 유구천에서도 조금 발견되기는 했지만 미호천에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던 미호종개는 이제 미호천에선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둑을 높임으로서 수심이 높아져 수압이 높아지고 유속이 변하면서 서식지의 모레가 쓸려 내려가거나, 강바닥을 긁어 공사에 쓰일 모레를 마구 퍼가니 어떻게 살 수가 있겠어요? 그런데도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서식지 중 가장 많은 개체수가 살고 있는 진천 백곡저수지에 둑을 2m가량 올린다고 합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업용수 공급과 4대강사업의 일환으로 홍수예방, 하천 유지용수 공급 등을 이유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근에서 농업용수가 부족하다는 민원이 들어온 적이 없을뿐더러 하류부에 심각한 홍수피해가 발생한 적도 없는 곳에 말이죠.

둑의 높이가 2m 높아지는 것은 곧 수심이 깊어지는 것은 물론 유속의 정체로 수질악화와 미호종개의 먹이공급처인 가는 모래가 사라지는 상황입니다. 농어촌공사에서 계획하는 대체서식지와 인공습지 조성계획은 이제껏 국내에서 성공한 적 없고, 생태적으로 매우 특수하고 섬세한 생활습관을 가진 미호종개에게 현실성이 있는 방안이냐는 문제제기와 함께 개체수가 극히 적은 미호종개가, 살아있어야 대체서식지든 인공습지로 갈 것이 아니냐는 지극히 상식적인 물음으로 진행된 환경단체 측의 기자회견과 처음에는 둑이 높아지면 안개일수가 많아져 생기는 농사피해와 수몰을 이유로 반대하다 침수대책을 이유로 각종 편의시설제공과 가옥·토지를 수용해 택지개발을 해주겠다는 농어촌공사의 회유로(2m 둑 높이기의 사업비가 599억원이라 합니다.) 입장을 바꾼 '몇몇' 백곡주민들의 기자회견을 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오늘이었습니다.

서식지가 상류로 올라가고 있을 뿐?
둑 높이기에 찬성하는 지역민들의 입장은 둑을 높인 후 미호종개의 서식지가 자연스레 상류로 옮겨질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허나 지금있는 서식지를 파괴하고 더 상류로 옮겨진다면, 미호종개의 개채수는 더욱 급격히 줄어들어 사실상 멸종에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왜 '단지 서식지가 상류로 올라가고 있을 뿐'인 미호종개가 멸종위기가 되었는지는 너무나도 당연한 답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인간?

하루에 사라지는 생물종의 숫자는 약 70여 종이라 합니다. 1년엔 약 2만 5000여 종에서 3만여 종이라 합니다. 20~30년이 지나면 지구 전체에 약 25%가 멸종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오늘날입니다. 강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수조가 넘는 액수의 예산을 반듯한 강을 만드는데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돈은 강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집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다른 생물이 살지 못하는 곳에서 우리는, 과연 살 수 있을까요? 손가락길이의 작은 '물고기'조차 살지 못하게 만드는 사업이 정말로 '강'을 살릴 수 있을까요?

함께 살아가는 것이 참으로 힘든 2011년, 오늘의 미호종개가 말하고 있는 것은 '죽이지 말아줘!'라는 단순한 의미가 아닐 것입니다. 함께 살아가지 못한다면 우리 역시 살 수 없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합니다. 이젠 미호종개 마저 35m 크레이 위로 올라가야 하나요?

'고작 그런 생물의 생명 때문에 지역민을 위한 개발을 포기해?' 라고 치부해버린다면, 그 다음 '고작 그런 생물의 생명'은 우리의 생명이 될 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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