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 코미디가 요즘 '이뻐'

사마귀 유치원 대사에 시청자들이 지레 겁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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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르내(alwayer)등록 2011.11.22 15:34
 소설 <도가니>를 쓴 공지영 작가에게 한나라당 중앙당 인권위원회 위원장 김재경 의원이 지난달 27일 소설 '도가니'의 작가 "공지영씨에 대해서도 경찰이 조사해야 한다"고 발언해 한차례 논란이 있었다. 소설을 사실과 다르게 쓰지 않아서 국민 감정을 격앙시켰다는 것이다. 무한도전도 예외는 아니었다. 무한도전은 경고를 받고 전체회의에 까지 상정됐다.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에도 품위 유지를 각별히 요구하는 시대인 것이다. 품위 유지로 7건의 경고를 받은 것을 풍자해 자막에 '품위 유지'를 넣은 것이 또 조롱이란다. 유난히 심의에 걸리는 무한도전을 보면 괜스레 이제 다른 개그 프로들이 '풍자'를 해도 불안하다. 다음주에는 TV에서 볼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풍자 코미디는 요즘 개그 프로에서 한창 트렌드다. 문민정부로 넘어오면서 정치권 소재가 고갈돼 한동안 대학로 극장에서나마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공중파 TV에서 더 환영하는 추세다. 이 중 KBS 2TV에 개그콘서트는 '사마귀 유치원'으로 봉숭아 학당의 빈자리를 메웠다. 첫 방송 때는 최효종의 "숨만 쉬고 살면 89세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어요" 라고 말할 때도 15세 이상 시청 표시가 갑자기 떠 있기곤 했다. 개그 콘서트 담당 피디는 이들을 보고 "맨 처음 콘티를 받았을 때 간이 배 밖에 나온 줄 알았다"고 한다. 이 프로를 일요일 저녁 시간에 올리기 얼마나 어려운 고민이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뜩이나 사장을 국회에서 임명하는 KBS에 간판 개그 프로그램, 다시 말하면 공중파에서 살아남은 거의 유일한 개그 콘서트다. 자칫해서 이제 막 600회를 넘기고 곧바로 피곤한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지금 대중에게 인정받고 있다. 여자친구가 아닌 다른 여자를 세컨드라고 가르치고, 정치인이 되고 싶으면 집권 여당 수뇌부와 친해지라고 한다, 동화에 나오는 여자는 다 예쁘고, 친구에게는 옥상으로 올라오란다. 제목도 단순히 정범균이 유재석을 닮아서 메뚜기 동생 사마귀라고 붙인 제목이 아니다. 사(四)마귀, 네 명의 마귀라는 뜻도 있다. 결국 사회 전반의 세태를 말하는 4명의 선생님들이 마귀와 같다는 것은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대체 무엇인가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마귀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선이겠는가. 물론 이들은 웃음을 가장 최우선에 두고 풍자를 하나의 개그 방식으로 차용했다. 하지만 이미 프로그램 자체는 시청자들의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시원한 효자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런 풍자는 욕할 대상이 있어야 계속 개그로 써먹을 수 있다. 문민정부 이후로 뜸했던 정치 풍자 개그와 이런 코드의 프로들이 주류를 이루는 것은 결국 삶이 팍팍하다는 걸 돌려서 말하는 것이다. 요 몇 년 사이의 변화로 이제 사람들은 인터넷 팟캐스트까지 제재를 받을까 걱정한다. 어쩌면 네 명의 마귀들이 19살 소녀들에게 세상을 가르치는 이 프로그램도 그간에 '9시쯤 뉴스'나 '동혁이 형'처럼 마구잡이로 편집되거나 더 이상 전파를 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때는 무엇으로 닿지 않는 곳을 긁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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