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마리' 의 싸움. 명동 재개발 지역에서

점거. 역점거. 우리는 왜 싸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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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zeusplusme)등록 2011.12.01 09:26
서울 한복판 명동 성당 바로 밑에서 패싸움을 방불케 하는 폭력사태가 이틀간 이어졌다.

엎치락뒤치락. 서울 명동3구역 재개발 지역 농성장인 카페 '마리'를 역점거 재탈환 하기 위한 세입자와 용역업체 직원 간의 충돌이 8월 3일 4일에 걸쳐 발생했다. 3일 새벽 5시 경 시행사 측 철거 용역 직원 100여명이 '마리'에 들이 닥쳐 카페 내에서 농성 중이던 세입자들을 거리로 밀어냈다. 이날 10시 반 경 세입자와 지지단체가 카페 내부 왼쪽 출입구를 통해 진입하다가 용역직원들에게 저지 당했다. 4일 오전 2시 경 농성장 탈환 시도에 대한 보복으로 또 한 차례 양 측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은 4일 오전 3시 경 서울 명동 3구역 재개발 지역 내 카페 '마리' 에서 농성 중 이던 세입자 50여 명과 철거 용역업체 직원 100여 명 사이의 충돌로 세입자와 지지단체 회원 및 용역업체 직원 15 여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세입자 측은 점거 과정에서 용역업체 직원이 농성자들에게 소화기를 뿌리고 각목을 휘둘렀다고 말했다. 경찰은 용역업체 직원과 농성자 6명을 연행했다.

폭력사태가 소강 상태를 보이던 4일 오후 4시 경. 명동 옛 중앙 극장 옆에 위치한 카페 '마리'는 문도 없고 창문도 없었다. 폭탄이 터진 듯 의자와 테이블 선풍기가 길가에 널 부러져 있었다. 건물 잔해와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카페 앞 돗자리에서 Mari 라고 쓰인 남색 티셔츠를 입은 세입자 삼십여 명이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카페 입구는 사십 여 명의 경찰들이 몸으로 삼중벽을 만들어 입출입을 막고 있었다. 카페는 철거 용역 업체 직원 30여명이 점거 중이었다. 어두컴컴한 가게 안쪽에서 빨간 담뱃불이 듬성듬성 빛났다. 벽에 붉은 페인트로 '철거깡패 물러가라' 고 쓰여 있다.

카페 좌측 15m 구 중앙극장 입구에는 카페마리를 지원하기 위해 찾아온 대학생과 젊은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오른편 20m 파라솔 밑에는 철거용역 대여섯 명이 앉아 교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앞뒤양옆 일촉즉발의 대치상태는 이틀간 이어지다가 4일 오후 8시 반 경 경찰의 제지로 용역업체가 철수 하면서 일단락 됐다.

폭력사태의 원인은 '나가라'는 시행사와 버티는 세입자 간의 충돌이다. 지난 4월 6월 7월에도 시행사 측의 명도집행으로 세입자 측과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시행사 측은 카페마리 인근 빌딩은 무허가 건물이므로 철거하겠다는 계획이므로 세입자들과의 지속적인 충돌이 우려된다.

2009년 7월 서울시 건축위원회는 서울 중구 을지로 161-1번지 2797제곱미터 일대에 명동 제 3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승인했다. '마리' 자리에는 지하6층 지상 25층 높이의 오피스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행사측과 명동 3구역 재개발 지구 세입자들은 2009년 10월부터 재개발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보상금액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갈등의 핵심은 권리금이다. 한 세입자는 "빚을 내서 1억이 넘는 권리금을 마련했는데 보상금 천 만 원(4개월 치 영업손실비용)은 길거리에 나앉으라는 말" 이라며 울었다. 명동 3구역 상가대책위원회 소속 11개 점포 상인들은 이주대책과 보상 등을 놓고 서울시와 시행사측에 현실적 보상대책을 요구하며 지난 6월 14일부터 '마리' 를 점거하고 농성을 해 왔다. 시행사측은 법대로 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도시개발 전문가들은 제도적 미비 때문에 재산권과 생존권(생활권)의 충돌이 폭력사태로까지 번지는 안타까운 현장이 명동 뿐 아니라 전국에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2009년 철거민 5명이 숨졌던 용산 재개발 현장과, 531일 간 농성을 했던 두리반도 명동과 맥을 같이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 시립대 도시공학과 남진 교수도 명동 사태를 재산권과 생존권을 둘러싼 절박한 싸움으로 해석했다. 권리금은 법리적으로 형성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관행이다. "권리금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고 말했다.

한국 도시 연구원 김수현 소장도 "재산권도 생존권도 헌법적 권리인데다 법 자체가 미비한 것이라서 민법 개정에 준하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국회가 시한을 정해서 입법을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개발 권리금 문제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갈등이지만 꼭 해결해야 할 문제이므로 세입자들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좁다. 가게 앞 폭 5m 남짓 보도는 한 명이 어깨를 비비며 겨우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아졌다. 바쁘게 오가는 행인들의 표정은 짜증 반 동정 반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게 뭐냐" 며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힘내세요" 라는 말과 함께 빵 30여개를 사다 주는 행인도 있었다.

선진국에서는 권리금 관행이 없고 전면철거 대신 부분개발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비해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상대적으로 적다. 일본은 도시재생특별법에 따라 주민합의가 이루어진 재개발에 한해 6개월 이내에 모든 행정 절차를 마치도록 강제해 기간 단축에 따른 이자 수익분을 세입자 피해 보상에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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