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FTA, 얻는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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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필(nzeropen)등록 2011.12.02 17:19

"선생님! FTA에 대해 말해주세요?"

"신문마다 달라요. 뭐가 진짜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얻는 건 뭐고 잃는 건 뭐죠?

"앞으로 우리들에게 있을 피해가 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누가 보더라도 신문마다 다른 내용 앞에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답답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로, 한·미 FTA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한미 FTA 지지 100만인 서명운동 기사와 "2011년 겨울,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찬반 논란으로 뜨겁다. 협정은 아이엠에프가 몰고 온 충격보다 훨씬 큰 변화를 예고한다. 협정은 아이엠에프식 구조조정과 마찬가지로 외부 충격을 통한 국가 개조 프로그램이다."라는 기사 중 어느 쪽이 옳다고 할 것인가.

 

그뿐이 아니다. 이어진 정치권의 반응 앞에 혼란은 최고조에 달한다. "야 5당에서는 FTA, 내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FTA비준안은 내년 총선 뒤 여소야대가 되면 정지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이 겪어야 할 혼란과 피해는 온전히 이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여론이나 민심을 거스르는 한이 있더라도 미국의 뜻을 따르겠다는 지극히 매국적인 행동"이라고 밝혔다....등등 양립하기 어려운 관점과 입장들이 난무한다.

 

교육은 교과서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교육부에서는 시사교육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말라고 하지만 교육현실은 다르다. NIE 등 신문은 엄연히 중요한 학습매체이고 시사문제로 쏟아지는 아이들의 질문 앞에서 교사들은 당황할 때가 많다. 가장 곤혹스러운 것이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현안문제일 때이다. 요즘 아이들은 SNS, 인터넷지식 등으로 기성세대의 상상을 넘는 지식 접근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그 앞에서 간단하게 정리한답시고 교사가 덤벼들다간 콘 코 다치는 수가 있다.

 

최근 교육부는 2012년을 '스마트교육의 원년'으로 선포하였다. 정보통신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자원을 학교교육에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교육내용과 교육방법, 교육평가, 교육환경 등 교육체제를 혁신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그러나 과연, 모든 학생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재능을 발굴하고 육성하려면 21세기 교육 패러다임의 구호를 넘어 스마트한 구체적인 방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분명 스마트교육의 도입은 교육환경의 일대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달라진 풍속도를 고려한다면 충분히 상상하고도 남는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방적이고 수공업적인 학교교육환경에서 쌍방향을 넘어 다중적인 소통과 접근이 가능한 디지털환경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스마트교육환경에서 아무리 FTA의 장점만을 강조하더라도 아이들은 교과서의 지식을 금방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의 질문과 스마트 교육이라는 화두 앞에 몇 일전 FTA와 관련하여 반대의견을 낸 부장판사소식이 떠오른다. 정말로 아이들에게 제대로 알 권리를 누리도록 어떻게 해야 할까? 제대로 된 판단근거를 제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교사인 필자의 고민은 깊어진다.

 

이런 문제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낡은 학교이고 낡은 교사라는 조롱을 들을 것 같다. 이제는 한 방향에서 전달만 강요하는 교육은 낡은 것이다. 쌍방향을 넘어 다중의 시스템으로 정보를 만나는 아이들 앞에서 가르치지 말라고 말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일일 뿐이다.

 

이미 아이들은 안다. 자신들에게 다가올 미래상을. 미국의 FTA 비준과정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비준과정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그들은 스마트 기반을 통해서 안다. 지금껏 교사는 교과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스마트교육시대를 두고 교과서에 없는 내용을 질문하는 아이에게 그건 몰라도 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지금 학교는 오로지 교사라는 창구를 통해 지식이 채워지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니다. 더 많은 네트워크를 통해 축적한 내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디자인해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늘 선생님이 아는지 시험하려 든다. 이럴 때 교사인 나는 교육적 책무 앞에 혼란스럽다. 아이들의 현문우답하는 질문 앞에 당혹스럴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신문기사 앞에서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지 답을 찾는 지혜를 길러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슈신문인 '시민의 소리'에 보낸 원고와 약간 다릅니다. 

2011.12.02 17:02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슈신문인 '시민의 소리'에 보낸 원고와 약간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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