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동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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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화진(hwajin88)등록 2011.12.04 12:06
 안양대학교의 전신인 대한신학교는 서울 청파동 언덕 꼭대기에 있었다. 우리는 주로 서울에서 공부를 했고 안양에서는 신축 중이어서 교련이나 그 외 행사 관련하여 몇 번 이용한 기억이 있다. 청파동 교사까지 올라가는 길은 골고다 언덕이었다. 숨이 차고 땀이 나고 아는 사람이나 알지 어떻게 찾아가는지 복잡했다. 내가 그 학교를 처음 찾아갈 때 분명히 밑에서 보고 올라갔는데 가서 보면 안 보여 다시 내려가서 쳐다보고 다시 올라고 그러기를 몇 번 해서 찾은 학교가 대신이다. 어려운 시절 함께 공부했던 동기들은 평생 동지로 산다. 하긴 지금의 안양대학교도 언덕배기를 올라가긴 마찬가지이다. 아마 하나님이 그렇게라도 훈련을 시키시는 것 같다.
복천교회에서 대신 35동창회가 있었다. 요번엔 빠질까 하다가 복천교회가 새 건물을 사서 입주했다기에 궁금해서 벌떡 일어나 가게 됐다. 가서 보니 서울 한 복판 대로변 건물을 37억 원에 매입하여 리모델링을 했다. 그 교회 구성원은 시각장애인이 60%이고 나머지는 이들을 케어 하는 가족들인데 이들이 거금을 만든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물론 약간의 부채도 있긴 하지만 그 정도라면 전혀 문제가 안 되는 금액이다. 우리는 두 눈을 부릅뜨고 목회를 해도 목회가 되니 안 되니 하는데 조완제 목사는 눈 감고 목회를 해도 우리들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 내가 조 목사한테 물어봤더니 하나님이 자신을 긍휼히 여기셔서 목회가 되고 있다는 말을 한다.
우리는 사지백체 오장육부가 멀쩡한 데도 몇 억에 쩔쩔매고 있으니 유구무언이다. 내가 하나님께 기도하기를 "하나님! 이제 나이도 먹었으니 뒤 끗발 좀 나게 해 주십시오."라고 했다. 반드시 이루어 주실 줄 믿고 열심히 뛰련다.
식사 시간에 옆에 앉은 이영종 목사는 졸업하고 처음 본 것 같다. 내가 그에게 물었다.
"자녀가 몇이유?"
"아, 원래는 한 명인데 아들 넷을 입양해서 다섯입니다."
"뭣이라고? 시방 뭐라 했수!"
뜻밖의 답변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나도 힘든데 넷을 입양해서 키운다는 것이다. 사연을 물으니 사모님이 말기 암 판정을 받고 이제 남은 생을 보람 있게 보내기 위해 한 명을 입양하여 키우다보니 암은 더 이상 진행을 하지 않고 지낼 만하여 계속 입양한 것이 네 명이고 사모님 암은 낫지도 않고 더하지도 않고 그 상태지만 그런대로 활동하며 지낸다는 것이다. 역시 대단한 분들이다.
또 차종권 목사도 졸업하고 처음 본 것 같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니 49세에 풍을 맞아 반신불수로 한동안 고생했는데 지금은 흔적도 없이 깨끗이 고침 받아 건강하다는 간증을 한다. 이렇게 나가보면 이런 저런 소식에 놀라고 은혜 받고 감사하고 힘을 얻는다. 역시 사람은 사람을 만나야 자기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우리는 신학교 졸업하면 반드시 교회를 개척해야 하는 걸로 알았다. 우리 교단 창립자 김치선 박사의 "이만팔천 동네에 가서 우물을 파라"는 외침이 지금도 우리 교단 안에 메아리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교단 사람들은 정말 야전성이 강하다. 맨 땅에 헤딩하는 강인한 개척정신이 있다. 전국 각지에 우리 교단 교회가 세워지고, 아니 전 세계에 대신 교단 선교사들이 나가서 맹활약을 하고 있으니 정말 대단들 하시다. 다만 아쉬운 건 결집력이 약하고 모두 각개약진인 듯한 느낌이다. 다시 말하면 주인의식이 좀 약해 보인다. 앞으로 이 점이 반드시 개선되리란 기대를 하며 하나님이 세우신 대신 교단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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