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추리소설] 뉴라이트(New Light) - 1회

서울 시장 후보 부인과 불륜을...

검토 완료

홍승희(warzone)등록 2011.12.08 13:51
"마실래?"

한 뼘 가량의 맥주잔에 선혈색 포도주가 채워지자 메모장을 뒤적이던 황지니(黃志馜)는 피식 웃었다.

"이제 취재가방에 술까지 갖고 다니는 거야? 그 포도주는 어디 꺼지? 라벨도 없고, 포도주 색깔은 왜 그리 붉어? 선지 같다."

선지 같다는 말에 고은산(高銀山)은 콧등을 찡긋거리고 한 모금 음미했다.

"사촌 형님이 포도농사 하시잖아. 내년부터 지역단위농협 이름으로 포도주도 시판할 거라는데 미리 맛보기로 주셨어. 내가 기자니까 홍보라도 해줄까 기대해서 주신 게지."

"스캔들이나 범죄 기사만 싣는 잡지라는 거 알고 계셔?"

"한번 훑어보고 대뜸 그러시던데. '선데이서울 복간했냐?'"

깔깔 웃는 지니의 손에서 메모장을 뺏으며 은산은 지니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모텔에 들어와서까지 논문준비야? 나 이따가 취재 나가야 돼."

"나도 요즘 바빠 철인3종 경기 준비도 못하고 있다고."

뒤늦게 자신이 모텔에 들어왔음을 상기했는지 지니는 고개를 돌려 은산을 바라보았다. 은산은 입안 가득 포도주를 머금고 지니의 입에 키스하며 조금씩 흘려 넣었다. 당황한 지니는 은산의 어깨를 잡았지만 반항하려는 기색은 없었다. 지니는 한편으로는 입안으로 흘러들어온 포도주를 삼키며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혀로 은산의 혀를 말아 감싸 안았다.

은산이 입술을 떼자 지니의 입가에서 흘러내린 포도주가 목덜미를 타고 가슴으로 흘렀다. 은산은 흘러내린 포도주를 따라 지니의 목덜미를 핥아 내려가다가 젖가슴까지 탐했다. 은산의 손이 젖가슴에 닿자 지니는 움찔했지만 막지는 않았다. 은산은 옷 밖으로 젖가슴을 꺼내고 왼쪽, 오른쪽을 교대로 입에 물었다. 지니는 눈을 지그시 감고 가늘게 숨을 내쉬며 은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은산은 지니의 옷을 벗겼다.

대학 전임강사지만 취미로 철인3종 경기를 하는 여자라, 팔뚝과 종아리는 까맣게 탔지만 속살은 여지없이 하얗고 투명한 지니였다. 까만 팔다리와 비교되어 속살이 더욱 하얗게 보였다. 햇빛도 침범하지 못한 속살이라는 생각에 무척 탐스러워보였다.

땅 속의 다이아몬드라는 송로버섯을 찾는 돼지처럼 은산은 탐욕스럽게 지니의 육체를 더듬었다. 송로버섯 향기를 맡은 돼지가 거칠게 땅을 파는 것처럼 은산의 움직임이 거칠어졌고, 지니의 육체는 쾌락의 향기를 머금었다. 지니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는 땀하며 살짝 찡그린 미간이 오히려 섹시함을 돋보이게 했다. 지니의 깊숙한 속살은 오랜만에 방문한 낯선 물건에 놀랐는지 당황했는지 혼자 꿈틀거리고 야단이었다. 허리를 움직이지 않아도 은산은 이미 황홀경을 내달리고 있었다. 인도의 아발로키테스바라(한국에서는 관세음보살)는 손이 천 개나 된다고 하던데, 지금 은산은 천 개의 손가락에 의해 조몰락거림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은산의 몸이 경직되고 눈이 초점을 잃어가자 지니는 두 다리의 힘을 풀고 허리를 뒤로 뺐다. 그와 동시에 아발로키테스바라의 손가락에서 풀려난 은산은 꾸역꾸역 쾌락을 토해냈다. 지니의 도톰한 양 젖가슴 사이에 얼굴을 묻고 숨을 진정시키는데, 지니가 은산의 등을 토닥이면서 속삭였다.

"내 남편보다 기특한 걸."

순간 은산의 황홀경이 산산이 깨어져 유리조각처럼 혓바닥을 아리게 했지만, 짧은 한숨으로 아픔을 억눌렀다. 어쩔 수 없었다. 불륜이니까.

"내가 신문 정치면을 유심히 보는 건 아니지만, 넌 남편하고 같이 안 다니는 것 같다?"

"김민세(金敏世)가 정치인이지, 황지니가 정치인은 아니잖아."

40대 초반의 잘 나가는 꽃미남 정치인이 지니의 남편이었다. 발랄한 말 한 마디가 신문 지상을 장식하고 화사한 미소가 TV 교양프로그램을 수놓는 연예인 같은 변호사이며, 차후 20년 내에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이기도 했다. 몇 달 후 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20년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10년 안에 봉황이 될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었다.

"화사한 미소에서 엄청난 권력욕이 엿보이던데. 장차 영부인이 될 지도 모르는데 화면에 같이 등장해줘야 하는 거 아냐?"

"난 누구들 마누라처럼 한복 입고 억지미소 지으며 사람들한테 인사하는 거 딱 질색이거든. 난 이 논문으로 유명해질 거거든."

지니가 바람피우려 모텔에 들어온 것조차 잊게 한 저 메모장……. 은산은 지니가 샤워를 하는 사이에 메모장을 들춰보았다. 낯선 이름들과 주소, 전화번호.

"나보다 네가 더 기자 같네. 취재 다니냐? 이 사람들 누구야? 다 남자네. 일본인도 있잖아."

지니는 비누를 떨어뜨리며 깔깔 웃었다.

"왜? 나한테 너 말고 다른 남자들이 더 있을까봐?"

지니는 욕실 문을 살짝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솔직히 말해, 어떤 때는 10킬로미터 마라톤이 섹스보다 더 짜릿해. 내가 3종 경기를 하는 것도 그런 맛이 있어서 하는 거지만. 남자는 이제 족해. 그 메모장에 이름이 적힌 남자들은 논문자료를 수집하려고 만난 사람들이야. 다들 노땅이라구."

물기를 털고 나오는 지니의 몸매에 은산은 다시금 욕정이 일었지만 잠시 뒤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참았다.

"저 논문을 완성해 발표하고 나면, 난 남편보다 더 유명해질 지도 몰라."

"넌 사학과인데, 엄청난 고고학적 발견을 하는 게 아닌 이상 뭐 대단할 게 있을까?"

지니가 고개를 쳐들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니 젖가슴이 더욱 봉긋 솟았다.

"역사학 논문이긴 하지만 한국 정치경제계를 뒤집어놓을 논문이라고. 나중에 완성되면 첫 번째로 독점취재를 허락해 줄게."

은산은 주섬주섬 옷을 입으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난 역사에는 별 관심 없어. 일 때문에 나 먼저 나간다."

구두를 신은 은산은 옷을 막 입으려는 지니의 젖가슴에 입을 맞추고 투실한 엉덩이를 토닥여주었다.

"실은 오늘 뭐 물어볼 게 있어서 만나자고 한 건데, 취재 때문에 바쁘다고 그러니 다음에 물어봐야겠네."

"뭐야, 내가 보고 싶어 만나자고 한 게 아니고 용건이 있어서 만나자고 한 거야? 뭔데? 뭐가 궁금한 건데?"

"저번에 스와핑에 대해 취재한 거 있잖아. 그거 취재파일 좀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은산은 찜찜한 표정으로 지니를 노려보았다.

"하필 스와핑을? 너 이상한 데 관심 갖지 마라."

은산의 벌레 씹은 표정을 보고 지니는 깔깔 웃었다.

"불온한 상상 하지 마. 논문 때문에 그러는 거니까."

"무슨 역사논문을 쓰길래 스와핑에까지 관심을 갖냐? 다음에 만날 때 갖다 줄게."

은산은 모텔 문을 열기 전에 다시 한 번 지니를 바라보았다. 그토록 오랫동안 만나온 사이였지만 애틋한 감정은 여전했다.

"우리 좀 자주 만나자. 한 달에 한 번 보기도 힘드니 애인 사이도 아닌 것 같잖아."

모텔 창문 밖의 붉은 네온사인을 등지고 있어서인지 지니의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남편한테 들키고 싶지 않아. 그리고 너처럼 스캔들 노리는 기자도 사방에 널렸다고."

은산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모텔 방을 나섰다. 이 관계를 청산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스쳤지만 결심이 서지 않았다.

지니 하고는 대학교 1학년 때 사귄 캠퍼스 커플이었다. 은산이 군대에 가면서 서서히 멀어졌고, 가정형편상 뒤늦게 복학했을 때 지니는 이미 졸업한 후였다. 굳이 찾지도 않았다. 그런데 은산이 졸업 후 생활에 젖어 들어갈 때 둘이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인기스타가 된 김민세 변호사를 인터뷰하러 자택으로 찾아갔을 때 현관에서 마주친 인연이란! 불과 5초 정도에 은산은 오만 가지 회상에 빠져들었다.

그 후 은산과 지니의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었다. 가정에 소홀한 김민세 덕분에 은산과 지니는 서서히 덫 안으로 발을 디뎌버렸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면서 은산은 한숨을 내쉬었다. 취재가방에 들키지 않도록 설치해 놓은 마이크로 카메라의 상태를 점검한 후 시동을 걸었다. 모텔 주차장을 빠져나가며 은산은 무심코 자기가 들었던 호실의 창문을 바라보았다. 지니도 막 방을 나섰는지 불이 꺼져있었다.

"후-, 일에 집중하자, 은산!"

혼잣말을 크게 되뇌며 은산은 차를 몰았다.

이번에 은산이 잠입취재를 하려는 목적은 공문서 위조단의 범죄 현장을 찍으려는 것이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서 관련 정보를 입수했다. 국내 매춘업자들이 일본이나 미국에 매춘부를 수출할 때 그 공문서 위조단이 만든 위조여권을 이용한다는 얘기였다. 모든 문서를 다 위조한다고 들었는데, 은산의 관심은 오로지 위조여권으로 외국에 수출되는 매춘부들을 추적하는 데 있었다. 잘하면 외국출장 나가서 취재 핑계로 홍등가에 가볼 수도 있었다.

대로변의 고층빌딩 뒷골목으로 차를 몰자 3층 정도의 낮고 작은 상가들이 밀집해 있었다. 백미러를 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오토바이에 대고 욕하던 은산은 적당히 개구리 주차를 해놓고 차에서 내렸다. 저녁 8시를 넘어가면서 골목에는 식욕을 자극하는 안주의 기름진 냄새가 은산의 허기진 배를 요동치게 했다.

요기라도 할까 하다가 시간이 늦어지면 취재가 불가능할 것 같아서 은산은 수첩에 적어둔 주소를 찾아갔다. 1층의 삼겹살집 냄새를 외면하며 2층으로 올라갔다. 계단 청소를 대강 했는지 누런 구토물 흔적이 군데군데 보였다.

똑똑.

겉에 건축사무실 간판이 붙어있는 회색 철문을 두드렸다.

덧붙이는 글 철자는 다르지만(Right->Light) 이 소설은 분명 뉴라이트에 관한 얘기입니다. 또한 역사의 패턴에 관한 얘기이기도 합니다. 한반도의 역대 왕조들, 이를테면 가야, 신라, 고려, 조선은 어떻게 망했고, 그 왕조들을 몰락시킨 세력들은 어떤 패턴을 갖고 있는가 추적하는 소설입니다. 마찬가지로, 현대의 뉴라이트가 나라를 망하게 하는데 어떻게 작용하는가 추리하는 소설입니다. 막연하게 뉴라이트가 나쁘다 생각하는 분은 많지만, 역사 속에서 뉴라이트 같은 집단이 어떻게 나라에 해악을 끼쳤는지 아시는 분은 적습니다. 이 소설이 역사에 새로운 안목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참고로, 이 소설은 필자의 소설 뉴라이트(필맥출판사)를 출판사 허락 하에 연재합니다. 빠른 스토리 전개를 원하시는 분은 책을 보시길 권장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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