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최종원? 이 사람들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골프장 룰살롱 이런 게 한나라당 심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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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명(atssarbia)등록 2011.12.11 14:24
2011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 집권 4년차도 막을 내리고 있다. 4년 전 온갖 무수한 장밋빛 공약을 마구 쏟아내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의 말로는 지금 어떤 모습인가? 국민 대다수는 지금 이명박 정권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역설적이게도 2007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연설에서 했던 아주 유명한 어록인 "여러분 이게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 이 말은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유권자인 시민들이 자신들의 지지자를 선택하여 당선 시킨 후 그 당선자가 자신이 후보 시절 유권자들에게 했던 약속을 헌 신짝처럼 팽개칠 때 느끼는 배신감을 아주 적절하게 표현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나는 요즘 이 배신감을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뿐만 아니라 민주당 강원도 출신 두 정치인에게서 똑같이 느끼고 있다. 아니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투표를 안 했고 애초에 기대도 안 했지만 이 두 정치인에게는 투표를 한 데다 이들이 이명박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면서, 자신들은 그 동안 한나라당이 보여준 낡은 정치를 끝장내고 강원 도민들의 민의를 존중하여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이 배신감이 더욱 크다. 소외되고 낙후되어 박탈감밖에 남아있을 게 없는 강원도민들에게 이제는 배신감까지 하나 더 안겨주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진짜 '이게 다 거짓말이구나'라는 생각이다. 

(1) 내가 처음으로 정치 후원금을 내 본 정치인 최문순 도지사님, 골프장이 도지사님 철학입니까?

강원도에는 특별한 전국 현안이 거의 없다. 서해안도 있고 동두천 상공도 있는데 왜 자꾸 오른쪽 윙백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으나 북한에서 동해안으로 잠수정을 내려 보내는 일이 없으면 거의 주목을 받을 일이 없다. 물론 근래에 동계올림픽 때문에 관심을 끌긴 했지만 예외적인 경우일 것이다. 근데, 최근 강원도에 골프장 난개발 문제가 큰 논란이 되어 적지 않은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골프장 건설 문제가 환경파괴로 인해 큰 논란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골프장 자체가 극소수 부유층을 위한 시설인 데다 전쟁의 참화도 빗겨간 수백 년 이상 보존된 숲과 산을 마구잡이로 파괴하고 인근 주변의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키며 심지어 지역 주민들의 삶터까지 빼앗는 등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는 데다 경제적 실익까지 낮아 골프장 업자와 행정관청,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 사이에 잦은 마찰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강원도의 홍천, 강릉 등에서도 이런 갈등이 빚어지고 있어 이른 살이 넘은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추운 날씨에 농성을 벌이는 등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현재 강원도에서 운영 중인 골프장은 42곳, 건설 추진 중인 골프장은 41곳 이라고 한다. 이는 면적만 약 1천 225만평(43,769,652㎡)에 달하며 여의도 면적의 18배, 축구장 6,690개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게다가 홍천군에만 13개의 골프장이 들어선다고 한다. 강원도가 가히 골프장 공화국이 되고 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것이다. (관련기사 한겨레 '최문순 포크레인'에 맞서는 '아바타 할머니'  http://ecotopia.hani.co.kr/36837)

문제는 최문순 도지사가 후보 시절 골프장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해놓고 당선 후 골프장 허가가 이루어지는 등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죽했으면 최문순 도지사가 취임하고 있는 강원도에 골프장 문제로 '희망버스'에 빗댄 '생명버스'까지 등장할 정도이겠나?

나는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아니라 최문순 도지사의 언론 노조 위원장 등 개인 이력 때문에 인물을 보고 투표를 했다. 근데 이번 사안을 보면서 뭔가 내가 선거 사기꾼에게 속은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일방 통행이 너무 싫어 지난 도지사 선거 때 없는 돈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개인 정치인에게 후원금까지 내면서 지지한 최문순 도지사는 왜 자신을 지지한 시민들의 민의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건가? 참여 정부의 위기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최문순 도지사는 제대로 성찰하고 있는 걸까?

나는 고향 주문진과 같은 낙후된 강원도 전역을 걱정하는 최문순 도지사의 당선 소감을 들으며 적지 않게 흐뭇해했고 고향 바닷가에 해안도로가 난 후 바닷가 언덕에 마구잡이로 모텔이 들어서면서 사라지는 수평선이 안타까워 기회가 되면 '도지사님, 동해안 바닷가 언덕은 모두를 위해 보존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한 마디 하려고 했었는데, 이제 이런 말도 못 꺼낼 것 같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강원도 산천에서 벌어지는 산림파괴도 그냥 보고 있는데, 바닷가 풍경쯤이 뭐가 대수롭겠나?

강원도민들이 엄기영 찍고 최문순 안 찍으면 영원히 감자바위 취급 받아야 한다는 둥 이런 무시까지 들으면서 찍어줬는데, 지금 최문순 도지사가 하는 이건 무슨 정치인가? 골프장이 최문순 도지사 철학이었나?

(2) 국감 중에 강남 룸살롱 접대 받은 최종원 의원님, 헐벗은 탄광촌 사람들은 어떡하고요?

내게 배신감을 안겨 준 또 한 사람은 지난 9월 국정 감사 기간 중에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이 간접적으로 감사할 기관인 케이티(KT) 임원으로부터 강남 룸살롱에서 수백만원어치의 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국회 문방위 소속 최종원 의원이다. 태백영월평창정선이 지역구인 최종원 의원은 현재 이번 일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데, 한나라당의 FTA날치기 파동이나 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 대규모 매머드급 뉴스로 인해 운 좋게 여론의 비난 화살로부터 빗겨 있는 상황인데, 직접 한 표를 행사한 나로서는 이번 사건이 결코 가볍게 보이지 않는다.

술자리 성격에 대해서 검찰이 수사 중에 있지만 국감 기간 중에 국민을 대표해서 감사를 해야 할 국회 의원이 감사 관련 기관의 임원과 강남 룸살롱에서 수백만원어치의 양주를 함께 마셔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지 의문을 안 가질 수 없다. 설사 아무리 양보해서 검찰 조사 결과 단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밝혀진다 해도 고향 탄광촌의 헐벗고 소외된 지역 주민들을 걱정하며 국회의원 선거에 나오게 됐다는 충정치고는 수백 원어치 강남룰쌀롱 술자리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게다가 입만 열면 양촌리 용식이(유인촌)가 정선 예술인촌을 와인바나 싸우나, 찜질방으로 바꿔놨다며 목청을 높여 정신을 못 차린다고 했던 사람이 수백만원어치 룸살롱이라니 이게 용식이 정치이지 새로운 정치인가?

(3) 두 분, 골프장 룸살롱 이런 게 한나라당 심판입니까?

강원도가 소외되고 주목 받지 못하는 이유는 어쩌면 강원도가 또 다른 지역주의의 희생양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인구도 적고 오랫동안 정치적으로 한나라당 성향이어서 캐스팅 보트의 역할도 제대로 못한 지라 있는 무시 없는 무시 다 받지 않았나 싶다. 솔직히 나는 강원도민들이 지난 도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를 당선시켜 주고 동남권 신공항이니 과학비지니스벨트니 하는 남의 잔치집 음식이나 구경하고 있었으면 진짜 한심한 '감자바위' 소리나 들고 있지 않았을까 안도했었다.

강원도민들이 2010년 7월 재보선과 올 4월 재보선에 연거푸 민주당 후보들을 찍어 준 것은 마음 단단히 먹고 내린 중대한 결단이 아닐 수 없다. 이건 아마 두 정치인 뿐만 아니라 민주당 관계자들이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강원도민들의 결단은 2010년, 2011년 이명박 정권 중간 평가 시기에 있은 재보선 선거에서 가장 결정적인 심판 기능을 했음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두 분들이 하는 정치는 무슨 정치인가? 두 사람 선거 운동 때는 이광재 살려야 한다고 그렇게 떠벌이더니 이광재는 살렸는지 모르겠으나 이게 강원도민들 살리는, 이명박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살리는 정치인가? 표를 줬으면 뭔가 뽑아 준 보람과 혜택을 느껴야 하는데 무슨 선거 사기꾼들에게 속은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지게 되는 이게 어떻게 효능감 있는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나?

충청도에서는 자신들 핫바지 취급하냐며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핫바지 취급도 못 받는 강원도는 핫팬츠 취급이라도 받게 하려고 온 산하를 발가벗기는 골프장을 허용하는 것일까? 인간으로서의 최저 생활 수준도 보장 못 받는 어민들이며 탄광촌 사람들에게 수백만 원치 양주 접대는 또 무슨 얘기고? 결국 민주당이 얘기하는 한나라당 심판이 골프장에 양주 접대 이런 거였나?

내가 이번에 분명히 맹세하는데, 만약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계속 배신감을 안겨 주게 되면 아예 투표를 안 하면 안 했지 한나라당 당선되면 안 되니까 민주당 찍어줘야 한다는 개 코 같은 얘기에는 절대 동의 안 할 것이다. 차라리 투표장 가서 내 손에 장을 지지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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