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원 '사랑의 쉼터'엔 따뜻한 정이 느껴져요"

노인들 800여명 북적...자원봉사자 큰 힘

검토 완료

정종신(jjsin1117)등록 2011.12.18 19:23
지난해에 비해 다소 늦은 첫눈이 온통 세상을 덮으면서 연일 한파가 몰아친다.

여유있는 사람들은 연말연시를 맞아 외국여행을 준비하고, 젊은이들은 크리스마스을 기다리는 마음에 설레임이 가득한 12월 중순이다. 그러나 사회의 무관심 속에 쓸쓸한 연말을 보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은 연말이 더욱 쓸쓸하고 외롭다. 독거노인들, 소외된 이웃에겐 허기를 채워줄 따뜻한 반 한끼가 아니라 사람들의 온정이 그리운 시간이다.

▲'사랑의 쉼터'는 소외된자들의 안식처

18일 오전 10시께 광주 남구 서동 광주공원 내 '사랑의 쉼터'를 찾았다. 광주공원 뒤켠으로 이어진 샛길을 200여 미터 따라가다 보니 대리석으로 마감된 3층 건물 입구에 '효사랑복지문화센터'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1층 입구에는 '광주시민이 운영하는 광주공원 사랑의 쉼터'라는 문구도 선명했다. 반듯하게 정리된 식탁, 설렁탕 끓이는 구수한 냄새가 시장기를 돌게 한다. 김장철을 맞은 탓인지 식당 뒤안엔 광주신용보증재단 봉사자 10여 명이 김장 담기에 여념이 없다.

식당 앞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점심식사를 하러 온 노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이 북적였다. 요즘은 연말을 맞아 따뜻한 점심과 함께 외로움을 달래려는 노인이 더욱 늘어 식당 바깥 의자에까지 줄 지어 있을 정도였다.

이날 점심엔 이제 막 버무린 김장김치와 콩나물 무침, 깻잎,  그리고 노인들의 몸보신을 위한 '설렁탕'이 정성스레 준비됐다. 식당 테이블에 앉은 노인들은 뜨거운 국물을 호호 불어가며 식사를 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한창 식사중이던 이 할머니(77)는 "이곳에 오면 정성그럽게 준비한 따뜻한 점심을 먹을 수 있어 식당을 찾지만. 무엇보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말동무도 하고 친구를 사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밥그릇과 국그릇에 밥을 가득 채운 채 허겁지겁 식사를 하고 있는 할아버지도 눈에 띈다. 족히 2~3인분쯤은 될듯한 식사를 한끼에 때우고 있는 김 할아버지는 "몸이 불편해 밖에 나오기가 힘들어 이틀을 굶었다"며 말하기를 꺼린 채 식사에 여념이 없다.

노인과 청소년 공동체 '빈들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랑의 식당은 하루 평균 800여 명 정도의 노인들이 무료 점심을 제공받는다. 노인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한끼의 점심을 때우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요일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 사랑의 식당의 세심한 배려 때문이다.

사랑의 쉼터는 생활문화교실을 매일 1시간 진행한다. 금요일은 건강체크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외로움에 지친 노인들의 심신을 달래준다. 비록 화려한 조명과 음향시설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관객들의 호응만큼은 여는 프로무대 못지 않는 분위기을 연출한다. 한 끼니의 점심식사에도 노인들이 더 없이 행복해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랑의 쉼터가 이처럼 노인들의 사랑을 받는 안식처로 자리잡기까지는 김규옥 목사(광주 공원교회 담임목사)의 헌신적인 노력이 뒷받침 됐다. 김 목사는 지난 1987년 광주공원에 나와 있는 노인들의 상당수가 점심을 굶고, 특별히 갈곳이 없어 방황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전도자로 광주공원에 발을 디딘 이후, 그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를 고민했고, 기도를 통해 해답을 찾았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그들을 거두기에 그는 가진 것이 너무도 없는 맨주먹이었다.

그날 이후 그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시간을 보내며, 동분서주했다.

가진 것이 없어도 이웃을 위해 돕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이미 목적의 반을 이룬 셈이다.

그의 진정성은 주변의 독지가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시민들의 동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김 목사도 한 때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이 일을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자신이 가장 많은 사랑을 베풀었고 믿음을 주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의 아픔을 당한 것.

노인들의 쉼터인 빈들회 복지관 건립을 둘러싸고 각종 억측이 난무하며 고소 고발에 시달리며 김 목사는 본의 아니게 논란의 중심에 놓이게 됐다.

김 목사는 자신이 '노인과 청소년 공동체 빈들회'대표라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껴 안고 사법적 책임을 감수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김 목사의 잘못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고소인이 기자회견 통해 "당시 김 목사의 잘못이 없었다"는 양심선을 했지만, 김 목사는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잃은 후 였다.

고소 고발 등으로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김 목사는 복음 전파와 소외된 이웃을 도우며 살겠다는 초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천성이 우직하고 순수한 그는 자신을 위해 분란을 일으켰던 사람들을 껴안았고, 그들과 함께 또 한번의 결심을 했다.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하라는 예수님의 거룩한 명령을 실천하는 제자로서의 삶을 살기 위한 결심이었다.

김 목사는 "사랑의 쉼터를 운영하면서 일어난 마음 고생을 겪었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원망해 본 적이 없다"며 "사랑의 쉼터를 믿고 매일 점심을 먹으로 온 1천여명의 노인들을 거두어야 한다는 사명감만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사진1
최영호 남구청장과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7월1일 '사랑의 쉼터'를 찾아 민선 5기 취임 1주년기념 위문ㆍ급식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2
보해양조 젊은 잎새 사랑나누미팀 10여명이 최근 사랑의 쉼터를 찾아,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어깨를 주물러 드리고, 함께 레크레이션을 즐기고 있다.

사진3
일요일인 18일에도  점심을 먹기 위해 사랑의 쉼터를 찾은 노인들이 뜨거운 설렁탕 국물을 호호불며, 식사를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호남매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