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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 관람기

검토 완료

김준식(kj190)등록 2011.12.19 16:33

미션 임파서블 4 영화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일단 재미있다. 132분의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질 만큼 영화가 보여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재미들을 잘 조합해서 관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번 영화는 최근의 발표된 다른 시리즈 영화들이 쏠쏠하게 재미를 보고 있는 프리퀄 형식을 유보하고 기존의 시리즈를 이어나가는 무모한 선택을 했음에도 막대한 물량과 함께 적절한 소재의 선택 그리고 연기자들의 힘으로 전편보다 진보한 모습으로 관객에게 돌아온 것이다.

몰락하는 것들
세계의 질서가 양극화이던 시절을 배경으로 탄생한 최초의 이 영화로부터 벌써 15년이 지난 지금, 이 영화의 핵심소재인 국가 간의 첩보나 그 첩보원, 그리고 그들 조직의 위상은 이제 예전의 영광을 잃고 그저 적당한 자리나 보전하는 위치에 있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러시아가 가졌던 정치적 영향력의 쇠퇴 이후 미국 중심으로 형성된 패권주의는 최근의 국제질서를 미국의 의도대로 편성하고 조정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 상황에서 이런 종류의 영화는 어쩌면 긴장구조의 상당부분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무찔러야 할 공적, 즉 이념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미국에게 위협이 되는 적들은 이미 지구상에 사라진 상태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이번 시리즈는 광적인 핵물리학자 한명을 무찔러야 할 공적으로 설정해 놓고 사건을 풀어나간다. 이것은 국가와 국가 사이 그리고 이념과 제도 등을 수호하기 위한 첩보나 정보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이제는 세계시민 또는 지구전체의 위협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러한 시대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듯 이번 시리즈의 IMF(풀이하자면 불가능 임무 부대)는 묵시적으로 줄어드는 조직과 존재의 당위성에 대한 구성원들의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이 영화는 시작된다.

에단 헌트
영화 도입부의 크레믈린 폭파는 다분히 의도된 느낌이 든다. 러시아의 심장부이며 동시에 지난 세월의 화려한 전통과 명예를 간직하고 있는 러시아의 크레믈린은 사실 역사도 짧고 전통도 없는, 하물며 선조의 명예가 깃든 변변한 유적하나 가지지 못한 미국에게는 늘 콤플렉스였는지 모른다. 영화에서나마 그곳을 폭파해버림으로서 심리적인 콤플렉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것을 느꼈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어쨌거나 이 폭발로 인해 IMF와 에단 헌트는 위기에 빠진다. 스스로 유령이 된 그들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아무런 지원도 없이 이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이전의 시리즈에서 헌트를 지원했던 팀원들은 모두 없어지고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벤지(사이몬 페그 분)는 이제 현장요원이 되어 헌트를 지원하고 있으며 여 주인공 카터(폴라 패튼 분)는 새로운 인물이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인 브랜트(제레미 레너 분)는 베일에 가려진 인물로 팀에 합류하여 새로운 팀으로 구성된다. 광적인 핵물리학자 커트 헨드릭스(미카엘 뉘키비스트 분)가 일으키려는 핵 참화를 막으려는 팀원들의 고군분투 속에 주인공 헌트의 위험하고도 짜릿한 액션이 쉬지 않고 계속된다. 액션의 뒤에 놓인 이야기는 엉성한 전개과정을 가지지만 헌트의 노력으로 대부분 가려진다. 이 영화에서 브렌트의 등장은 이전 시리즈에서 볼 수 없는 첩보원들의 회한과 그들의 일그러진 삶의 모습을 슬며시 보여주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로 보인다. 국가를 위해 조직을 위해 헌신한 그들이지만 결국 그들의 헌신으로부터 돌아온 댓가는 가족과의 이별(영화 마지막 헌트가 멀리서 아내를 지켜보는 장면)이며 개인적 고뇌로 얼룩진 삶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영웅주의, 그리고 아류
할리우드 영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영웅이야기다. 직접적이든 아니면 간접적이든 영웅을 통해 이야기하고 영웅의 행동에 대부분의 영화들이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가장 쉽고 편리한 영화 흥행의 방법으로 절대적 능력을 가진 영웅을 창조하는 일이며 비교적 성공한 할리우드 영화는 이러한 공식을 잘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영웅이야기에 많은 관객들이 식상해하는 것을 제작자들은 알고 있고 그 대체의 방법으로 등장한 것이 이 영화처럼 우리와 같은 보통 인간의 모습으로 그리고 엄청난 고난을 겪으며 마침내 임무를 완수해내는 생활형 영웅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시리즈 역시 영웅이야기의 아류에 가깝지만 이제는 영웅의 트렌드도 바뀐다는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무엇이 아류이고 무엇이 본류인지 모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멸사봉공 멸사봉공 전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칼리파두바이 타워를 맨몸으로 오르는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에피소드, 그리고 잔상들
미션을 고지하는 방식은 각 시리즈마다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그 방법의 신선함은 영화의 전체를 지배할 만큼 중요한 영화적 장치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사용된 공중전화부스 장면에서 제한시간이 초과되어도 폭파되지 않는 장면은(그 외에도 찍찍이 장갑의 불량과 각종 장비들의 고장 및 불완전) 웃음과 함께 영화 전체에 IMF라는 조직이 뭔가 부실해진, 그리고 정비되지 못한 느낌을 주는데 이것은 다분히 의도된 느낌이 든다. 처음에 이야기 했듯이 몰락해가는 정보기관의 위상이 이제는 이렇게 되고 있구나 하는 공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장치들이었다고 생각된다. 아랍에미리트의 버즈 두바이(브루즈 칼리파)에서 헌트가 보여주는 액션장면과 마지막 헨드릭스가 가진 미사일 발사 장치를 추격하는 장면에서 우리의 주인공 헌트는 '멸사봉공' 정신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이것은 거대한 '가치'나 '명분'을 위해서라기보다는 007류의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첩보원 혹은 정보원들의 숙명에 가까운 직업의식이라고 느껴진다. 관객들은 위험천만한 그런 장면에 열광하는데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대리만족의 느낌과도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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